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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의 부산 인사이트] - 누가 감히 뉴딜을 말하는가?
일간리더스경제신문  |  ileaders@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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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25  17:5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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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삼(전 부산발전연구원장)
지역개발 외치지만 오히려 지역 매력 잃어
뉴딜정책 신화 근원지 美테네시주
TVA화력발전소 연못 터진 사건
터전 잃은 주민·파괴된 자연 환경
정부개입 찬스에만 집중되는 현실
뉴딜정책 만능으로 여기는 한국
포퓰리즘적 사고에 빠질 수 있어

 
2008년 12월 22일 이른 아침 '뉴딜정책'이라는 신화의 근원지인 미국 테네시주 해리만 근처의 TVA(테네시강 유역개발공사) 화력발전소 저장연못이 터져 11억 갤런의 물과 찌꺼기가 쏟아져 흘러내렸다. TVA 대표와 사장인 Tom Kilgore는 TVA는 문제 지역에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하고 있으며, 제거작업이 매립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근 주민들은 집을 잃었으며, 다른 사람들은 환경오염이 그들의 건강에 미칠 여향을 걱정하고 있었으며, 지금도 화력발전소의 미세먼지에 시달리고 있다.
 
 당시 TVA는 테네시에 방류된 찌꺼기들을 치우는데 하루 백만 달러를 사용했다. 10억 갤런의 오염된 석탄 찌꺼기를 볼 때, 엄청난 처리비용이 들었음을 말해준다. 대규모 제거작업으로 TVA 킹스턴 화력발전소 부근에 있는 하류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한때 누렸던 삶의 질은 결코 회복 될 수 없을 것이다. TVA가 초래한 피해의 증거가 공개되자, "우리가 잘못된 일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뭔가 잘못되었다면 우리의 의도와는 상관없는 일이며, 지역발전에 경제적 논리를 결코 우선해서는 안된다. 우리의 목표는 지역의 가난을 해소하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테네시유역의 뉴딜정책의 결과는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는 완전히 다름을 알려주는 것이다.
 
◇ 왜 뉴딜은 가장 선호하는 신화가 되었을까? 
 1933년부터 TVA는 한꺼번에 모든 것을 열정적으로 그리고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개발계획의 핵심은 댐의 건설이었다. 홍수를 막고, 강의 운반을 돕고, 전력을 생산하고, 저수지를 이용해 폭포를 만들고, 레크리에이션과 관광객 유치에 사용한다는 계획이었다. 전기는 무엇보다 비료를 생산하고 농가에 전력을 공급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었다. 전기는 또 산업을 유치해 이 지역의 지나친 농업의존도를 개선하는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댐이 완성되어 전력이 공급되기 시작하자, 농촌의 전력조합이 결성되어 전력을 구입해 농가와 촌락에 나눠주었다. 사람들은 도움을 받아 학교개선위원회, 영양 및 요리모임, 보이스카우트와 걸 스카우트, 수공예조합을 만들었다. 또 위생과 보건 캠페인, 도서관, 스포츠동호회 등을 조직해 운영하고 참여했다. 전기가 생산되기 시작하자마자 TVA는 산업유치를 추진했다.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알루미늄 제련소와 비료공장 및 화학공장이 유치되었고,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무기와 폭약을 생산하는 공장이 들어왔고, 전쟁이 끝나기 전에 원자폭탄 생산을 위해 테네시주 오크리지에 산업단지가 형성되었다. 건축업, 이주산업, 행정 및 공공서비스 분야 등의 일자리는 부유해진 농가와 더불어 도시와 소도시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제 사람들은 주머니가 두둑해졌다. TVA의 전설, 즉 토지를 살리는데 대단한 성공을 거두고 가난과 후진성을 극복하는 방법을 찾는데 인간적이며 창의적이었다는 찬사를 받은 이 평가는 인위적 도시권을 건설했던 초기 10년에 집중되었다.
 
 TVA는 처음부터 이 지역이 소유한 우수한 자산에 의존하고 있었다. 즉 전력생산능력이었다. 이를 중심으로 한 초기개발단계에서는 개발되면서 많은 것들이 빠른 속도로 개선되었기 때문에 아직 개발계획이 초기단계라는 이유로 다른 많은 결점이 용서되었다. 경제적 다변화와 팽창은 이미 분명해졌고 앞으로도 그 성장 동력은 계속 이어질 거라는 생각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그렇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지역내 도시의 일자리 부족이 이를 반증하는데, 지역 내 소비를 위한 생산도 저조했고 지역시장은 무기력했다. 이 지역은 여전히 빈곤을 벗어나지 못했는데, 1964년 존슨대통령은 교외지역과 테네시지주 녹스빌 주변을 빈곤지역으로 지정해 특별기금을 지원해주었다. 1978년 녹스빌에서 25마일 떨어진 댐을 두고 환경문제에 대한 논란이 벌어졌을 때, 여전히 경기침체가 심각한 이 지역의 사람들은 아무리 환경에 해가 되더라도 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이 댐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마지막 남은 유일한 희망이었기 때문이다.
 
 1945년부터 TVA의 전력생산 확대계획은 수력발전을 넘어 대규모 화력발전에 눈을 돌렸다. 1970년에 전체 전력의 80%가 화력발전소에서 공급되었다. 그러나 비용부담으로 인해 개발공사는 원자력발전에 눈을 돌렸다. 이 결과 이 지역은 화력발전과 수력발전뿐만 아니라 원자력발전에서도 미국 최고의 전력생산지역이 되었다. 이처럼 TVA의 유일한 경제적 자산은 전력 자체가 아니라 값싼 전력이었다. 초기 전력생산비용은 타 도시와 비교하면 절반에 불과했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생산비용이 증가하게 되자 TVA는 편법을 찾게 되었다. 댐을 더 건설할 계획을 세우고, 고객에게 존재하지도 않는 목적을 만들어 일부러 보조금을 지원하였다. 심지어 단지 전력을 생산한다는 목적 때문에 주요 농지와 숲, 멋진 자연경관을 파괴했다. 비난을 피하기 위해 개발공사는 그 총책임자가 법정에서 시인했듯이 이들 프로젝트의 목적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허위로 꾸며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전력생산비용이 증가하자 이 지역은 매력을 점차 상실하고, 파괴된 환경만 고스란히 남게 되었다.
 
◇ 다시 살아나는 뉴딜신화
2008년 당시 오바마정부는 테네시 지역의 사고에 대해서 경제진흥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민주당 정부의 간판상징인 뉴딜정책의 신화가 되살아나려는 것이다. 나아가 그린에너지정책을 통해 에너지원이 석유나 석탄에서 벗어나 풍력, 태양에너지 등으로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특히 새로운 일자리창출을 국가개입에 의해서 만들 수 있다는 단견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기후변화의 위험을 부각하면서 그린에너지정책의 중요성을 거침없이 내놓았다. 미국의 경우, 과거 특정산업분야가 국가정책과 손을 잡고 번성해 왔으며, 군수, 자동차, 담배, 석유, 금융 등이 그 예이다.
 
 오바마정부의 그린에너지정책을 위한 보고서 ‘높은 길 또는 낮은 길? 새로운 그린경제에서의 직업의 질’에서 국가경제에 널리 깔려있는 현재의 환경관련 직종(제조, 건설, 폐기물관리 등)을 검토하고, 정책선택이 환경직종을 좋은 직장으로 연결시키려하지만 반드시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오바마정부는 경제진흥정책을 환경직종을 창출하는데 적용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고심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문제는 지금까지의 환경직종이 본질적으로 좋은 직업은 아니었다라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엄청난 해고와 직장폐쇄를 통해 사람들에게는 자신에게 직접 영향이 없다하더라도 직장창출에 대해서는 무조건적 호의를 보내고 있다. 당사자들에게는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정부는 이를 과도한 개입의 찬스이며, 일부 산업은 국가의 도움으로 성장할 수 있는 호기로 여기고, 엄청난 문제점을 지닌 뉴딜정책을 지나치게 포장한다면 21세기를 이끌어나갈 새로운 경제모델을 만드는 데 실패할 것이다.
 
 1984년 제인 제이콥스는 ‘도시와 국가의 부’에서 TVA 정책의 시작과 결과분석을 통해 뉴딜정책의 효과를 제대로 분석하고 있음을 앞서 소개했다. 결론은 국가의 개입은 단기간 성과는 낼 수 있지만 지역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없다는 제인 제이콥스의 주장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도시의 내생적 역동성이 부족한 지역에 대출해 주거나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은 무력하거나 불균형적인, 혹은 영원히 의존적인 지역으로 만들 수는 있지만 건강한 지역경제를 만드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직면하여 장단기정책처방을 마련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정부들은 동분서주하고 있다. 시장지상주의를 비판하고, 나아가 국가개입의 정당성 필요성을 필요 이상으로 강조하고 있다. 특히 서구나 한국은 뉴딜정책의 성과를 금과옥조로 삼고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당연시 여기고 있다. 그러나 과도한 국가개입의 위험을 공산주의 몰락에서 우리가 이미 보았다. 국가위기를 구해야 하는 것은 정부의 핵심의무이기 때문에 경제개입은 당연하나, 위기나 지난 후의 국가 활력은 정부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현명한 국가개입과 도덕적 해이를 견제할 수 있는 시장경제의 결합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힘을 정부는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뉴딜정책은 검증할 필요 없는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정책입안가들 중에 뉴딜정책을 제대로 공부했다고 볼 수 있는 인물은 보기가 어렵다. 대부분의 정책입안자나 학자들은 반짝이는 아이디어-구체화과정-정책수립-집행-효과발생이라는 긴 정책과정 중에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골라서 자신이 이미 갖고 있는 사고의 틀에 비추어 검토하고 좋다-나쁘다 라는 판단을 평생 머리 속에 지니고 있다. 사람은 패턴이 한번 형성되면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결코 바뀌지 않는 독특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살펴보기 위해 토론이 필요하고, 끊임없는 수정과 반성이 인간에게 필요한 것이다.
 
 우리가 과거에서 지혜를 빌려온다는 것은 아주 필요하며, 현명하다고 말할 수 있다. 지혜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모든 부분들을 검토하고, 장점과 단점을 분석할 수 있어야 하며, 그 결과를 편견 없이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때 얻어지는 것이다.
 
 곧 선거철이 다가온다. 여야후보 막론하고, 뉴딜을 언급하지 않는 후보들이 없을 것이다. 왜 뉴딜이 한국에서는 금과옥조로 통할까? 국가의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포퓰리즘적 사고 때문이다. 이 단어가 어떻게 번역되던 가장 확실한 의미는 정치인들이 자기 돈이 아니기 때문에 책임감 없이 선심 쓰는 것을 말한다. 돈을 누가 부담하든 의미가 없다. 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이 없다. 오직 지금 이 순간에 유권자의 표만 획득할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이 포퓰리즘의 핵심이다.
 
 뉴딜정책의 이론을 제공한 것은 케인즈로 알려져 있다. 그의 책 '고용·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 마지막 부분에서 다음과 같이 경고하고 있다.
 
 "경제학자와 정치철학자들의 사상은. 그것이 옳을 때에나 틀린 때에나. 일반적으로 생각되고 있는 것보다 더 강력하다. 사실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이밖에 별로 없는 것이다. 자신은 어떤 지적인 영향으로부터도 완전히 해방되어 있다고 믿는 실무가들도, 이미 고인이 된 어떤 경제학자의 노예인 것이 보통이다."
 
 내년 선거에서 뉴딜소리가 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정치인이나 공무원은 자신이 사용하는 용어의 뜻을 제대로 공부하길 바란다.
 
 함부로 뉴딜을 말해서는 안된다. 이는 곧 포퓰리즘으로 빠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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