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왼쪽
오른쪽
  • UPDATE : 2018.8.15 수 09:58
> 기획/연재 > 연재
허실의 전략
장종원 선생  |  ileaders@leaders.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신고하기
승인 2018.05.31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미투데이 트위터
   
▲ 동양학자
적의 진지가 비었는지, 잘 지키고 있는지, 적의 동향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는지 태공이 말한 바 있다. 적의 진지가 비어있는 것을 ‘누허’ 라고 하는데 적이 진지를 비우고 허수아비를 세워놓은 채 군사들이 사라진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장수된 자는 반드시 위로는 하늘의 법칙을 알아야 하고 아래로는 땅의 상태를 알아야 하며, 가운데서는 사람의 일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높은 곳에 올라가서 아래를 바라보며 적의 움직임과 변화를 관찰하고, 적의 진지와 성을 살펴 그것이 비었는가, 지키고 있는가를 알아야 하며, 병사들의 동태를 보아 적진의 상태를 알 수 있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북을 치는 모습을 관찰하여 들어 보면 소리가 없고, 징을 치는 것 같은데 소리가 들리지 않으며, 적진의 상공에는 많은 새들이 평화롭게 날아다니고, 병사들이 모인 곳의 상공에 연기·먼지·사람의 기운이 보이지 않으면 적이 허수아비를 만들어 세워놓고 적군은 진지와 성을 비우고 떠난 것임을 알 수 있다. 적병들이 갑자기 떠났다가 얼마 있지 않아 안정을 취할 사이도 없이 다시 돌아오게 된다면, 그것은 적진의 다급한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다. 조급함이 지나치면 앞의 부대와 뒤의 부대가 서로 연결이 되지 않으며, 그리하면 행군하는 진형은 정연하지 못하고 반드시 혼란에 빠질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군을 신속하게 출동시켜 공격한다면 많은 적병이라도 적은 아군으로 반드시 이길 것이다.”라고 제시하였다.

이것은 아군의 이점을 확보해서 적의 약점을 공격하는 것이다. 아군의 상황은 드러나지 않아야 하며 적의 움직임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적을 드러나게 하고 아군을 드러나지 않게 하는 것은 아군의 전력은 집중시키되 적군은 분산되도록 해야 함을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집중시킨 전력으로 분산된 적을 공격하면 목표는 명확해진다. 아군의 상황을 잘 은폐하여 적군이 수비할 곳이 많아지면 아군과 싸워야 할 적군은 줄어들게 된다. 이는 용병술의 영원한 화두이다. 무형과 무성의 상태는 매우 은밀한 기동을 의미한다. 은밀하게 움직여 적의 눈에 띄지 않으면 적이 당황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전력의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그냥 생기는 정도가 아니라 수직상승한다. 전쟁은 완벽한 전력상의 우위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손자의 신념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아무런 위세가 없는 듯한 군대가 건실한 것이고, 강력한 것처럼 보이는 군대가 오히려 약체일 수 있다는 역설이 있다. 적의 형세는 가능한 드러나게 하여야 하지만 아군의 형세는 드러내지 않아야 하며 드러나면 자멸의 지름길이다. 적이 굳게 지키는 곳을 공격하면 적은 작은 빈틈까지도 굳게 지키려고 한다. 그러나 적의 작은 빈틈을 노려 재빨리 공격하면 단단히 지키고 있던 곳마저 허술해지고 결정적인 빈틈을 드러내게 된다.

『삼국지』 「촉서 제갈량전」에 세상 다스리는 이치를 꿰뚫은 불세출의 정치가 겸 전략가 제갈량이 맹획을 사로잡자 맹획이 “내가 붙잡힌 이유는 ‘허실’을 잘 몰랐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내용이 나온다. 제갈량은 남중에 이르기까지 가는 곳마다 싸워서 이겼다. 이때, 맹획이라는 자가 이족과 한나라 사람들에게 신임을 받고 있다는 말을 듣고 현상금을 걸어 그를 사로잡도록 하였다. 사로잡은 뒤 아군의 진영을 살피게 하고 “이 군은 상태가 어떠한가?”라고 물었다. 맹획은 “전에는 허실을 몰랐기 때문에 졌습니다. 이제 진영을 돌아보았으니 만일 이와 같다면 분명히 쉽게 이길 수 있습니다”라고 답하였다. 맹획은 이전에는 제갈량의 군대가 허술한 것처럼 판단되어 철저한 대비가 미흡하여 패하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제갈량의 진지를 돌아보니 전략적으로 허술한 듯 보이나 철저하고 완벽한 진용을 볼 수 있었다. 제갈량은 맹획을 풀어주고 다시 싸웠다. 일곱 번 풀어주고 일곱 번 사로잡았지만 제갈량은 여전히 맹획을 풀어주었다. 맹획은 멈추어 가지 않고 “그대는 하늘의 위엄을 지녔습니다. 우리 남인들은 두 번 다시 배반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하였다. 그러고는 그대로 오랑캐가 있는 성곽주위에 둘러 있는 연못에 이르러 제갈량을 위하여 싸울 준비를 하였다.

남중이 평정되자 제갈량은 그들의 우두머리를 임용하였다. 어떤 이가 이 일로 제갈량에게 간언하자, 제갈량은 “만일 승리한 곳에 아군을 남게 하려면 적지에서 얻게 된 병사도 함께 주둔시켜야만 하였을 것입니다. 병사들을 주둔시키면 식량을 얻지 못해 첫 번째로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족들은 전쟁서 패하여 부모 형제를 잃었습니다. 아군들을 남게 하고 얻은 병사를 함께 주둔시키지 않는다면 악화된 이족들의 감정으로 어떤 재난이 발생할지도 모르니 두 번째로 어려운 상황이 됩니다. 또 이족들은 관리들이 무능하다고 판단하여 내쫓고 죽이는 죄를 거듭 짓게 될 것입니다. 만일 아군 쪽의 사람들과 정복지의 사람들을 함께 지내게 한다면 서로 믿지 못해서 세 번째로 불안한 상황이 초래 됩니다. 지금 나는 아군의 병사를 남기지도 않고 정복지의 식량도 빼앗지 않으며 기강을 바로 세우고 이족과 한족이 화합하여 안정된 생활을 하도록 한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이것은 아군의 안전과 정복지의 희생을 최소화 시키는 전략·전술로 제갈량의 지략이 뛰어남을 보여 주는 것이다.

상대가 예측하는 방향을 공격하는 것은 오히려 역습의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제갈량의 지략과는 정반대의 사례가 송나라 양공의 일화이다. 그는 적의 전열이 모두 갖추어진 뒤에 싸움을 벌이려다 결국 화살을 맞고 죽음을 맞이하였다. 적의 전열을 갖추도록 시간을 주는 전략은 ‘어리석은 인자함’에 불과한 것이다.
 
장종원 선생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신고하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미투데이 트위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회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중앙대로 594 |  대표전화 : 051-996-2400  |  팩스 : 051-996-2408  |  등록번호 : 부산 가 00020  |  발행·편집인 : 이헌률
등록번호 : 아00219 |  등록일자 : 2015년 2월 06일 |  청소년 보호책임자 : 백재현
Copyright © 2014 일간리더스경제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