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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선 산업 상당히 위축돼 있어…개혁 성공할지 지켜봐야”크리스토프 카피탕 뷰로 베리타스 한국 지사장
이현수 기자  |  leehs0103@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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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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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8년 창립…적합성 평가 및 인증 전문 기업
인증 사업체로는 유일하게 선급 사업 진행
한국선급 등과 경쟁
한국인들 업무 성과 뛰어나…상하 지위 관계는 부담

 
   
▲ 크리스토프 카피탕 뷰로 베리타스 한국 지사장.

뷰로 베리타스(Bureau Veritas)는 1828년 설립된 이래 테스트, 검사 및 인증(TIC) 분야에서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한국에서는 1979년부터 조선, 산업 설비, 원자재, 인증, 소비재 시험 검사 등 분야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조선 산업 본부는 부산에 위치해 있는데 부산의 조선 산업이 불황을 겪고 있는 요즘 크리스토프 카피탕(Christophe CAPITANT) 뷰로 베리타스 한국 지사장을 만나 뷰로 베리타스의 연혁, 한국 조선 산업의 전망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봤다.
 
-뷰로 베리타스의 주 업무는 무엇인가.
▲뷰로 베리타스는 적합성 평가와 인증 전문 회사다. 본사는 파리에 위치해 있고 전 세계 140여 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다. 매출은 50억 유로에 달하며 약 6만 60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1828년 창립 이래 선급 분야를 시작으로 현재 8개 전문 영역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1821년 유럽 해안에 대규모 폭풍이 휩쓸었었다. 당시 2000척의 선박이 난파됐었고 2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었다. 이 사건으로 그 동안 선주들이 그들 소유의 선박 상태를 속여 왔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것이 선급 사업이 시작된 계기가 됐다. 이 폭풍의 비극이 발생한 후 두 개의 보험사가 선박 검사를 실시하기로 결정됐고 1~3까지 등급을 매겨 이 등급에 따라 보험료를 책정하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뷰로 베리타스가 탄생했고 그 첫 사업이 조선 영역의 선급에서 시작된 것이다. 현재 조선 사업은 뷰로 베리타스 사업의 10%를 차지하고 총 매출 또한 10%를 차지한다.

그 외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산업 분야, 즉 석유 화학, 원자력 발전소, 산업 공정, 광업 분야가 있고 그 다음으로 건설과 소비재 검사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식당의 위생 상태를 인증하기도 하고 중국에서 생산된 인형이 프랑스에 수입될 경우 인형의 머리카락을 아기가 잡아당길 때 질식할 위험이 있는지 등의 검사도 시행하고 있다. 이상이 뷰로 베리타스의 주요 업무다.

뷰로 베리타스는 적합성 평가와 인증 사업에 있어 스위스의 SGS에 이어 세계 2위의 자리를 확보하고 있다. 1위인 스위스의 SGS는 선급 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뷰로 베리타스는 인증 사업체로서는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선급 사업을 하는 대기업이다.
 
-한국 본부는 어디에 있는가.
▲여러 곳에 한국 지사가 있다. 그 중 조선 사업 분야 본부는 부산에 위치해 있고 산업과 소비재 사업 본부는 서울에 위치해 있다. 한국에서 근무하는 총 직원 수는 400여 명이고 조선 관련 직원은 120여 명이다.
 
-한국에 경쟁 업체가 있는가.
▲있다. 조선 사업 분야에는 경쟁업체가 많다. 대표적인 곳이 한국선급인데 한국의 해양수산부 인정을 받은 선박 인증 업체다. 뷰로 베리타스 역시 올해부터 해양수산부의 인정을 받았다. 그 외에도 한국의 조선소에서 건조되는 선박들의 선급 업무에 참여하는 주요 경쟁사가 있는데 영국의 Lloyd–Lloyd’s Register, 유럽의 DNV GL-Det Norske Veritas Germanischer Lloyd 그리고 미국의 ABS-American Bureau of Shipping 등이다.
 
-주요 고객들은 누군가.
▲한국의 주요 3대 고객으로는 세계 최대 조선소인 울산의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을 들 수 있고 이 외에 중소 규모의 조선소들이 다수 있다. 또한 조선소에 선박을 주문하는 선주들이 뷰로 베리타스의 새로운 고객층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스를 운반하기 위해 삼성중공업에 가스 운반선 건조를 주문하는 고객이 바로 선주다. 지금까지 뷰로 베리타스는 선주 고객층에 대해서는 주력하지 못했었다. 이러한 선주들이 조선소에 뷰로 베리타스나 한국선급, 로이드 등의 선급 회사를 지정할 수 있기 때문에 뷰로 베리타스가 선급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룹이라는 점을 부각해 선주들과 직접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어떤 직원들이 뷰로 베리타스에서 일하고 있는가.
▲한국 지사의 직원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전체 직원의 약 2/3는 정규직 한국인들이다. 그 다음으로 외국인 직원들이 있는데 비 한국 국적 선주 고객들을 상대한다. 한국이 수주하는 선박 주문의 50%는 선주 중심 국가인 그리스 선주에 의한 것이다. 한국은 선박 건조를 전문으로 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뷰로 베리타스 한국 지사에는 그리스 선주들과의 소통을 위한 그리스인 직원들이 상주해 있으며 그 외 조선공학 분야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한국에 자리 잡고 있는 우크라이나인, 러시아인 등이 있다. 그리고 프랑스를 본사로 둔 기업이므로 당연히 프랑스 국적 직원들도 여러 명 있다. 우리 사업에 동참하는 직원들은 모두 뷰로 베리타스가 자격을 인증하는 최고의 전문가들이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들인가.
▲뷰로 베리타스가 하는 일은 선박 검사와 인증이다. 먼저 설계도를 검사한다. 선박이 규정에 맞게 설계가 됐는지 확인한다. 여기서 말하는 규정은 국제 규정(IMO 국제해사기구가 채택한 SOLAS국제 협약)과 국내 규정을 동시에 만족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국제 기준 범위 내에서 한국만의 기준을 세워두고 있다. 선박의 설계도(as-design)가 기준에 적합한지 확인하는 것이 우리의 일차적 업무다. 부산 지사에는 20여 명의 전문가들이 설계도 검사 작업에 투입돼 있다.

조선소에는 50여 명의 전문가들이 선박 건조와 관련된 업무를 맡고 있다. 그들은 건조된 선박(as-built)이 설계(as-design)와 일치하는지 검토한다. 그 다음으로 선박이 운행될 때 5~6명의 전문가들이 매년 선박을 방문해 규정을 잘 지키고 있는지, 규정에 맞지 않는 변경이 있었는지를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10여 명의 전문가들이 선박 설비 및 장비 인증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의 선급 사업 전망은 어떤가.
▲현재 이 분야의 한국 시장은 극히 위축돼 있다. 대형 조선소들이 지난 수개월에 걸쳐 30%의 인원을 감축했다. 현재 한국의 조선소들은 최대 역량의 60% 정도만 가동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조선 사업의 상당 부분이 중국으로 이전을 했다. 인건비가 한국에 비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둘째, 한국은 offshore 전문이고 이 분야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리더였으나 더 이상 offshore 프로젝트가 없다. 기름 값이 하락했고 심해 시추 작업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셰일 가스 때문에 시장이 침체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로서는 2020년까지 전망이 어둡다고 말할 수 있다.

현 상황이 우리들에게도 상당한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 정부는 거액을 투입해서 조선 분야의 생명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이 분야에서 밀려나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조선 공학과 조선 사업은 극히 기술 집약적이다. 한 사람의 전문가를 키우는데 10~15년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된다. 한국은 이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지금은 실력 면에서 중국이 한국을 따라잡는데 성공했으며 인건비도 한국에 비해 20% 낮다. 10년, 20년 후면 중국 또한 이 경쟁에서 밀려나 베트남, 인도, 필리핀에게 자리를 내어주게 될 수도 있다. 30년 전에는 일본이 조선 분야에서 선두였으나 한국이 그 자리를 빼앗았고 이제 한국이 위기를 맞을 차례가 된 것이다. 일본은 조선 산업 개혁에 성공했다. 한국도 개혁을 이뤄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크루즈 분야는 전망이 밝은가.
▲그렇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형 조선소와는 별로 상관이 없다. 대형 조선소들은 offshore, 가스 운반선, 대형 유조선 전문이기 때문이다. 요즘 아시아에서 왕성한 사업 분야가 바로 여객선과 크루즈다. 한국 시장에서 활발히 성장하고 있는 분야는 석유 화학 제품 운송선과 여객선이다. 한국 소형 조선소들의 고유 영역이라 할 수 있는데 뷰로 베리타스도 소형 조선소와 선주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이 분야로 사업을 전향하고 있는 중이다. 최근 우리도 여객선 두 척에 대한 의뢰를 받았는데 뷰로 베리타스의 한국 사업에 있어서 진전된 변화를 가져온 일이라 할 수 있다.
 
-한국에 온지 수개월 지났는데 부산의 첫 인상은 어땠는가.
▲사실 오래 전부터 한국에 오고 싶었다. 이전에 다섯 번 정도 출장을 와서 보름씩 머물렀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이 생활수준도 높고 살기 좋은 나라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또한 한국인들은 정이 많고 근면, 정직, 솔직, 투명해서 참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었다. 과거 군대 생활을 한 경력이 있어 이런 자질을 아주 높이 평가한다. 그래서 이곳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지낼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한국은 살기가 편하고 특히 부산이 마음에 든다.

한국에서 지낸지 7개월 정도 지났다. 업무에 있어서 한국인들의 올곧고 근면한 점은 정말 높이 평가한다. 정확한 프로세스만 주어지면 업무 성과도 뛰어나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실감하는 점은 상하 관계의 무게다. 이 점이 외국인들에게는 상당히 부담으로 다가오는 부분이다. 예를 들면 어떤 특정한 한 직원과 직접 일하기가 매우 힘들다. 직원이 굉장한 자질을 갖춘 사람이라 해도 그 직원이 속한 직속상관에게 결정을 맡겨야 하는 시스템이므로 이런 상하 지위 관계의 부담 때문에 개인의 업무 능력을 파악하기가 힘들다. 외국인 리더로서는 이 부분을 컨트롤하는 것이 상당한 난제라 할 수 있다. 문화적인 차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수를 하지 않고 위계질서가 다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항상 팀 단위로 업무를 진행하기 때문에 한 직원과 개인적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한국인들과 업무를 진행할 때는 지위 서열을 갖춘 팀과 작업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관건이다.

또 한 가지 한국에서 발견한 사실은 한국인들이 자신들의 업무 상 부족함이나 실수를 견딜 수 없어 한다는 것이다. 또 인간은 누구나 실수하기 마련이지만 어떤 실수가 발생하면 실수를 상부에 보고하는 것을 굉장히 곤란해 한다. 따라서 상사의 입장에서는 문제를 예견하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나는 이 두 가지 문화적 특징을 잘 파악하고 관리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흔히 부산을 프랑스의 마르세유와 비교하는데 두 도시 사이에 닮은 점이 있는가.
▲나는 프랑스의 남부와 파리도 잘 알고 한국의 서울과 부산도 잘 알고 있어서 두 도시를 잘 비교할 수 있을 것 같다. 부산 사람들은 프랑스의 남부 사람들처럼 말소리가 크고 감정 표현이 확실하다. 그리고 정이 많아 남 도와주기를 좋아한다. 바닷가 정서 같은 것이 잘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공통점은 운전 습관이다. 부산 사람들의 거친 운전 습관이 프랑스의 항구도시 툴롱이나 마르세유 사람들과 비슷하다.
 
-일상생활 속에서 당황하거나 놀란 일들은 없었는가.
▲개인적으로 한국인들의 ‘어른 아이’ 같은 성향이 참 좋다. 한국은 50년에 걸쳐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발전한 나라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즐길거리들이 갑자기 늘어났고 그것들을 향유하고자 하는 욕구를 갖게 된 아이 같은 면이 보인다. 나는 그런 모습이 참 보기 좋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에 살면서 불쾌한 일을 겪은 적이 없다. 살기 좋은 나라며 외국인들에게 꼭 한 번 와서 살아보라고 권하고 싶은 나라다. 이현수 기자 leehs0103@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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