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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칼럼] 가을비
일간리더스경제신문  |  ileaders@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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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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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향은
      고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인간은 환경 속에 둘러싸여 있고 인간과 환경의 상호작용이 개인과 집단의 삶과 문화가 된다. 다양한 환경 가운데 자연은 인간의 반응과 적응 양식을 발달시키는 자극으로 작용한다. 매일 경험하는 날씨는 하루를 여는 화두가 될 뿐 아니라 인간의 사고, 정서,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된다. 특히 평소와 다른 날씨는 인간이 환경 속의 존재며 환경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곤 한다. 어제 내린 비는 이런 각성제 역할을 했다. 

날씨에 대한 호불호는 지극히 개인적이다. 내 경우는 맑은 날을 좋아한다. 맑은 날 느껴지는 밝고 환한 에너지를 좋아하고, 맑은 날 볼 수 있는 자연과 사물의 선명한 빛깔과 그 투명한 느낌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흐린 날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흐린 날의 독특한 색조가 자아내는 운치 있는 분위기를 좋아할 때도 종종 있다. 반면 비 오는 날은 질색할 정도로 싫어하는데, 그 이유를 일일이 열거하자면 아마도 이 지면을 다 할애해도 부족할 것이다. 

습도가 높은 것, 시야가 흐린 것, 우산을 지참해야 하는 것 등이 비 오는 날을 불편, 불쾌, 불호로 연결 짓는 개인적 이유다. 게다가 어제처럼 강풍을 동반한 큰 비가 내리면 우산도 무용지물이 되기 쉽고 온몸이 젖는 난감하고 난처한 상황이 된다. 또한 곳곳의 정체로 지연과 차질이 빚어지기 십상이고, 자칫 방심하면 길을 지날 때 옆 사람의 우산에 찔리거나 난 데 없는 뺑소니와 같은 자동차 물벼락을 맞는 것도 비 오는 날을 끔찍이 싫어하는 이유다. 

11월 중순으로 접어드는 시점에 내린 비로는 이례적인 비가 내렸다. 장마와 태풍이 합쳐진 것 같은 위력이었다. 수업을 하러 가던 길이었는데, 순간 발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거센 비바람이 몰아쳤다. 강풍에 우산이 꺾였고 몸이 떠밀렸으며 머리부처 발끝까지 젖었다. 강의실에 도착했지만 이런 상태로 수업을 해야 하는 것이 암담했다. 다행히 10분가량 일찍 도착해 잠시 몸을 말리고 들어갈 틈이 있었는데, 이 짧은 시간 동안 사고의 전환이 가능했다. 

때에 맞춰 내리는 한여름 장맛비든 철지나 내리는 늦가을 비든 비가 내리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비가 오면 비를 맞는 것도 자연스런 일이다.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자연적 제약을 극복하는 인공적 시설과 장비도 발전해왔다. 그 문명의 이기를 누리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자연을 정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착각 속에서 자연과 멀어진 삶, 자연을 망각한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간은 대자연의 일부이며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은 영원한 과제다. 

유엔은 우리나라를 만성적 물 부족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어제 내린 비가 메마른 국토에 유용한 급수 자원이 되어 오랜 가뭄을 해갈하는 데 유익할 것으로 생각하니 불청객 같았던 비가 반가운 단비로 생각되었다. 또한 나와 달리 비를 좋아하는 지인들을 떠올리니 비로 인한 문제가 감수할 만한 사소한 것으로 여겨졌다. 한편 우산이 있어 더 큰 피해를 모면할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서 궂은 날을 위한 대비와 지원의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인생도 맑은 날만 있지는 않다. 흐린 날도 있고 비바람 부는 궂은 날도 있다. 때로는 이런 날이 연달아 오기도 한다. 인생길에서 부딪는 환란과 역경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것이 관건이다. 크고 작은 위기 상황에 대한 준비와 채비, 도움과 나눔도 중요하다. 빗길을 홀로 힘겹게 걸어가는 이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길벗이 있을 때 비 오는 날도 견딜만한 날, 감사한 날이 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또한 비 맞는 누군가의 우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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