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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칼럼] 유머
일간리더스경제신문  |  leaders2400@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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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03  13: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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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향은 고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우리나라 사람은 유머 감각이 부족하고 웃음에 인색한 듯하다. 감정의 조절과 통제를 중시하는 동양적·유교적 전통의 영향으로 일희일비의 표정을 얼굴에 드러내는 것을 미성숙한 인격의 표현으로 보기도 하고 웃음을 유도하는 가벼운 말을 객쩍은 소리나 말장난으로 듣기도 한다. 사실 근래까지도 서민들의 삶은 대부분 빠듯한 형편에 생계를 이어가는 것조차 쉽지 않았으며 기근, 재해, 전쟁과 같은 환란이 끊이지 않았기에 우리에게 웃음은 사치였을 수 있다.

이랬던 한국과 한국인이 달라졌다. 단순한 생존과 생계의 차원을 넘어 삶의 질을 중시하는 시대가 되었고 웃음이 생활에 활력을 주는 중요한 요소로 강조되고 있다. 사회 전체가 웃음을 원하고 있다. 사람들은 웃음의 코드에 집중하고 환호하며 웃음의 표출을 기대하고 갈구한다. 대중매체를 통해 접하게 되는 영상물과 출판물에는 웃음을 소재로 하는 편성과 기획이 넘쳐난다. 대중적 인기를 얻은 웃음은 사회 자본으로 공유되기도 하고 고가 상품으로 변모되기도 한다. 

산부인과 병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임부가 진통 초기부터 유난스레 소리를 질러대는 통에 의료진과 환자들의 짜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비명 소리가 점점 커지자 의사가 굳은 얼굴로 다가갔다. 긴장이 고조되는 순간이었다. "좀 참으세요", "진료에 방해가 됩니다", "계속 이러실 거면 다른 병원으로 가세요!"라는 경고와 엄포가 예상됐다. 다들 촉각을 곤두세우고 듣게 된 말은 "소리 지르시느라 수고 많으시네요. 잠깐 여기 벽 좀 보시죠. 환자분 소리에 벽에 금이 갔어요!"였다.

대학 시절 접하게 된 이 에피소드는 유머의 기제와 작용에 대한 강력한 교훈을 일깨워준 일화로 지금껏 뇌리에 선명하게 각인돼 있다. 유머는 평범한 예측을 벗어난 발상으로 타이밍과 순발력이 중요한 융통적이고 창의적인 반응이다. 유머는 긴장, 불안, 갈등을 촉발하는 상황을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대처하게 한다. 무겁고 심각한 장면도 가볍고 재미있게 전환할 수 있게 하는 마음속 여유 공간을 만든다. 결국 위기 국면도 재치 있게 넘기도록 하고 모두가 유쾌한 해피엔딩을 선사한다.

유머의 가치와 효력에 대해 깨닫게 된 후로는 그 실천적 적용을 위해 노력하게 되었다. 가끔 면접관이나 시험관으로 참여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몸도 맘도 잔뜩 굳은 채 입실하는 지원자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농담 한 마디를 건네기도 한다. 대외 발표를 맡았을 때는 시작을 여는 말로 유머감각 있는 인사말을 미리 준비해 간다. 짧은 말 한 마디에도 발표장 안의 긴장은 금세 누그러지고 발표자와 청중 사이의 거리는 가까워지며 발표에 대한 관심, 집중, 여운은 깊어지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유머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윤활유 구실을 한다. 어색하거나 딱딱한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풀어주는 비법이 될 수 있고, 공격적 반감이나 방어적 대응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세련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적 책략이 될 수 있다. 웃음이 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웃음이 귀하고 드물었던 시절에 비해 그 의미가 퇴색되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에서 출발해 함께 한 모든 이들의 얼굴에 미소를 가져오는 유머는 오남용도 부작용도 없는 소통의 묘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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