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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자의 예(禮)
장종원 선생  |  ileaders@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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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16  15:3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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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학자.
예란 인류사회를 통제해 가는 하나의 원리이고 제도이며 조리다. 또 하나의 구체적인 표현이고 의식이며 나타나는 형식이고 일상생활의 형태인 것이다. 그런 까닭에 순자가 주장한 예는 크게 인류 만사를 포함하지 않는 것이 없으며 작게는 개개인의 하나의 움직임과 정지함과 생활·교양 등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우주의 규범은 이 원리에 맞아 들어가느냐에 따라 시비가 결정되고, 모든 정치는 이 제도에 이로움과 해로움을 주느냐에 따라 좋고 나쁨이 결정된다. 모든 문화는 이것을 바탕으로 미추가 분간된다. 수신과 학문은 이것의 학습이고 훈련이다. 그런 까닭에 그의 글에 나타나는 예란 말은 극히 넓은 의미로도 사용되고 극히 세밀한 데도 사용된다.

그러므로 순자에 나오는 예는 예, 악, 궁술, 다스림, 글, 수리의 예와도 거리가 있고, 인, 의, 예, 지의 예와도 거리가 있다. 왜냐하면 말을 타는 것도 규범에 맞으면 예에 포함된 것이고, 인의도 공리· 공론이 아니라면 예가 아니며, 그 나타난 형태가 인이고 의라면 도리에 맞고 규범에 맞는 이치니 또한 예에 포함되는 것이다. 순자가 유가에서 흔히 쓰는 인이나 의라는 말을 별로 사용하지 아니한 것도 그 까닭이다. 따라서 후세의 학자들이 순자를 읽을 때 예를 다른 경서의 예를 바탕으로 해설한다면 과오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가 말한 예의 질서란 어떤 것인가? 첫째, 현우, 귀천, 노소, 빈부 등차의 확립이다. 일사분란한 질서 있는 사회 조직을 정치의 최대 목표로 하고 있는 그는 신분 계급의 질서를 중요시 하지 아니할 수 없었다. 요즈음 일부 학자들이 순자가 실력 본위로 인물을 등용할 것을 제창하고, 신분에 따라 부귀를 누리는 것을 배격한 것을 계급 타파의 사상처럼 말하나 그것은 전혀 맞지 않는 말이다. 또 신분에 따른 분업도 중시하였다. 어리석은 사람은 현자에게 지위를 양보하고 그를 따르며, 신분이 천한 사람은 귀한 사람을 섬기며, 젊은이는 늙은이에게, 가난한 사람은 부자에게 협조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순자가 말하는 제도의 기초다. 만일 천한 사람이 귀한 사람을, 젊은이가 늙은이를, 못난 사람이 현명한 사람을 지배하려 들거나 충돌이 일어나면 사회의 혼란을 초래한다고 하였다. 사회의 질서는 안전하게 다스려지고, 생활은 윤택하게 발전되고, 사회는 아름답고 평화스럽게 유지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모든 사람이 자기의 생활에 불만이 없이 고맙게 생각하며, 자기의 신분과 자기의 직무를 공평하게 생각하고, 거기서 어긋나는 것이 불행인 것을 알고 기쁘게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까닭에 예란 하나의 분별이라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잘 먹고 잘 입으며 편하게 살려고 한다. 이것이 사람의 일상적인 욕망이다. 그러므로 우선 이 욕망을 채워주어야 한다. 부지런히 일만 하면 소득이 늘고, 소득이 늘면 얼마든지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 대신 부지런히 일하지 않거나 충실히 직무를 지키지 못하면 결과는 남과 같이 먹고 살 수 없다. 그러나 사람의 욕망에는 한계가 없다. 물건은 적고 욕심내는 사람이 많으면 분쟁이 일어난다. 분쟁이 일어나면 평화는 깨진다. 그러므로 하나의 절제가 필요하다. 순자의 예란 하나의 절제다. 그리하여 신분에 따라 할 수 있는 한계가 마련되어 있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서민이 사대부의 생활을 할 수는 없었다. 사대부는 제후의 생활을 할 수 없고, 제후가 삼공의 생활을 할 수 없고, 삼공이 천자의 생활을 할 수 없었다. 이 등차의 기준을 가장 적절하고 세밀하게 일일이 규정지어 준수하도록 해 놓은 것이 예다. 최대의 생산과 최적의 절제를 가한 나머지는 국가의 부로 축적하고 이 축적된 부는 다시 백성의 후생과 비상의 대비와 국가의 보안으로 돌아갔다. 천자는 최고·최귀의 절대 지상자인 까닭에 최고의 부귀를 누린다고 순자는 말한다.

사람들은 이런 모든 행복과 평화는 천자가 좋은 제도를 마련해 주고, 지켜 준 은혜인 것을 알고 가장 존경하며 사랑하고 그를 위하여 생명을 바치고 이해를 같이 하도록 하였다. 사람은 누구나 명예를 좋아하나 치욕은 겪지 않으려 한다. 그러므로 예를 잘 지키는 사람에게 상과 명예를 주고 예의를 지키지 않는 사람에게는 벌과 치욕을 주었다. 백성으로 하여금 어느 것이 이익이고 어느 것이 해가 되는지, 어느 것이 안전하고 행복한 길이고 어느 것이 두렵고 불행한 길인지, 어느 것이 명예스럽고 영광스러우며, 어느 것이 욕되고 험난한 길인지를 분명히 알도록 한 것이다. 그것은 스스로 택할 수 있는 길이고, 아무도 가감해 줄 수 없다는 사실을 알도록 한 것이다. 이것이 왕도이고 선왕의 제도이며, 예라고 순자는 강조하였다. 그러므로 순자가 설파하는 예는 미리 정해진 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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