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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사회의 발밑에서 올려보던 삶으로
김지혜 기자  |  jihyekim@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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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30  17:3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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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황금종려상 '기생충' 관람기 
보이지 않게 존재하는 사회 계층
그들 간의 서로를 보는 시선 조명
어중간한 반지하 계층의 심리와
자신의 삶 외 관심 없는 부유층
코미디 요소와 예술적 조합 더해

 
   
 영화 '기생충' 스틸컷.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마침내 영화 '기생충'이 베일을 벗었다. 

대형 영화제에 후보로만 선정돼도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 짐작하기 쉬운데 이에 더해 최고상을 받은 영화는 어떨까. 

지난 5월 25일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에 쏠린 관심과 그에 따른 반응이 이제부터 쏟아질 예정이다. 

영화의 시작은 봉준호 감독이 앞서 언론에 공개한대로 반지하에서 관객을 맞는다. 
수입이라곤 없는 기택의 가족은 반지하 공간, 지상의 발밑만이 선명하게 보이는 곳에서  매일 TV를 보듯 이 창문을 통해 올려보듯 세상을 본다. 이 장면, 이 공간의 어두움, 칙칙함, 좁고 불편함은 그들의 살아온 것에 대한 결과이면서도 그들의 현재를 보여주듯 감성이라고 할 것이 없다. 

이야기는 기택네 반지하 방에는 어울리지 않는 한 '물건' 수석에서 시작된다. 기우의 친구 민혁은 자신의 집에 가득 있다는 수석 중 하나를 들고 자신 대신 과외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한다. 예상치 못한 취업을 하게 된 기우는 그와 함께 틈새의 빛을 발견하는 듯하다.

과정에서 기우는 거짓을 한 겹 쓰고 만다. 어쩌면 그리 중요하지 않을, 결과적으로는 불과 몇 초 만에 고용주의 관심에서 사라진 거짓 학벌을 공들여 만들어 제출한 거짓. 기우는 이것을 범죄가 아닌 자신의 미래, 조금 일찍 받아든 졸업장이라고 해맑게 말한다.

이 시작은 상징성을 남긴다. 연신 외치는 기우의 대사처럼 "상징적"인 시작이 그들의 느릿하고 정체된 삶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은 분명했지만 동시에 짧고 굵은 기택네 기행의 발단이 된 것이기도 하다.

과외 학생의 집인 박 사장의 저택 앞에 선 기우의 모습을 잡은 카메라 앵글은 하단에서 그들을 비추며 마치 계층이 상승했음을 알리듯 바라본다. 곧이어 기우의 동생 기정, 기택과 그 아내 충숙까지 고용되기에 이르고 그 과정을 현실성과 극을 아슬아슬하게 오가며 마치 황당한 기사 한 편을 읽듯 한 느낌의 전개로 코믹하게 그려낸다.

극 전개 과정에서 도드라지는 복선과 상징적인 대사 등 많은 요소가 숨어있다. 기택네 가족이 완벽히 기생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들이 완전히 장악했다고 믿었을 때 또 다른 계층을 발견하게 되면서 위기는 찾아온다. 

이때의 위기에 직면한 기택의 가족 심리도 다분한 해석이 가능하다. 스스로 자초한 위기 속 서툴고 치밀하지 못하게 당황하면서도 그에 반해 욕망은 놓을 수 없이 커져만 가는 현실을 잘 반영한다. 

이 영화가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이유도 계층을 또렷하게 나누면서 기택의 가족에게 각자의 캐릭터를 부여해 인간의 다양한 면을 부각시켰고 그 속에서 공감할 만한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기택의 가족은 아슬아슬한 가짜 행세를 그만할 수밖에 없다. 

가족들은 상위계층과 현실을 오가면서 자신의 열망의 끝은 고작 밝은 햇살 한 줌을 느끼는 찰나의 오후라는 것을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그 별것 아닌 것에 대가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 그러면서 알 수 없는 감정에 휘말리게 된다. 양심과 욕심의 차이, 이기와 이타심의 차이 등의 기로에서 결국 돌아보게 되는 것은 옳고 그름의 한 기준선에  나누어지지 않는 가족이라는 존재였다. 

결국 '기생충'이라는 단어를 잊게 만들 만큼 몰입하게 하면서도 마지막 크레딧이 올라간 뒤 영화 제목 '기생충' 로고가 다시 뜰 때, 결국 기생충이라는 단어에 고개를 끄덕여지게 되는 복잡한 여운을 남긴다. 

이 영화는 처해있는 곳곳에 다각적인 메시지를 투여할 수 있어 더욱 의미가 깊다. 

정당하게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에게는 주어지는 매일의 성실함이 자신을 얼마나 당당하게 만드는지, 계층을 밟고 올라선 사람의 아둔함이 밟힌 계층을 얼마나 망치는지, 혹은 살아지는 대로  계획 없이 사는 사람의 삶 그 자체가 어떤 갑작스러운 일을 만드는지 등 각자의 위치에서 다분한 감상이 가능하다.

이런 사회의 요소들을 가족을 통해 표현하면서 그들 간의 유대관계와 반면에 비슷한 처지라 해도 배척할 수 있는 아름답지만은 않은 현실을 담아냈다. 

영화 '기생충'은 영화 팬들에게는 다소 반가운 다각적 해석의 불편하지 않은 영화로, 대중들에게는 신선한 재미와 생각할 거리를 주는 배려가 녹아있는 영화로 기억되지 않을까.

영화 속 갑자기 찾아온 반지하방에 어울리지 않는 수석과 그것을 놓지 못하는 기우는 어느 날 박사장의 저택에서 그가 과외를 맡고있는 다혜에게 묻는다 

"나, 여기에 잘 어울려?" 

자신답게, 당당하게 사는 삶을 포기한 이의 침울한 표정이 인상 깊다.
김지혜 기자 jihyekim@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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