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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칼럼] 귀농인 창업자금은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는 빚일 뿐이다
일간리더스경제신문  |  ileaders@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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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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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강진
      농촌진흥청 지도정책과
      강소농경영지원팀 전문위원
 

요즘 모 대기업 화재보험 광고에는 컵을 두드리면서 “별일 많은 세상에도 별일 없이 살아야죠”라며 보험 가입을 권유하면서, 그 보험에 가입하면 ‘천만다행’이라고 한다. 일상생활에서는 보험에 가입하면 ‘천만다행’이라고 외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불행히도 ‘귀농’은 ‘천만다행’이라고 할 만한 안전장치가 전혀 없다. 

지난 19일 한 공중파 방송에서 귀농창업자금 사기에 대해 보도되었다. 실패 없는 고수익 아이템이라며 ‘애견 브리딩’ 사업으로 농촌 생활에 목마른 사람들을 유혹해서 귀농창업자금을 자신들에게 집행하게 만들고는 나몰라라 하는 이야기였다. 

개인적으로는 TV를 통해 방송되는 사연들은 참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터질 것이 좀 빨리 터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경우 심사를 위한 심사를 통해 귀농인 창업자금 지원사업이 확정되고, 영농정착 상황에 대한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사업 운영 상황을 미루어 보았을 때 그다지 이상한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칫 잘못하면 수많은 유사 사례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아무도 지켜줄 이 없으니, 청년농업인 스스로 경계하고 철저하게 준비할 수밖에 없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준비가 안 되었는데도 귀농인 창업자금을 ‘눈먼 돈’ 취급하면서 최대한 많이 받아내는 것이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정책자금이라도 어디까지나 대출은 대출일 뿐이다. 일상생활에서는 돈이 필요하지도 않는데 이자 부담을 안으면서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경우는 없지 않는가. 정책자금은 본인의 영농 상황에 맞게 제대로 활용을 하는 것이다. 초기 투자금을 최소화해서 본인의 농사에 대한 성공 가능성을 판단한 뒤 다른 정책자금을 찾아나서는 것이 농업에 임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또 최대 3억 원이라는 귀농인 창업자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애견 브리딩’ 같은 참사를 막을 수 있다. 귀농인 창업자금 활용에 대한 계획을 제대로 수립하기 위해서는 골방의 인터넷 검색이 아니라 자신의 귀농지역과 품목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선행되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정부에서도 제도적으로 권장하고 있는 현장실습교육이다. 

현장실습교육은 2013년도에 비로소 도입된 제도로 선도농가의 농장에서 해당 작목에 대한 실습을 해 보는 것이다. 그 이전에 귀농한 선배들은 이런 제도의 혜택도 받지 못한 채 수업료를 지불하거나 무보수에 가까운 임금을 받으면서면서 실습을 해야 했다. 

나는 귀농인 현장실습교육 사업 평가에 대한 정부 용역과제를 2년 정도 수행하면서 150곳에 달하는 실습 현장을 방문했다. 또한, 귀농을 위해 현장실습교육을 원하는 약 100여 명의 북한이탈주민을 현장실습 농가에 소개하고 사후관리를 담당한 바 있다. 

한 선도농가는 현장실습교육을 ‘진짜 목마른 사람에게 물 한모금 주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 만큼 절실해야 하고, 그 절실함이 느껴지면 선도농가는 귀농에 필요한 물을 조건 없이 한모금 내 주게 되는 것이다. 실습을 했던 선도농가가 바로 후원자이며, 선생님이 된다. 

내 경험에 미루어 보았을 때 본인의 영농지와 품목, 지역 정서와 주위 사람들에 대해 사전 정보를 수집하여 제대로 된 귀농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현장실습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만약, 현장실습을 하지 못했다면 자비를 들여서라도 선도농가의 농장에서 적어도 6개월 이상은 필수적으로 체험해야 한다. 이 정도의 각오가 없으면 거액의 창업자금을 받지 말 것을 권한다.  

우리는 흔히 오픈마켓에서 3만 원짜리 물건을 살 때도 가격 비교는 기본이고 동일 가격대 유사 제품의 성능도 꼼꼼하게 따진 후에야 비로소 구매를 진행한다. 당연히 구매확정도 까다롭게 하고 여의치 않으면 클레임도 건다. 

그러면 3000만 원에 달하는 차량은 어떠한가. 온라인 커뮤니티나 지인을 통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유사 차종도 비교해보고 대리점에 가서 차 모양도 실제로 보고 시승도 해 본다. 할부조건이나 할인 프로모션도 따진다. 하물며 3억 원이라는 평생 벌어도 모으지 못할 자금을 사용하는데 그 정도 노력을 못하겠는가. 

‘애견 브리딩’ 같은 사기 업자들은 지역 기반이 없고 농업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귀농인들의 약한 고리를 파고든다. 품목은 다양하지만 수법은 비슷하다. 자신들한테 돈을 주면 생산기술과 판로를 모두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듣기에는 그럴싸하지만 노예계약이며, 자신의 운명을 그들에게 저당잡혔다 해도 무리한 표현은 아닌 것 같다. 

청년 창업농들에게 분명히 말한다. 농업 분야는 그 사기꾼들이 말하는 손쉬운 고소득도 일확천금도 없다. 오직 자신의 힘으로 뚜벅뚜벅 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더 외롭고 힘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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