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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019년 기업위기관리 대전망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
일간리더스경제신문  |  ileaders@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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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03  15:4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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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
초등 4학년 때 친구 3명과 제기 술래잡기를 한 적이 있다. 시골에서 서울로 갓 전학 왔는데 선뜻 놀이에 끼워준 것이다. 선의에서 시작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문제가 생겼다. 늘 나만 술래가 되는 것이다. 술래 벌칙이 100번을 늘 넘어가니 아무리 열심히 해도 영원한 술래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방과 후에 몇 시간씩 술래로 학기 내내 고통스럽게 보냈다.
 
일주일이 멀다하고 기업위기가 발생한다. 재벌2세의 폭행, 회사 대표의 성추문, 배임과 횡령, 가맹점주 착취 등 정말 다양한 형태의 갑질 사건들이 연이어 터진다. 작년은 말 그대로 기업입장에서 다사다난했다. 작년 4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회의 도중 직원에게 물컵으로 물을 뿌린 사건이 터졌다. 이 사건을 기폭제로 대한항공 일가의 비리가 연이어 폭로돼 커다란 위기에 봉착했다. 작년 ‘최고의 갑질’은 아무래도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폭행과 성희롱 사건일 것이다. 전 직원이 근무하는 사무실에서 직원을 폭행하는 동영상은 큰 충격을 줬다. 양 회장의 갑질이 워낙 엽기적이고 충격적이어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승무원에 대한 갑질과 대림산업 직원 9명의 하청업체에 대한 갑질은 상대적으로 약해 보인다.
 
디지털시대에는 기업이나 공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디지털 마녀사냥에서 자유롭지 않다. 왜곡된 정보를 온라인에 올리면 갑질 이슈에 목마른 네티즌들이 SNS에 순식간에 퍼뜨린다. 언론은 검증 없이 이것을 기사화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억울한 피해자는 어디 하소연할 데도 마땅치 않다. 나중에 억울한 사연이 올라오지만 이미 피해자는 만신창이가 된 상태다. 이런 마녀사냥으로 온라인평판이 무너지면 직장을 잃거나 정신병을 앓거나 심지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2012년 2월 채선당 사건을 복기해보자. ‘임산부가 종업원에게 배를 걷어차였다’고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 국민적인 공분을 샀다. 채선당 사장과 종업원은 악마보다 나쁜 인간으로 전락한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CCTV를 확인한 결과 반전이 일어났다. 종업원과 임산부의 말다툼이 있었지만 폭행의 증거는 없었다. 검증되지 않은 글이 생사람을 잡은 것이다. 종업원이 당했을 고통을 한 번 상상해보라. 사장은 가게를 헐값에 처분했다. 누명을 쓰는 것만큼 이 세상에 억울한 것은 없다.
 
2017년 9월 240번 버스기사 사건을 기억하는가? ‘버스 기사가 5세 남짓의 어린아이가 혼자 내린 것을 확인하고도 뒷문을 열어달라는 엄마의 요구를 무시했다’는 글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버스기사가 일순간 파렴치한이 됐다. 세상의 모든 욕을 먹으며 괴로워하던 기사는 자택(15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자살충동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서울시 조사 결과 기사의 유기 방조는 사실이 아니었다. 무혐의를 증명한 CCTV가 아니었다면 버스기사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렇듯 수많은 허위 혹은 과장된 글이 인터넷을 선동하고 있다. 인터넷에는 아무런 검증장치나 자정노력이 없다. 경찰자료에 의하면 2017년 사이버 명예훼손과 모욕 사건은 1만 3348건에 달한다. 하지만 검찰은 이 중 62%를 불기소 처리했다. 기소돼도 벌금이 100만 원 남짓이다. 이렇게 처벌도 경미하니 온갖 거짓이 판치는 것이다.
 
사회적 지탄을 받고 법의 엄중한 심판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갑’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과도하게 매도당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하나의 갑질 사건이 터지면 언론, 시민단체, 노조, 네티즌의 집중포화를 받게 되고 회사는 ‘멘붕’에 빠진다. 회사 관계자가 해명하고 사과를 해보지만 진정성이 없다고 더욱 비난을 받는다. 패해 보상을 하지만 더 큰 요구를 하게 되고 불매운동으로도 확산된다. 사건이 부풀려지고 사실이 아닌 루머가 팩트인 양 보도된다. 영원한 술래가 된 회사는 깊은 수렁으로 빠지게 된다. 매출 감소, 주가 하락은 물론 대표직 사임과 법적 책임까지 지게 된다. 시간이 지나 사건 자체가 과장됐다는 사법부 무혐의 판결이 나와도 이를 보도하는 언론은 드물다. 아무도 가짜뉴스 진위여부에 대해 관심이 없다.
 
조현민 전 전무의 이른바 ‘물컵 투척’ 사건이 무혐의로 최종 결론 났지만 그녀에 대한 마녀사냥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기업위기관리 전문가 입장에서 봤을 때 2013년 남양유업 ‘대리점주 갑질’ 사건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남양유업은 거의 ‘악마의 화신’처럼 낙인 찍혔다. 6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불매운동이 진행 중이다. 위기극복을 위해 처음으로 외부에서 영입한 이정인 남양유업 대표가 작년 마지막 날에 사임했다. 그 어떤 처방을 내놔도, 아무리 얻어맞아도 대중은 분이 풀리지 않는 형국이다.
 
2019년 기업과 관련된 갑질 사건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인가? 아니면 줄어들 것인가? 디지털 정글은 더욱 험악해지고 있다. 그리고 기업과 CEO에 대한 도덕적 잣대가 더욱 엄중해지고 있다. 이런 환경과 국민적 정서를 감안하면 올해는 기업 입장에서 지뢰밭이 될 것이 자명하다. 막상 위기에 처하면 대부분의 기업은 혼비백산해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맹수에게 쫓기는 타조가 머리만 모래에 박는 것을 아는가? 바로 그게 위기기업의 대응책이다.
 
초등 4학년생이 영원한 술래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악동들이 놀리는 재미를 느끼지 못하게 건성으로 하는 등의 저항을 하면 됐다. 아니면 제3자 즉,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얘기해서 해결책을 찾았어야 했다. 그걸 그때는 깨닫지 못했다. 중이 제 머리를 깍지 못하는 법이다.
 
위기기업도 마찬가지이다. 무조건 잘못했다고 모든 것을 내려놓는 타조가 돼서는 안 된다. 잘잘못을 따지는 용기가 필요하다. 아울러 자신을 옹호하고 지지하는 제3자를 찾는 노력도 필요하다.
 
때리는 사람은 대부분 상습범이 된다. 왜냐하면 때리는 데 묘한 쾌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번 폭행범은 영원한 폭행범이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악성 댓글로 마녀사냥을 하는 사람들은 댓글폭력에서 엄청난 도파민이 분비된다. 그 도파민을 차단하지 않으면 위기기업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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