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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칼럼] 밥상이 있는 집을 만들자
일간리더스경제신문  |  ileaders@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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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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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길 동남지방통계청 농어업조사과장
 
오월이 되니 필자가 근무하는 사무실로 올라오는 길옆의 조그만 공원에 서 있는 커다란 이팝나무가 하얗고 탐스런 꽃을 피웠다.
 
지난 해 가을에 추수한 식량들은 다 떨어지고, 올해 타작할 보리는 아직 여물지 않아 곡식으로 사용하기 어려워 돼지감자 등 구황작물과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5월 즈음에 흐드러지게 핀 꽃의 모습을 보고 하얀 쌀밥의 이미지가 떠올라 이름 붙이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필자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70년대 초반에만 해도 담임선생님께서 보리쌀, 잡곡 혼합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점심시간 전에 학생들의 도시락을 검사하였고, 어린 학생들은 까칠까칠한 보리쌀이나 잡곡의 식감이 싫어서 어머니에게 쌀밥은 도시락의 아랫부분에 깔고 윗부분을 잡곡밥으로 덮어 달라고 하여 보리밥을 먹지 않으려고 애쓰곤 했다. 식품위생법에서조차 잡곡이 일정 비율이상 섞이지 않은 백미밥 판매를 규제하던 때였고, 그만큼 쌀이 귀한 대접을 받던 시기였다.
 
그러나 공급량을 늘리기 위한 다수확 품종 개발, 농지의 규모화, 기계화 영농 도입 등으로 쌀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게 되고, 음식 섭취 패턴이 변하게 됨에 따라 2000년 이후 국내 쌀 수급상황은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태를 지속하게 된다.
 
이를 통계적으로 살펴보면, 1965년 쌀 생산량이 350만톤에서 2017년 397만톤으로 늘어났으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20.9Kg에서 61.8Kg으로 급속하게 줄어들었다.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동 기간 동안 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함으로써 수급차를 조금 상쇄 시킬 수 있었다.
 
바꿔 말하면, 인구가 두 배 가량으로 늘어나는 바람에 전체 소비량이 347만톤에서 318만톤으로 29톤밖에 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지만 쌀 수급상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문제는 심각하다.
 
2017년 한 해만 보더라도 생산량이 397만톤에 달하는데 소비는 318만톤(제조가공용 제외)밖에 되지 않아 약 80여 톤의 초과공급이 발생한다. 게다가 전년 재고(200여만톤)와 의무수입물량(41만톤)을 감안하면 무려 320만톤이 초과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2017년 쌀 공급분을 가지고 2018년 연간 쌀 소비가 이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구가 다소 증가(20만명 이내)하더라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밥 대신 고기와 빵 등을 섭취하거나 다이어트라는 명목으로 아예 굶는 사람들이 생기면서부터 쌀이 남아돌게 되고 골칫덩이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2018년 2월말 기준 정부의 쌀 재고량은 230만톤으로 국내 쌀 적정재고량의 세 배에 달한다.
 
이처럼 재고량이 늘어나면서 재고 보관을 위한 비용 또한 증가하여 2018년도에는 2,532억원의 예산을 책정해 두고 있다. 곡물 특성상 수확 후 보관 기간이 길어질수록 맛이 떨어지게 되는데(고미화, 古米化), 어이없게도 우리는 맛없는 쌀을 만들기 위해 해마다 2,000억 원 이상의 돈을 보관비용이란 명목으로 퍼 부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낭비요인을 없애기 위해 정부에서는 논에 타 작물 재배를 유도함으로써 식량 자급률을 제고하는 동시에 쌀 재고량을 줄이기 위해 국외 수출을 시도하고 식량원조협약(FAC)에 가입하여 해외 빈민국에 지원하는 물량을 늘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무상지원을 실시하고 있으며 향후 경로당, 양로원등에 무상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
 
이러한 정책들이 제대로 효과를 발할 수 있도록 농민들은 논에 타 작물을 심음으로써 벼 적정 재배면적을 유지하고, 다수확 품종보다는 국민들의 입맛에 맞는 명품과 기능성 품종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국내 쌀 생산과 재고량이 적정규모를 유지할 수 있도록 벼농사를 보호함으로써 식량주권을 강화하고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더 시급한 것은 우리 모두가 편의점에서 간편하게 컵라면으로 한 끼를 때우거나 공장식 외식 프랜차이즈에서 상품을 골라먹는 행태에서 벗어나 정성으로 가득한 밥상을 식구들과 함께하는 ‘집에서 식사하기 운동’을 펼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가족식사 활성화를 통해 화목한 가족관계를 형성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되찾음으로써 오랜 기간 쌀을 주식으로 사용하던 한민족의 DNA와 밥심에서 나오던 은근과 끈기의 문화가 이어지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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