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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는 사고의 편협성 심각한 상황…공생의 삶 살아야”김기 중화서당 원장
이현수 기자  |  leehs0103@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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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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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선비들 찾아다니며 공부…이후 서당 운영·강의 등 해와
현대인들 물질에만 경도돼 정신적 축 무너지고 있어
노력에 따라 정해진 운명 상승시킬 수 있어
   
▲ 김기 중화서당 원장.

최근 들어 현대사회의 각종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인간의 본성과 근원에 대해 고찰한 인문학이 주목을 받고 있는 추세다. 김기(56·연제구 거제천로) 중화서당 원장은 공자와 노자의 유가와 도가에서 그 답을 찾는데 오랜 세월을 보냈다. 서로 상반되는 입장을 가진 유가와 도가에서 어떤 해답을 얻을 수 있을지 김 원장에게 물어봤다.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 부탁한다.
▲원래는 유가, 유학을 공부했지만 현재는 전반적인 동양철학을 다루고 있다. 20대 때는 10여 년간 조선의 마지막 선비들을 찾아다니며 정말 옛날 방식으로 무릎을 꿇고 글을 배웠다. 이후 개인적으로 서당을 운영하면서 그동안 해왔던 공부들을 복습했다. 특히 30대 때는 우리 조상들의 학문을 통해 사회 정서를 순환시키고 인성을 도야해보자는 의미에서 대전에서 서당을 열어 운영하기도 했다. 이후 성균관대학교 석·박사과정을 졸업했다. 책을 읽고 마음을 수양하는 이론적인 공부와 더불어 실제 글을 쓰고 시를 쓰는 등 실기 중심의 공부도 계속해 창작활동도 하고 있다. 현재는 밀양과 대전, 부산을 오가며 여러 강의들을 하고 있다. 고전번역원 밀양분원에서 주역과 한시를 강의하고 있고 지난 여름 동안에는 부산에서 방학특강으로 장자 강의를 했다.
 
-특별히 동양철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논어 번역본을 읽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질 정도로 큰 감동을 받았다. 그 이후로 학교 공부는 뒷전으로 하고 몇 달 동안 논어만 붙들고 공부했다. 옛날부터 어르신들이 글공부는 돈이 안 되니 굶어죽는다고 그러셨는데 나는 돈 한 푼 못 벌게 될지라도 끝까지 글공부를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동양철학 공부에 뜻을 세웠다.
또 가정적인 환경 탓도 컸다. 조선시대 사림파 선비들은 훈구파와 대립해 그들을 견제해 오다가 연산군 때에 이르러 무오사화, 갑자사화 사건으로 부관참시를 당하는 수모를 겪으며 온 가족이 몰살을 당하거나 삶의 터전에서 피신해야 했다. 성종 때 양성된 사림파 선비 중 점필재(김종직 선생의 호)선생님의 후손들은 이 일로 350년 전 경북 고령으로 내려와 뿌리를 박고 지금까지 그곳에서 살고 있다. 나도 그곳에서 나고 자랐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점필재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다. 그래서인지 선비, 스님, 신부님, 수녀님 등 성인들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도 컸었다.
 
-최근 삭막한 현대사회의 문제를 인문학에서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바람으로 인문학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동양학 박사의 관점으로 이 시대의 문제와 그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현대사회는 물질적으로 윤택해졌지만 윤리의 붕괴가 심각한 상태다. 모두가 물질적 가치로만 인간을 판단한다. 물질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맹자도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견지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무항산무항심’이라고 했다. 그러나 문제는 현대인들이 물질적인 것에만 경도돼 물질 그 자체를 삶의 목적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외적인 것에만 치중하다 보니 인생을 허망하게만 느끼고 남을 해치는 일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등 현대인들의 정신적 역량은 풍족한 물질과 비교해서 너무나 낮은 수준이다.
삶의 목적은 행복이다. 행복을 이룰 수 있는 두 가지 축이 물질과 정신이라면 정신적 축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다운 품격을 갖출 때 물질에 일어나는 부조화를 바로 잡을 수 있다. 또 사람의 진정한 가치는 자기 내면에서 찾을 수 있다. 이것은 인간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한 인문학을 공부하면 사람의 진정한 가치를 찾을 수 있으며 보다 품격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졸부에 지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의식구조를 바로 잡아 물질과 정신의 균형을 맞춰서 정신이 바로 서고 몸도 건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또 해결책을 제시해준다면.
▲제일 큰 문제는 사고의 편협성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옳고 너는 무조건 틀렸다는 식의 사고로 인해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은 무조건 적대시하는 분위기 말이다. 자연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인위적인 것을 배격하는 도가의 사상가 장자는 인간 그 누가 답을 내려도 그 어떠한 것도 정답이 아니라고 했다. 사람은 어떤 교육을 받았느냐와 처한 환경, 선천적으로 타고난 뇌구조 등에 따라 사고의 패턴이 달라진다. 그래서 그 어느 누구의 사고도 완벽하다고 할 수 없고 정답도 아닌 것이다. 그러니 제각각의 사람들이 모인 이 사회에서 하나의 답을 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는가? 서로 다른 생각들이 결합되려면 시간은 다소 걸릴지라도 끊임없는 대화와 토론을 통해서 타협하고 그 상황에 맞는 가장 근사한 답을 구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마저도 정답은 아니라는 것은 알아야 한다. 인간의 사고는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완전하지 않은 사고지만 올바른 사고를 하고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다. 나는 이 세상에 나와 있는 모든 것들은 인간에게 다 필요하고 역량이 된다면 다 배워야한다고 생각한다. 바다가 깊은 것은 넓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사고도 사고의 폭이 넓을 때 동시에 깊어질 수 있다. 한쪽으로 치우치고 작은 것에 집착한 사고는 전체를 통찰할 수 없게 한다. 배움과 수련을 통해서 정신 의식이 발달되면 극적으로 다르게 보였던 것들이 한 가지 같은 것으로 보이게 되면서 나무보다는 숲을 볼 수 있게 된다. 우리의 눈과 귀는 두 개이지만 입이 하나인 것은 서로 다른 것을 다양하게 보고 듣고 입으로는 그것들을 통합해 말을 하라는 뜻이 담겨져 있을 것이다. 내 주장만 믿기 보다는 상반된 시각을 수용하고 통합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인간은 다른 동물과 비교해서 발전된 뇌와 한없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자연과학의 근간이 된 도가는 인간의 인위적인 해석들은 배제하고 자연 그 자체에 집중한다. 이런 이론에 따라서 자연의 원리를 탐구하고 연구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이론과 원리, 원칙들에만 집중하다 보면 ‘인간’을 잊게 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유가에서 말하는 예의와 서로 간의 사랑, 질서 등이다. 나는 공자의 도를 공부했고 그의 가르침을 절대적으로 생각했지만 노자의 공부를 통해서 더 큰 깨달음을 얻었다. 편협한 생각을 가지지 않도록 사물을 객관적으로 보고 자신의 진리만이 옳다고 여기지 않는 도가의 깨달음에 인간다움을 위해서 공자의 가르침이 필요함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인간은 명석한 뇌를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절제도 동시에 갖춰야 한다.
생명체들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은 무엇일까? 바로 자기 보존에 있다. 세포들도 공생하지 않으면 각 개체는 존재할 수 없다. 인간은 그 전략을 잘 수행해 지금에까지 온 것이다. 우리가 왜 서로 사랑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여기에 있을 것이다. 개코원숭이는 수백 마리가 함께 떼를 지어 다닌다. 그 중 한 마리는 제일 높은 자리에서 망을 보고 위험이 닥쳤을 때 이를 알린다. 공생의 삶을 사는 것이다. 반면 침팬지는 개코원숭이보다 훨씬 큰 체격과 힘,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지만 개코원숭이에 비해 개체수가 많지 않다. 동료를 잡아먹기도 하는 등 개코원숭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호 간의 교류가 적기 때문이다. 인간도 이와 다르지 않다. 자신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남과 공생해야 한다. 나도 존재하고 남도 존재하고 나도 행복하고 남도 행복해야 진정한 사회를 이룰 수 있다.
이러한 배움을 통해서 근본적인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1500년대에 서양에서 선교사들이 기독교 전파를 위해 중국으로 파송됐다. 하지만 건재하고 굳건했던 중국의 철학 때문에 선교사들이 동양인들을 교화하기가 쉽지 않았다. 오히려 역으로 선교사들이 동양사상을 공부하게 됐고 서양에 전파했다. 이 과정에서 라이프니츠가 주역을 접하게 돼 주역의 대가가 됐다고 한다. 지금의 컴퓨터를 있게 한 이진법의 원리를 아는가? 그 근간 또한 동양철학에 있다. 오래전에는 서양보다 동양에 앞선 문물들이 많았다. 동양철학은 결코 서양보다 뒤쳐져 있고 낮게 보아야할 것이 아니다. 삶의 깊은 깨달음이 있는 동양철학을 공부할 수 있는 보다 많은 기회가 생겨야 할 것이다.
 
-운명론을 믿는가.
▲젊었을 때는 운명을 믿지 않았지만 지금은 운명이 있다고 생각한다. 타고난 운명은 있지만 그 운명에 맞는 노력을 한다면 50점짜리 운명이 60점짜리 운명으로까지 상승할 수 있다. 이미 정해져 있는 운명이지만 최선을 다하면 그 운명을 움직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예지, 즉 운명학이 필요한 것이다.
어찌할 수 없는 큰 재앙이 닥쳤을 때 나도 무슨 일이든 당할 수 있다는 것과 사람은 무슨 행동이라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 그 충격이 완화될 것이다. 위로 하늘을 원망하지 말고 아래로 사람을 허물하지 말라는 공자의 가르침이 있다. 모든 것이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질 것이다. 운명을 받아 들여라. 나에게 일어난 일은 내 탓도 네 탓도 그 누구의 탓도 아니며 자책과 원망할 만한 것이 아니다. 주역은 미신이 아니다. 오랜 시간 깨어있는 의식으로 배움을 닦고 수련하다보면 시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신명과 직관이 생긴다. 이순신 장군은 전장에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 이 장군도 주역의 대가였다는 사실을 아는가? 매 전쟁 때마다 점을 치고 나갔다고 하는 내용은 난중일기에도 기록된 바 있다.
오랜 시간 금전적 여유 없이 철학을 공부해오면서도 내가 하고 있는 이 공부를 어떻게 사회에 매치시킬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해 왔다. 나는 지난 7년 동안 신문을 통해 사서삼경강의를 사람들이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는 일에 힘써왔다. 기회가 된다면 좋은 자리에서 나의 배움을 나누고 싶다. 이현수 기자 leehs0103@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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