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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높이 소통[삶의 문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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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4.16  15:4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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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경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초빙교수
 

“은경아 밥은 먹었나? 약은 챙겨 먹었제?” 어머니는 딸이 못미더운지 이런 내용의 전화를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꼭 하신다. 요즘 들어서는 ‘산에 갔다’ 하면 ‘강에 갔다’ 로 알아듣고, ‘밥 먹었다’ 하면 ‘약 먹었다’ 로 들으시니 그렇잖아도 강의하고 나면 입을 열기가 귀찮은데 어느 날 어머니와 통화 중에 슬그머니 짜증이 났다. “어머니 이비인후과에 좀 가보세요 자꾸 왜 엉뚱한 말씀을 하세요?” 하며 볼멘소리를 해댔다.


그 일이 있은 후 며칠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전화하시던 어머니가 전화 한 통이 없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연락드렸더니 어머니 목소리가 가라앉아 있었다. 왠지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엄마, 어디 편찮으세요? 목소리가 왜 그러세요?” 이렇게 몇 번을 여쭈어 봐도 말씀을 하지 않던 어머니가 결국 속을 털어놓으셨다. 바쁘다는 핑계로 항상 어머니의 전화를 건성으로 받은 것 하며, 당신 귀가 아직은 멀쩡한데 귀먹은 노인네 취급을 한 것 하며 그동안 나에게 서운했던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어머니 죄송해요! 용서해주세요!”를 거듭 반복하며 간신히 화를 풀어드렸다. 어머니의 눈높이에 맞추어 조금 더 천천히 또박또박 알아듣기 쉽게 말을 해야 하는 것인데 너무 내 입장만 생각했던 것이다.
 

이처럼 남과 대화 할 때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추기보다는 내가 편리한대로 말하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 더구나 제일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처럼 평소 허물없이 지내는 사람일수록 이런 실수를 많이 한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대의 눈높이에 맞추어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갈등의 대부분은 서로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 오는 경우가 많다. 상대의 눈높이에 맞추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전달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심을 갖추고 있다.
 

한번은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자신이 본받고 싶은 사람을 발표하라고 했다. 그랬더니 개그맨 유재석이라고 말하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았다. 그 이유는 이렇다. 유재석은 상대의 입장을 배려해서 말하고, 행동하며, 자신보다 상대가 빛이 나도록 만들어주는 따뜻한 리더십을 가졌다. 게다가 위트까지 갖춰 인간미가 넘친다. 그 말을 듣고 유재석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유심히 보니 학생들의 말이 맞았다. 그는 소통을 무척 잘하는 사람이었다. 높은 인기의 비결도 거기에 있었다.
 

유재석이 말한 소통의 열 가지 법칙 중에  ‘내가 하고 싶어 하는 말보다 상대방이 알아듣기 쉽게 얘기하라’는 구절이 있다. 그렇게 하면 서로에 대한 오해의 여지도 줄어들고, 일로 만난 사람이라면 일의 능률을 더 높일 수 있다. 미디어 이론가 마샬 맥루한(Herbert Marshall McLuhan)은 “훌륭한 커뮤니케이터는 상대의 언어를 사용한다.“ 라고 말했다. 비록 내가 학식이 높고, 그 분야의 전문가일지라도 나만 알아듣는 언어로 지식을 전달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상대가 알아듣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데, 그것이 황금 덩어리처럼 귀중한 것이라 한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소통의 달인들은 상대의 편에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한다. 그것이 그들을 성공시킨 비결이기도 하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이번 주말에는 어머니를 찾아봐야겠다. 어머니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눠야겠다. 나랑 가장 가까운 내 어머니와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데, 그 누구와 제대로 소통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난 또 어머니에게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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