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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개정 상가임대차보호법 시행이 가져올 변화는?상가임차인 안정적인 영업권 보장…젠트리피케이션 해소 기대
신성찬 기자  |  singlerider@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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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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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산보증금 폐지 안돼…황금상권내 임차인 보호 미흡
   
▲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부산 전포카페거리
“남의 토지를 빌려 농부가 피 땀 흘려 일구어 놓은 텃밭에 과실이 익을 무렵, 텃밭의 주인이 나타나 과도한 자릿세를 요구하며 소유권을 주장한다. 기껏 텃밭을 일궈왔던 농부는 떠나야만 한다. 그리고 다시 쓸모없는 텃밭을 골라 씨앗을 뿌린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잘 설명해준다.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지난 달 20일 국회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현대판 소작농으로 불리는 상가임차인들을 위해 마련된 이번 개정안은  상가임차인의 안정적인 영업권 보장을 골자로 하고 있다. 소상공인의 노력 등으로 상권이 활성화되더라도 임대료가 급등하면서 정작 상권 발전에 기여한 소상공인이 바깥으로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막자는 취지다. 공포 후 바로 시행되는 이 개정안의 주요 내용과 효과를 소개한다.

◇임차인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 기존 5년―〉10년까지로 확대
 
기간 연장의 경우 상가건물은 한곳에서 영업을 하는 동안 단골손님 유지 및 이익의 창출을 위해서는 적어도 10년이 필요하다는 입법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임차인이 영업을 위해 최초 투자한 시설비용, 인테리어 비용 등을 감안해 볼 때 이를 회수하기 위한 적정한 기준을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한 것이다. 임차인의 입장에서는 영업의 성과로 발생한 가치를 5년 더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의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건물주는 한 번 들어온 임차인을 내보내기 어려워지므로 세입자를 까다롭게 선별해 받으려 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엄정숙 부동산전문 변호사는 “갑질의 시대를 겨냥한 입법부의 단호한 메시지로 개정 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가난한 소상공인의 등불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 임대인에 의한 권리금 지급 방해 행위 금지기간, 임차기간 만료 3개월 전 -> 6개월 전으로 확대
 
현행 임대인의 권리금 지급 방해 행위 금지기간에 따르면 임차인은 권리금을 회수하기 위해 새로운 임차인을 주선함에 있어 임대인은 계약만료일 3개월 전부터 이를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으로 인해 임차인은 6개월 전부터 새로운 임차인을 주선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개정안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기간 연장 조항과는 달리 법 시행 후 현재 계약중인 관계에도 바로 소급 적용된다. 현재 계약만료를 앞두고 있는 임차인들은 숙지해야 한다.

 
◇ 전통시장 권리금 보호대상 포함
 
권리금 보호대상에는 전통시장 내 상가임차인도 포함됐다. 전통시장은 그동안 대규모 점포로 분류돼 권리금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현행법은 일반상가 임차인에 대한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영세상인이 영업하고 있는 전통시장은 포함되지 않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개정안에 권리금의 보호대상에 전통시장도 포함돼 보다 많은 소상공인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 상가건물분쟁조정위원회 설립
 
상가건물분쟁조정위원회 설립은 지난해 도입돼 성과를 거두고 있는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역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돼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신속한 분쟁해결이 기대된다.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분쟁 조정률은 94%를 기록했다. 다만 이 규정은 공포 후 6개월 후부터 시행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상가임차인이 땀과 노력을 들여 쌓아온 재산적 가치가 실질적으로 그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는 데 개정법의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환산보증금 제도 존속
 
‘환산보증금 제도 폐지’는 이번에도 국회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했다. 환산보증금이란 월세에 100을 곱한 후, 거기에 보증금을 더한 금액을 말한다. 그 금액이 일정 수준을 넘는 임차 상인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을 부분 적용받는다. 이를테면 임대료 상한률 규정이 그렇다. 환산보증금 내의 임차 상인을 둔 건물주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보장하는 계약갱신 요구 기간 내의 임대차 계약 갱신 시 5%가 넘는 임대료 증액을 할 수 없다. 그러나 환산보증금 외의 임차 상인을 둔 건물주는 그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  서울의 환산보증금 기준 금액은 6억1000만 원이다. 부산과 제주도는 각각 5억 원, 2억7000만 원이다. 상가임대차법을 제정할 당시 환산보증금이 일정액 이상이면 부자에 속하는 세입자이므로 굳이 법으로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법무부의 주장이 관철돼 탄생한 법규정이다. 개정안에서도 역시 이와 같은 논리에 의해 환산보증금 규정은 폐지되지 않았다.
 
부산의 최대 번화가인 서면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환산보증금 제도로  피해를 입는 세입자들은 황금상권내에 있는 세입자들”이라며 “건물주의 입장에서는 환산보증금의 범위를 넘어서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좋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임대료가 급등하지나 않을까 하고 걱정한다”고 토로했다.

 
국회는 임대인에게도 혜택을 주기 위해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대응해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부동산 임대수입이 연 7500만원 이하인 임대인이 동일한 임차인에게 5년이상의 임차를 해줄 경우 6년째 계약분부터 매년 임대사업에서 발생하는 소득세.법인세를 5% 감면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일본은 임대료 상승이 사회 문제가 되면서 ‘차지차가법’이라 불리는 임차인 보호법을 만들어 소상공인 권익을 지켜왔다.
 
지난 1991년 제정된 차지차가법의 가장 큰 특징은  임대인에게 ‘갑질’을 할 여지를 크게 제한해 놓았다는 점이다. 우선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해약 통고를 할 수 없으며, 계약 기간이 만료해도 계약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 유일한 예외는 임대인이 일정 기간 부득이하게 부재하는 경우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 철거될 건물을 계약하는 경우뿐이다. 게다가 철거를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절하는 것도 건물이 붕괴 상태에 이르러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만 가능하다.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해도 임대인이 특약 체결 시 직접 사정을 설명한 서류를 작성해야 한다. 임차인이 영업을 그만두거나 건물이 무너지는 것이 아니면 계약갱신이 거절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개정된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조차 ‘환산보증금’ 제도 등을 통해 건물주의 권리를 중시하는 우리와는 큰 차이가 있다.
 

   
▲ 일본 동경시에서 100년 동안 스끼야키를 판매하고 있는 음식점

임차인을 약자로 보고 이를 보호해 온 일본의 전통이 오늘날 특색있는 백 년 가게를 만든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일본 임대차보호법은 약자인 임차인을 임대인으로부터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해 영업기간을 보장하는 법률과 소상공인을 지지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일본의 작은 가게들은 도시의 활력을 키우고 있다.   신성찬 기자 singlerider@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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