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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문턱에서] 껍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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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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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향은 교수
      고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껍질, 껍데기, 그 느낌은 거칠고 딱딱하며 이름조차 예쁘게 들리지 않고 밉게 들린다. 그런 껍질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작년 여름 손가락을 다쳤고 불편함이 해소되는 순서를 지켜보게 되었다. 가장 먼저 찾아온 회복은 피부 손상과 통증의 완화였다. 한 두 달이 지나고 나니 통증이 줄어들고 새살이 돋아났으며 큰 불편함 없이 다시 손을 쓸 수 있었다. 그러나 시커먼 멍이 손톱에 번져갔다. 서너 달이 되도록 멍 자국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고 점점 더 짙어지고 부위도 넓게 퍼져나갔다.

생각보다 더디 없어지긴 했어도 멍은 내가 예상했던 징후였다. 멍 자국이 옅어질 무렵 생각지 않은 복병이 나타났다. 손톱이 흐물흐물해지고 표피가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멍든 부위를 중심으로 손톱 각질이 박탈되자 아주 작은 자극에도 손톱 밑의 여린 속살이 쓰리고 아파왔다. 손톱이 여기저기 갈라지다 보니 작은 실오라기라도 손톱 끝에 달려오게 될라치면 몸서리쳐지는 통증이 촉발되었다. 새 손톱이 날만하면 금세 우글쭈글해지고 갈라지고 부서지고 찢어지는 일이 여러 달 계속됐다.

부상 후 7개월이 지난 지금은 더 이상 손톱 파열이 없고 손톱 끝에 약간 울퉁불퉁한 흔적만이 남아 있다. 그 동안 가장 더딘 회복세를 보인 손톱을 보면서 가장 먼저 충격과 손상을 입는 부위가 껍질이고, 가장 늦게 회복되는 부위도 껍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껍질이 감내하는 수고와 인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외부의 자극과 공격에 직면하는 최전방 수비선이 바로 껍질이고 그 방어선이 무너졌을 때는 내부의 정상화 이후로도 원상복구에 긴 시간을 요하는 것이 껍질인 것이다.

이렇듯 껍질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게 되자 그 동안 예사로 보고 넘겨왔던 채소나 과일의 얇은 껍질도 필수적 보호막의 구실을 하고 있는 것이 하나 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손톱 손상이 한참이던 지난 가을과 겨울, 한 날 한 시에 사 놓은 사과, 배, 감, 귤이라도 껍질이 손상된 것은 쉬 시들고 속살이 빨리 산패하기 시작하는 것을 눈여겨 보면서 껍질의 가치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껍질이 튼튼해야 속도 튼튼할 수 있다는 생체 원리를 삶의 원리로 되새기게 되었다.

몸의 껍질처럼 마음의 껍질도 그렇지 않나 생각해본다. 우리 마음의 껍질은 인격의 틀과 테를 이루고 예의범절이나 격식으로 표현될 것이다. 이 마음의 표피는 외부의 자극과 맞닿게 되는 첫 관문이고, 만일 그 벽이 허물어졌을 경우에는 회복에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할지 모른다. 그런 면에서 내 몸과 맘의 껍질을 건강하게 관리하고, 내 몸과 맘의 껍질이 소중하듯 다른 이의 몸과 맘의 껍질도 소중히 다뤄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음을 인식하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껍질이 보여주고 들려준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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