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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조정인가’…공정위, 가맹법 시행령 개정안 쟁점
이현수 기자  |  leehs0103@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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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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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떠 있는 오전 7~8시가 심야(?)
‘내년 최저임금 시행 앞둔 꼼수’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놓고 말들이 많다. 요즘 우리사회에 폭 넓게 공감대를 얻고 있는 ‘갑질 방지’를 위한 내용을 담고 있어 긍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현실적이지 못하다’, ‘꼼수다’ 등과 같은 지적의 목소리도 높다. 그 논란 속으로 들어가 보자.

공정위는 지난 13일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22일까지 입법 예고했다. 취지는 약자인 가맹점주의 권익 보호를 위해 정보공개 범위를 확대하고 문을 닫고 쉴 수 있는 조건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다.
 
◇가맹점주 권익 보호 조항은 대부분 긍정 반응
먼저 계약 당시 가맹점주가 가맹본부로부터 필수적으로 구매해야 할 품목에 대한 정보를 상세하게 공개토록 했다. 기존에는 품목의 이름만 공개됐으나 개정안에는 이 과정에서 가맹금을 부과하는지 여부와 가격 조건 등을 자세히 공개토록 했다. 이에 대해 반박의 목소리는 크지 않다.

또 점포환경개선 공사비를 가맹점주가 별도로 신청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지급토록 했다. 가맹점주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편해졌다. 역시 큰 반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가장 큰 반발을 사고 있는 조항은 ‘심야시간 영업시간 단축 요건 완화’에 대해서다. 이 조항은 원래 가맹점주가 수익이 낮거나 적자를 볼 수 있는 심야시간에는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을 권리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기존에는 새벽 1시부터 오전 6시까지를 심야시간으로 규정하고 직전 6개월간의 수익률을 기준으로 하도록 했다. 즉 어떤 가맹점주가 손님이 없어 적자를 볼 것이 우려되면 지난 6개월간의 수익과 비교해서 새벽 1시부터 오전 6시 사에는 점포를 열지 않을 권리를 부여 한 것이다. 심야에도 아르바이트 인력을 채용해야 하는 가맹점주의 입장에서는 선택해 볼 수 있는 사항이다.

어떤 점포가 문을 닫으면 가맹 본점의 입장에서는 동일한 물류 시스템을 운영하면서도 해당 점포에는 물건을 배달할 수 없으니 효율성이 떨어진다. 당연히 가맹본부는 점포가 문을 닫는 것을 싫어한다.
 
◇“소비자 입장은 고려되지 않았다”
점포가 문을 열고 닫음에 따라 소비자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번에 공정위가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듣는 가장 큰 지적도 소비자 편익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를 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오전 7시면 출근 시간대이고 이 때 편의점에서 여러 가지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데 이를 심야 시간대라고 규정해 문을 닫으면 소비자들이 불편해 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안전상비약처럼 신속히 구매해야 할 필요가 있는 약품 구매도 불가능해 진다는 것이다.

부산 지하철 2호선 장산역에서 5시 18분 첫 지하철을 타고 출근 한다는 김선출(51)씨는 “일터에 도착하면 6시 30분 정도여서 새벽에 편의점에서 김밥과 음료수를 사먹을 때가 많은데 앞으로 그 시각에 문을 닫을 때가 있다는 얘기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 편의점산업협회 담당자는 “2014년 당시 심야 시간대를 새벽 1시로 정한 것도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종료되는 시점이 대략 오전 1시라는 점에 기초한 것”이라며 “만약 0시로 당기면 불편을 겪는 소비자들이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늦은 밤과 새벽까지 활동하는 소비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이런 추세와도 맞지 않으며 심야에 줄어들었던 편의점 매출이 오전 6시를 기준으로 상승한다”면서 “오전 7시, 8시까지를 심야 영업 시간대에 포함시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편의점 교통카드 충전 매출을 보면 오전 7시 전후가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한다. 그만큼 이 시간대에 편의점을 활용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또 요즘 편의점에서는 약국기능, 대출과 계좌개설 등 금융기능, 우체국 택배수령 등의 단순 물건 구매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영업시간 조정은 다양한 면에서 검토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누구를 위한 개정인가?”
이와 함께 심야 시간을 현행 오전 1시에서 0시로 앞당기면 가맹점주의 매출에도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편의점 산업협회가 분석한 시간대별 평균 매출(2012년 기준)을 보면 0시에서 1시 사이가 6만4000원으로 아침 7시~8시 사이의 매출 5만2000원 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편의점 사업은 도시락, 과일, 채소 등 신선식품 물류·배송을 비롯해 전산 등이 24시간을 기준으로 연쇄적으로 돌아가는 만큼 오전 영업에 가장 중요한 1~2시간 공백이 생길 경우 시스템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부산진구 중앙대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송용호(61)씨는 “전국의 가맹점주들이 요구하는 10대 요구사항에도 심야 시간대를 늘려달라는 내용은 없는데 왜 정부가 엉뚱한 안을 들고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공정위의 시행령 개정안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시행령은 모법인 법률의 위임이 없이 법률이 규정한 개인의 권리·의무에 관한 내용을 변경·보충하거나 법률에서 규정하지 아니한 새로운 내용을 규정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단적으로 어떻게 해가 떠 있는 오전 7시나 8시를 심야 시간대로 규정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와 함께 현행 가맹사업법 제12조의3 제2항 제1호에는 심야 시간대에 영업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영업시간 단축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제2호에는 질병발병과 치료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경우 영업시간 단축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굳이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지적이다.
 
◇“최저임금 문제 피해가려는 꼼수?”
현재 CU, GS25, 세븐일레븐 등 주요 편의점에서 심야에 영업을 하지 않는 점포 비율은 10~17% 안팎이다. 이 중 지하철, 복합쇼핑몰 등 심야시간에 건물 전체가 문을 닫아서 어쩔 수 없이 영업을 하지 않는 특수 점포를 제외하고 심야시간의 영업 손실로 영업시간을 단축한 점포 비율은 평균 1~2% 정도에 불과하다.

가맹점주의 권익 확대를 위한 목적이라는 공정위의 설명은 실익이 약하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따라서 공정위가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편의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년 최저임금 인상안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영업시간을 단축해 인건비 부담을 줄이라는 생색내기용 제도를 내놨다”고 꼬집었다. 공정위도 이번 개정안의 기대 효과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가맹사업자의 인건비 부담 완화’를 들었다.

이번 개정안은 전문가들의 의견수렴과 법제처의 심의와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무회의에서 의결된다. 이현수 기자 leehs0103@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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