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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에서 만남으로
일간리더스경제신문  |  ileaders@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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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2.12  14:4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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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향은
     고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삶은 이별이다. 흐르는 시간과의 이별, 낯익은 장소와의 이별, 손떼 묻은 물건과의 이별, 길들어진 관습과의 이별... 이별 하면 우리 마음에 떠오르는 것은 왠지 모를 아쉬움과 서운함이다. 더구나 이별의 대상이 생명을 지닌 존재였다면 그 생명과의 헤어짐은 때로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과 고통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쉽게 지워지지 않을 깊은 상흔을 남기기도 한다.

귀한 생명을 잃었을 때 느끼게 되는 상실감은 그 생명을 직접 알지 못한 이들에게도 널리 공유되는 감정이다. 최근 우리에게 심리적 박탈감을 가져온 두 생명과의 이별이 있었다.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은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전문의 임세원 교수,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의 만행을 알리고 공의를 위해 앞장서서 싸워온 김복동 할머니와의 이별이 그것이다.

임세원 교수는 예약 없이 찾아온 환자가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온정과 후의를 베푼 자애로운 의사였다.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일촉측발의 위기 상황에서 자기 살 길을 찾기보다 간호사의 안전을 먼저 살핀 보호자였다. 평소 환자와 그 가족을 살뜰히 보듬은 자상한 상담가였을 뿐 아니라 선후배 동료에게는 신의 두터운 동역자였으며 자신의 가족에게는 든든한 기둥이었다.

김복동 할머니는 일본에 의해 자행된 인권 유린의 참상을 용감하게 알린 인물이었다. 과거 여군으로 알려진 정신대가 일본에 의해 끌려가 성착취를 당한 피해자 집단이었음을 세상에 처음 폭로한 당사자였다. 또한 일본이 반성과 사과는커녕 진실 은폐와 책임 전가에 급급한 것을 규탄하고 반인륜 범죄의 처벌과 재발 방지를 위해 공개 저항과 사회 운동에 힘써온 투사였다.

이별을 통해 비로소 가까이 알게 된 이 두 사람의 궤적은 우리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종적을 새겼다. 임교수의 행적에서 느낄 수 있는 착하고 어진 마음은 우리의 상한 심령을 위로하고 아픈 상처를 치유하는 신비한 효험의 명약 처방을 남긴다. 공의를 향한 김할머니의 담대한 행보는 사필귀정의 세상을 믿게 하고 그런 세상을 위해 우리 모두 함께 져야 할 사회적 책무를 일깨운다. 

두 생명과의 이별, 애석하고 비통한 일이나 이별로 우리는 또 다른 만남에 이른다. 생명을 살리는 마음,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마음, 진실과 정의를 위해 용기내는 마음, 내 고통을 통해 타인의 아픔을 헤아리는 마음, 개인의 불행과 상처가 확산되지 않게 하는 마음, 내 손익에 연연하지 않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마음. 그 만남과 만나게 한 이별, 우리 가슴 속 반짝이는 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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