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왼쪽
오른쪽
  • UPDATE : 2019.11.15 금 00:39
> 기획/연재 > 칼럼/기고
[삶의 문턱에서] 예상 밖 오키나와 여행
일간리더스경제신문  |  ileaders@leaders.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신고하기
승인 2018.03.26  15:42:42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미투데이 트위터
   
   김향은
      고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지난 설 연휴에 일본 오키나와로 출장을 갔다. 오키나와의 첫 인상은 내 예상을 벗어난 것이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현지 기온을 알아보니 부산의 11월 초 날씨였다. 쌀쌀해지기 시작하는 가을 날씨를 예상했으나 도착해보니 훨씬 따뜻하고 온화했다. 가을 옷을 챙겨오면서 혹시 하는 마음으로 얇은 옷 한 두 벌을 넣었는데 그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과 다른 현실이었지만 이 정도 예측 불발은 문제될 게 없었다. 오히려 적중하지 않은 예상과 예측이 기분 좋게 느껴졌다. 얇은 옷으로 갈아입고 홀가분한 몸과 맘으로 공항을 나섰다.
 
나를 초청한 기관은 일본 주재 외국 기관이었는데 공항에서 오는 길을 알려주는 안내에서 택시 운전사에게 영어로 "OO로 가주세요"라고 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한데 택시 운전사는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했다. 난감했다. 택시 운전사가 영어를 모를 경우 주소를 보여주라고 한 관계자의 말에 따라 출국 전 적어둔 한자 주소를 꺼내보이자 운전사는 바로 알아차리고 차를 몰았다. 미군부대 주둔지로 유명한 오키나와에서 영어 소통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 확신한 내 예측은 빗나갔지만 미리 준비한 메모 한 장으로 문제는 쉽게 해결됐다.
 
공항을 벗어난 지 30분쯤 후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내 예상을 무색케 하는 세 번째 상황이 벌어졌다. 신용카드를 내미는 내게 기사는 난색을 표하며 손사래를 쳤다. 나는 일본에서도 손쉽게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엔화 없이도 아무런 불편함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출국 전 무척 바빴지만 행여 현지에서 현금이 없어 함께 있는 이들에게 폐가 되는 일이 빚어질까 염려해 급히 은행에 들러 환전을 해오긴 했는데 안 그랬으면 정말 큰 낭패였겠다 싶었다. 글이든 돈이든 현지 통용을 예비한 것이 예상 밖 여정을 순조롭게 했다.
 
공식 출장 일정을 마친 뒤 이삼일 간 현지 관계자 인솔하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이때 한국에서 합류한 지인 몇 분도 동행하게 돼 기대하는 마음으로 예정된 일정을 기다렸다. 한데 이 기간 중에도 나와 지인들의 예상, 예측, 예견이 빗나가는 일이 이어졌다. 우리가 전망했던 일정이 번번이 변경되거나 취소되는 일이 생긴 것이다. 우리가 방문할 것으로 예정됐던 곳이나 우리가 만날 것으로 예고됐던 대상이 바뀌는 일이 자주 있었다. 중간에서 자초지종을 통역하는 나도, 내 설명을 전해 듣는 지인들도 당황스러운 순간을 연속해서 맞게 되었다.
 
솔직히 예상을 빗나가는 변화가 달가울 리 없었다. 그러나 예정된 일정을 변경하거나 수정하게 된 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 까닭,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바뀐 상황이나 계속된 변경이 불쾌하거나 짜증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여행 자체가 가변적 진행의 여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 갑작스런 변화도 여행의 일부로 생각되었고 앞일을 예단할 수 없는 데서 오는 불안하고 언짢은 마음보다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만족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러자 어쩌면 바뀐 일정이 예정된 원안 못잖게 좋은 일정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여행도 인생도 미리 챙겨간 옷, 메모, 돈과 같은 준비물이 참 요긴하게 쓰일 때가 있다. 이처럼 내 예상이 딱 들어맞거나 쓸모 있을 때도 있지만, 여행도 인생도 예측이 어렵거나 소용없게 되는 때도 있다. 때로는 예기치 못한 일이 잇따라 발생하기도 하는데,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한 준비나 대처가 우리에게 힘겨운 도전이 되기도 한다. 이 과제를 잘 헤쳐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우리 마음 속 어딘가 예비해두어야 할 여벌의 마음, 긍정의 마음일지 모르겠다. 시작부터 끝까지 내 예상을 벗어난 오키나와 여행, 그래서 예상 보다 더 좋은 여행이었다.
일간리더스경제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신고하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미투데이 트위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회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중앙대로 594 |  대표전화 : 051-996-2400  |  팩스 : 051-996-2408  |  등록번호 : 부산 가 00020  |  발행·편집인 : 백재현
등록번호 : 아00219 |  등록일자 : 2015년 2월 06일 |  청소년 보호책임자 : 백재현
Copyright © 2014 일간리더스경제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