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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문턱에서] 시와 삶 사이에서
일간리더스경제신문  |  ileaders@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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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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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태 여행컨설턴트
 
시를 쓰는 친구에게서 자신의 시가 게재된 이름도 생소한 월간 문학지가 배달되었다. 

우선 처음 몇 분간은 무조건 반갑지. 공짜로 보내 주어 더욱 고맙고. 책을 펼치고 호흡대로 읽어 내려가노라면 너무 쉽게 책장이 넘어 간다. 나야 뭐 시나 문학을 잘 모르니까. 물론 맨 뒤 정가까지 일거에 다 봐 버린다. 정가 8000원. 그 친구도 여느 글 쓰는 친구가 다 그렇듯이 별로 생활이니 씀씀이가 넉넉하지는 않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고 나서 슬슬 부아가 치밀기 시작한다. 과연 그 친구는 이 시를 기고하고서 고료나 제대로 받았을까? 노력한 대가는 고사하고라도 그것으로 원고지, 잉크 값이라도 된다면 좋으련만... 그러나 우리 주위의 문학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필경 이 친구도 자신의 시를 게재하는 조건으로 월간 문학지 몇 십, 몇 백 권을 사서 내게 부쳐 준 게 틀림없다. 그래서 나는 글은 쓰되 투고하지는 않는다. 물론 내 글 솜씨가 형편없어 투고해봐야 소용없는 일임이 분명한 것이 첫째 이유이고 설령 심사에 통과했다 손치더라도 원고료 받아 치부(?)할 만한 문학지나 신문이 얼마나 있을라고. 현대문학? 조중동? 글쎄다. 외려 투고를 빌미로 '책 몇 백 권만 사 주신다면...' 이런 조건으로 게재를 종용할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아직은 때가 아닌 것이다. 사람은 다 때가 있다 하지 않은가. 글을 써서 밥을 먹고 산다는 것이 우리의 현실에서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나처럼 월급쟁이로 사는 사람이 글을 써서 투고를 한다? 작품이 게재가 된다? 그러면 그 다음 수순은? 정말 유수 신문이나 월간 잡지의 신춘문예라면 명성은 둘째치고 고료라도 쏠쏠하련만... 그런 경우에는 그 경쟁률이 몇 백대 일이 넘은 지 오래다. 더구나 IMF 체제 이후 누군들 글이야 못 쓰나? 더욱 돈을 노리고 글을 쓰는 사람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뼈빠지게 한 달 일해야 몇 백만 원 벌지도 못하는데 투고 한 번하고 글 한 편 싣는 데 정말 몇 십, 몇 백 만원 어치 책을 사 줘야한다면 이건 너무 사치스런 취미다. 골프가 훨씬 싸게 먹히지. 그래서 월급쟁이는 글과는 자연 멀어 질 수밖에 없다? 이것도 글쎄다.

그러나 애당초 장사나 사업하는 사람들은 글을 쓴다는 일과는 거리가 멀다. 즉 글(문학)은 돈(장사)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사이라는 거다. 월급이란 돈이 얼마나 공정한 일한 대가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오랜 시간동안 이런 월급체제가 유지되는 걸 보면 보편적인 기준은 있는 것 같다. 일한 만큼 받는 게 월급이니 적어도 부도덕한 돈은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글은 좀은 부도덕하게 돈을 버는 장사나 사업하는 사람들이 써야 하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적정 이윤이라는 게 있지만 장사야 때만 잘 만나면 폭리를 한들, 사업상 사기에 가까운 이윤을 낸들 누가 뭐라 하겠는가? 이런 눈먼 돈을 버는 사람이 글을 써 투고한다면 책 몇 백 권 사는 것이야 무슨 대수랴! 장사, 사업에서 한 건하면 그마만한 돈은 벌충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러나 우리같은 월급쟁이야 한달 벌어 빠듯하게 먹고 사는 데 글 한 편 투고에 몇 백 만원이 나간다면? 고료를 받아 치부를 하여도 시원챦은데 글쟁이 식구 모두 손가락만 빨고 몇 달을 견디며 '우리 엄마, 아빠는 자랑스런 작가'나 되뇌이며 지적 허영심으로 배를 채워야 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문학지를 보내 온 친구에게 고맙다는 인사대신 슬며시 치민 부아로 포장한 글을 보내며 고마움을 표시한다. 연극이, 미술이 제아무리 배고픈 작업이라 해도 아직도 희미한 불빛 아래 허름한 공간에선 예술 혼을 불어넣으며 땀흘리는 젊은이가 부지기수이리라. 그들이 무식한가, 아니면 아직도 대한민국 파이팅인가! 글을 쓰는 내 친구! 시가 죽고 문학이 몰락하는 이 시대에도 스스로는 찬란하게 피어 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 자신을 찬연하게 밝히거라. 마음이 가난한 시인에게 사랑으로 글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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