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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문턱에서] 첫 경험
일간리더스경제신문  |  ileaders@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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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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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향은
     고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우연한 기회에 서울시 마라톤 대회에 대해 알게 되었다. 소식을 접하자마자 맘이 동했다. 소아암 환자를 돕는다는 특별한 취지와 참가를 가능하게 하는 현실적 여건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선뜻 참가를 결심할 수 있었던 것은 마라톤 대회라는 이름을 무색케 하는 "깍두기 코스", 걷기 종목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원칙주의자인 내게 변칙이 이토록 반갑게 느껴진 것도 부록처럼 얻은 첫 경험이었다. 

심야버스로 서울에 도착했다. 새벽 공기가 꽤 쌀쌀하게 느껴지는 날씨도 전 날 내린 큰 비의 흔적도 대회를 위한 최상의 컨디션은 아닌 것 같았다. 부산에서부터 챙겨온 옷을 주섬주섬 껴입고 비몽사몽 대회장으로 향했다. 생각 보다 많은 이들이 이른 아침에 운집해 있는 것도 놀라웠고, 소매 없는 런닝셔츠 차림의 프로 러너 같은 이들이 여기저기 눈에 띠는 것도 놀라웠다. 켜켜이 옷을 입고도 잔뜩 몸을 움츠린 나와 달리 모두 생기 있고 활기 있어 보였다. 

이왕이면 뜻 있는 일에 함께 하는 이가 많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두어 달 전 사전 신청 기간 중에 서울에 사는 가까운 지인 몇 명에게 연락을 했었다. 다들 나처럼 대회에 대해서는 금시초문이었지만 주저 없이 동참 의사를 전해왔다. 한데 행사 당일 정작 현장에 나타난 이는 한 명밖에 없었다. 의미 있는 첫 경험을 함께 하기로 한 약속이 공약이 되고만 것이 아쉬웠지만, 생의 첫 경험을 공유할 동반자가 하나라도 있었던 것이 내 첫 경험의 의미를 풍성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어렸을 때 여러 종목의 선수로 뛰었을 정도로 운동을 좋아하고 잘했던 내가 유일하게 싫어하고 못했던 것이 달리기였다. 특히 장거리 경주는 늘 완주만도 버거운 힘겹고 고통스러운 경험이었다. 반면 걷기는 어려서나 지금이나 좋아하고 잘한다. 다른 운동은 안한지 오래지만 걷기는 꾸준히 해왔기에 긴 거리도 문제될 것이 없었다. 오히려 오래 걷는 동안 지금껏 생각해보지 못했던 소아암 환자와 그 가족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됐다. 경주와 인생의 닮은 점도 하나 둘 떠올랐다.

출발점은 같아도 각자 가는 길이 달랐다. 같은 길을 가더라도 동기, 준비, 과정, 속도가 달랐다. 시간, 체력, 기후 등의 물리적 제약이나 중단하고 싶은 심리적 유혹처럼 극복해야 할 도전적 과제가 있었다. 함께 가는 길동무가 있는 것이 긴 여정을 덜 지루하게 했다. 어떤 길이든 포기하지 않아야 끝까지 갈 수 있었다. 결국 종착점은 가야 할 길에 대한 초심이 있었던 제자리였다. 의미를 담은 행보가 가야 할 길, 갔던 길을 미소로 기억하게 했다. 벌써부터 두 번째 경험을 기대하게 하는 첫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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