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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양조용 포도 재배해 고급 와인 생산해야”[사람, 사람을 만나다] - (165) 정남모 소믈리에·한국해양대 해사글로벌학부 및 대경대 와인, 바리스타학과 강사
김효진 기자  |  khi5018@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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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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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남모 소믈리에가 한국 와인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5종 실험 재배… 기후 문제, 설비 통해 극복 가능
국가 및 지자체 차원의 양조 연구·기술 보급 우선


우리는 술을 ‘배운다’고 하며, 주도를 논하고 ‘주사’가 있는지 ‘주량’이 얼마인지를 묻는다. 술에 대해서 나름 까다로운 기준을 가진 한국 사람들이 한국의 술보다 더 어렵게 여기는 술이 있다. 그냥 잔에 부어도 안 될 것 같고 바로 입으로 가져가도 안 될 것 같은 술. 목으로 넘기기 전에 우리 몸의 어떤 의식이 동반되어야 할 것 같은 술 와인. 요즘은 수입 와인들을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여전히 마시기 전에 누군가의 설명이 기다려지는 술이다. 와인의 나라 프랑스에서 문학을 공부하고 지금은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한편 와인 문화 보급에 앞장서고 있는 정남모(54·연제구 법원로) 소믈리에를 만나 와인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


- 어떤 과정을 거쳐 소믈리에가 되셨습니까?

▲ 소믈리에와 관련된 저의 첫 자격증은 독학으로 준비했던 한국소믈리에협회(KSA)의 초급와인자격(KWGL)이었습니다. 그다음에는 영국의 와인교육기관인 WSET에서 필요한 이론 및 실기 과정을 이수하고, 시험을 거쳐 LEVEL3(와인소믈리에 자격)을 취득하였습니다. 그 이후에는 한국의 대표적인 포도산지인 영천에서 ‘소믈리에 양성과정’ 교육(90시간)을 이수한 후, 평가를 거쳐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KISA)의 소믈리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WSET의 호주와인 자격 그리고 영천와인학교에서 ‘와인양조 심화과정’을 이수하였고 또 현재는 동 학교에서 프랑스와인에 대한 강의를 하면서 국내에서 프랑스와 같은 양질의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교육과 그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 원래 전공이 불문학이시죠? 와인에 관심을 가지긴 쉬워도 전문과정을 밟아 자격을 취득하는 분은 많지 않은데 어떤 계기라도 있으신지요?

▲ 제가 소믈리에가 되고자 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그 하나는 당시 대학의 프랑스학과 학생들에게 문화나 교양의 차원을 넘어 좀 더 기술적인 와인 교육을 통해 사회에서 활용 가능한 전문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이후, 와인교육을 받았던 학생 중 몇몇은 현재 와인 업계에 종사하고 있어, 그 바람이 조금은 이루어졌다고나 할까요. 두 번째 이유는 저의 개인적인 희망으로 프랑스 양조용 품종으로 한국에서 양질의 와인을 만들고 싶다는 꿈이었습니다. 그래서 먼저 와인을 맛보고, 평가하고 또 양조과정을 이해할 수 있어야 좋은 와인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여, 전문적인 소믈리에 교육을 받고 또 자격을 갖추었습니다.


- 현재도 불문학과, 와인 두 분야의 교육에 종사하시는데 문학에서 와인과 관련된 연구도 해보셨습니까?

▲ 저는 대학에서 와인·소믈리에 교육과 프랑스 문학 및 인문학 강의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학과 와인을 직접적으로 연관한 연구는 없습니다. 와인과 관련된 직접적인 연구로는 와인의 품종과 테루아 그리고 클론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몇몇 논문의 예를 들면 ‘알자스의 기후와 지형 그리고 포도주에 대한 지역 연구’(2009), ‘프랑스 부르고뉴의 지질학적 특성이 피노 누아 품종에 미치는 영향 연구’(2014), ‘보르도의 양조용 포도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클론의 특성과 평가에 관한 연구’(2015) 등입니다. 제가 이러한 주제를 연구하는 이유는 양질의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서 그 원재료가 되는 좋은 포도의 재배가 우선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품질이 좋은 포도로는 좋은 와인 또는 나쁜 와인을 만들 수 있지만, 나쁜 포도로는 나쁜 와인밖에 만들지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따라서 양질의 포도재배를 위한 원천적인 연구에 해당하는 이러한 연구는 한국에서 고품질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원천적인 연구일 것이며, 차후에도 이러한 연구를 심화할 예정입니다.


- 와인과 관련해서 현재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나 계획이 있습니까?

▲ 와인은 개인의 삶에서 교양과 문화 그리고 사업의 한 분야로도 그 활용도가 높습니다. 하지만 와인교육의 비용에 대한 현실적 부담감과 적절한 교육기관의 부재로 접근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습니다. 부산프랑스문화원에서는 아뜰리에(Ateliers) 강좌를 통해 프랑스 와인에 관한 기본적인 이론 및 실기 교육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와인교육을 받을 수 있는 본 강좌는 초보자도 부담 없이 프랑스 와인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교육은 주 1회 2시간으로 총 7주간 진행되며, 이론 강의의 내용은 프랑스 와인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프랑스 주요 와인 산지, 보르도, 부르고뉴, 론 및 랑그독, 샹파뉴, 알자스의 주요 와인 및 와이너리(포도주 양조장)에 관한 교육입니다.


- 좋은 와인을 정의해 주신다면?

▲ 음식에서 간이 잘 맞아야 하듯 와인에서는 단단한 구조가 좋은 와인의 기본입니다. 구조를 이루는 요소는 화이트 와인의 경우 산과 알코올이고, 레드 와인은 타닌이 추가되는데, 이 세 가지 요소가 분명하게 존재하며 균형을 이루어야 구조가 잘 잡힌 것이고, 좋은 와인입니다. 균형이 잡혔는지 구분이 어려울 경우에는 어떤 요소가 강한지 혹은 ‘튀는지’를 찾으시면 됩니다. 종종 비싼 와인이 좋은 와인인가? 라는 질문을 많이 듣습니다. 와인은 품질에 따라 가격이 적절히 매겨진 편이라 일반적으로 그러합니다. 하지만 비싼 와인은 와이너리의 명성과 희소성 등의 부차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어 가격에 부담이 많이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와인임에도 저평가된 와인들이 많은데, 스페인의 레드 와인이나 프랑스 랑그독지역의 와인은 최근 품질 대비 가격이 좋아 추천해 드립니다.


- 개인적으로 특히 좋아하는 와인이 있다면.

▲ 저는 개인적으로 피노누아 품종을 좋아합니다. 피노누아는 부르고뉴가 원산지이며, 재배하기 까다로운 품종입니다. 서리나 병균의 감염에 취약하고 서늘한 기후가 아니면 품종의 고유한 특성이 나타나지 않지만, 잘 재배된 피노누아는 붉은 루비 빛깔에 산딸기와 앵두의 특성을 가진 섬세한 와인이 됩니다. 바디감은 낮지만 산과 타닌의 적절한 균형과 실크처럼 부드러운 목 넘김이 일품입니다. 최상의 품질은 프랑스 코트 도르 중에서도 코트 드뉘에서 생산되며, 병당 1000만 원을 호가하는 로마네 콩티도 이 품종으로 만들어집니다. 미국의 오레곤과 뉴질랜드의 피노누아도 좋지만 저는 코트 드뉘의 와인을 가장 선호합니다.


- 와인은 정말 마시는 법이 중요한가요? 실제 일반 프랑스인들도 그 방식에 많이 집착하는지요?

▲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와인을 마시는 방법은 그리 중요하지 않고, 프랑스인들도 집착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와인의 잔 돌리기(Swirling)와 약간의 공기접촉(Breathing 또는 Decanting)은 맛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필요합니다. 와인을 잔에 따르고는 바로 음용하지 말고 조금 흔들거나 그대로 둡니다. 시간이 지난 후, 와인의 색을 관찰하고, 와인의 향을 맡으면서 서서히 음미합니다. 이것은 와인의 2차향이라 불리는 부케가 약해지고 1차향인 아로마를 깨우기 위함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아로마와 부케가 적절하게 균형을 이룰 때가 음용하기에 가장 적절한 때입니다. 이 균형의 시간은 지역과 품종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신세계 와인은 약 30분~1시간 그리고 프랑스 와인은 1시간 이상이며, 충분히 공기와 접촉을 한 후 드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 와인을 고르는 간단한 팁을 주신다면.

▲ 와인을 열기 전에는 상한 와인인지 혹은 좋은 상태인지 알 수 없습니다. 와인은 병입을 하는 때부터 운송까지 다양한 위험에 노출되는데 예를 들어, 대부분 선박으로 운송되는 와인은 적도를 지나고 또 태양에 노출될 수 있으며, 여름에 저온시설이 없는 컨테이너나 창고에서는 와인이 끓어 상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 경우에는 끓은 와인이 눌어붙어 캡슐이 돌아가지 않습니다. 이런 와인은 문제가 있습니다. 단, 일부 와인은 밀봉하듯 강하게 캡슐을 씌워 잘 돌아가지 않으니 구분이 필요합니다.

가성비가 높은 와인을 고르는 팁이라면 개별 국가나 지역의 대표적인 품종을 구매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면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 품종을 선호한다면, 먼저 원산지인 프랑스 보르도나 신대륙의 캘리포니아 혹은 칠레(메이포 밸리) 등입니다. 그리고 피노누아는 부르고뉴 혹은 신대륙의 뉴질랜드, 시라는 론이나 호주, 샤르도네는 부르고뉴나 캘리포니아, 리슬링은 독일이나 알자스 혹은 호주입니다. 또 산지오베제(끼안티)나 네비올로(피에몬테)는 이탈리아, 템프라니오는 스페인, 피노타주는 남아공, 말백은 아르헨티나 등 개별 국가와 지역의 대표 품종을 구매할 경우 와인 선정에 실패가 적을 것입니다.


- 한국에서 생산되는 와인을 드시나요? 우리 기후와 토양으로 봤을 때 좋은 와인 생산 가능성이 있는지.

▲ 이 질문은 저에게도 아주 필요하고 또 중요합니다. 종종 국내에서 생산한 와인을 맛보는데 일부는 해마다 와인의 품질이 좋아지고 있지만 아직 괜찮은 수입와인과 비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유럽 양조용 포도의 재배를 통한 와인의 생산이 필수적입니다. 저 역시 이러한 이유로 2011년부터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피노누아, 샤르도네, 세미용 등 약 15종의 품종을 실험적으로 재배하면서 그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품종은 재배가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품종에 어려움이 있는데 그 이유는 토양보다 기후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중부 지방의 경우 동해가 염려되고 또 여름에 비가 많이 오는 한국의 기후는 포도에 병해 및 열과를 많이 생기게 하고 또 숙성에 어려움을 줍니다. 이러한 문제는 적절한 설비를 통해 극복할 수 있지만, 비용이 더 추가됩니다.


- 한국 와인 산업의 전망을 어떻게 보십니까?

▲ 와인 산업은 재배와 양조, 유통, 관련 물품의 판매 등 다양한 종류가 있어, 간략히 요약하기가 어렵습니다. 와인은 기본적으로 운송 및 보관에 민감하고 또 한국에서의 세금 및 유통구조 역시 복잡합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한국에서 와인의 가격은 산지보다 약 2.8배 비싸집니다. 또한 국제 및 국내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고 또 소비시장의 확산이 어려울 수 있기에, 차후에도 근본적인 구조의 개선 없이는 국내의 와인 산업은 그리 밝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장기적으로 한국에서 와인 수입의 의존도를 낮추고 또 와인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국내에서 양질의 와인을 생산하는 방향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의 와인의 생산은 재배를 위한 토지 및 인력, 양조를 위한 시설비 그리고 판매를 위한 재료비 등 원가가 개발도상국에 비해 비쌀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식용 포도로 만든 저가 와인이 아니라 비티스 비니페라(Vitis vinifera)라고 불리는 양조용 포도품종을 통한 고품질 와인을 생산한다면 생산자는 부가가치가 높은 와인을 생산할 수 있고 또 소비자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좋은 와인을 음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공적인 재배를 위해서는 단기적이고 개별적인 금융지원이 아니라 개인이 할 수 없는 양조용 포도품종의 재배 및 양조에 대한 국가 및 지자체 차원의 연구와 기술 확보 그리고 그 기술의 적용 및 보급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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