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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문턱에서] 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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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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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향은
    고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가을에 이어 구덕산을 찾았다. 봄물 오른 산야는 빛깔로 다가왔다. 연둣빛 새싹, 연분홍, 진분홍빛 꽃잎이 눈에 들어왔다. 산을 따라 걷다 보니 가을 산과는 다른 풀 내음, 봄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봄은 소리로도 들려왔다. 구덕산의 나이테 같은 계곡의 물소리는 귀에 부지런히 봄을 실어 날랐다. 오감으로 만난 봄 산에서 겨울이 지난 것이 실감났다. 인고의 세월을 끈기 있게 견뎌낸 후 마침내 생기 있고 활력 있는 모습으로 변신한 자연은 경이롭고 아름다웠다.

혼자 맛보기 아까운 봄나들이에 마침 길동무가 있었다. 나는 홀가분한 차림이었지만 다른 분들은 모두 짐을 든 차림이었다. 우리 가운데 가장 연장자가 제일 무거운 짐을 들고 나타났다. 실랑이 끝에 이 분의 짐을 빼앗다시피 낚아채 산행을 시작했다. 나는 빈손이었고 무릎도 멀쩡했으며 나이도 한참 어렸다. 내 고집이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날만큼은 떼쓰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고집 부려 들었던 짐과 함께 푸짐한 덤을 듬뿍 받아왔다.

산을 오르내리는 두어 시간 동안 양 손을 번갈아 가며 짐을 들었다. 그런데 왼손으로 짐을 옮기면 오래 가지 않아 다시 오른 손으로 짐을 옮겨야 했다. 오른 손 잡이니까 당연한 일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었지만, 양 손이 감내할 수 있는 무게, 시간, 피로도의 차이가 현격하게 큰 것을 보면서 그 이유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 동안 오른 손 근육에 집중되어 온 부담, 수고, 고통이 결국 오른 손의 힘이 되었고, 그 힘은 왼 손이 따라잡을 수 없는 근력과 근성이 된 것이다.

생각해 보니 양치질, 수저질을 비롯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크고 작은 물건을 잡고 쥐고 쓰고 들고 나르는 일을 오른 손으로 한다. 나의 경우 수업 시간에 판서하는 일까지 때로는 힘들고 버거운 훈련을 축적해온 것이 오른 손을 강인하고 강력하게 단련시켜 온 내력이 되었고, 왼 손이 꺼리는 일도 수월하게 감당케 하는 내공이 된 셈이다. 근력을 기르는 것은 능력을 기르는 것이고, 그 능력은 가능성, 자신감, 영향력, 회복력으로 확장되는 효력을 발휘한다. 짐을 짊으로써 얻게 되는 덤이다. 

몸의 근력 못잖게 마음의 근력을 기르는 일도 중요하다. 한국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14년 연속 자살률 1위라는 사실은 우리가 마음의 힘을 기르는 일을 소홀히 해왔음을 경고하는 지표다. 근력이 있어야 무거운 짐을 거뜬히 들어내  듯, 마음의 힘을 길러야 인생의 짐을 꿋꿋이 버텨낸다. 봄을 기대하기 어려운 겨울에도 절망치 않고 인내하며 끝내 새 생명을 싹 틔우는 자연처럼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성장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인생의 과업은 방학도 휴학도 없는 평생의 학업이다. 김향은 고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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