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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애정, 인권의 가치 알면 절반은 성공이죠”
장청희 기자  |  sweetpea@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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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29  17:3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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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사무소 소장
 
부산고교 학교규칙 4000여개 조항 개정
물만골역 인권전시관 운영…내달 시화전

 
지난 3월과 4월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인권사무소는 부산시교육청과 부산지역 고등학교 학교 교칙 모니터링을 진행해 큰 성과를 냈다. 전국 최초로 학교 교칙을 모니터링해 학교생활규정과 선도·징계규정 등에서 불합리한 규정을 찾아낸 것이다. 사무소는 교육청을 통해 3967개 조항에 대해 개선을 요청했고 부산시교육청과 부산지역 고등학교의 발 빠른 조치로 95.8% 불합리한 학교 규칙이 개정됐다.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인권사무소는 부산, 울산, 경남지역 주민들의 인권향상과 인권보호를 위해 2005년 10월 문을 열었다. 현재 인권상담이나 인권침해와 차별 진정사건 조사, 인권교육, 홍보협력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달 1일 취임한 김재석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인권사무소 소장을 만나 국가인권위 인권위의 주요활동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보았다.
 
   
▲ 김재석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인권사무소 소장은 지난 2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 인권의 가치에 대한 소중함에 대해 알고 있다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일할 준비가 절반은 돼 있다고 말했다. 장청희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산업자원부에서 일해 오다 2003년부터 7월 인권위에서 일하게 됐다. 인권위는 다른 정부부처와 다르게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분위기였다. 업무와 조직구성도 다양해 소통이 활발하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내 업무가 개개인의 권리를 구제해 줄 수 있고 잘못된 관행을 바꿀 수 있다는 점도 좋아 국가인권위로 들어오게 됐다.
 
- 오랫동안 일해 오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지.
▲그동안 교육, 조사, 정책업무를 해왔는데 2가지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하나는 여성인권팀장을 일하면서 성희롱 사건 백서를 만든 일이다. 성희롱의 일반적 개념에서부터 진정사건 사례까지 한권의 책으로 담았다. 지난해에는 북한인권팀장으로 일하면서 한영북한인권용어집을 발간했다. 북한인권과 관련 된 말들을 북한말, 로마자 표기로 정리하고 한국어와 영어로 해설을 했다.
 
- 부산인권사무소에서는 다양한 인권상담을 받고 있다. 주로 어떤 상담이 접수되나.
▲올해 7월말 기준으로 사무소에 접수된 진정, 상담, 안내, 민원은 총 4만8638건이다. 상담이 2만5831건으로 53.1%를 차지하고 이어서 안내·민원 1만4740건(30.3%), 진정 6515건(10.3%) 등 순이다. 사무소에서는 연간 4000여건을 처리하고 있다.
상담은 보통 방문(2613건)과 전화(1만8051건)으로 이뤄진다. 상담사건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인권침해가 1만2143건(58.8%)가 가장 많고 기타 7035건(34%), 차별행위 1486건(7.2%) 등 순이다.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인권침해를 살펴보면 보호시설(7470건), 경찰(1853건), 지방자치단체(531건), 구금시설(333건), 기타국가기관(474건)에서 일어나는 인권침해 행위가 많이 접수된다. 차별행위는 보통 장애로 인한 차별(585건), 성희롱(248건), 사회적 신분으로 인한 차별(156건) 등 순으로 많이 접수된다.
 
-상담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
▲상담을 통해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으로 접수해서 다른 권리 구제기관 추천이나 절차 안내, 상담 후 종결하는 등의 방법으로 처리하고 있다.
 
- 부산인권사무소는 부산시교육청과 함께 올해 3월과 4월 부산소재 고등학교 학교규칙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맞다. 전국에서 최초로 고등학교 학교규칙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부산시교육청의 의지가 주요했다. 우리도 780가지 교칙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일이 쉽지 않았는데 지금은 뿌듯하다. 모니터링의 목적은 학교 교칙 조항 중 인권침해적 요소가 있는 교칙을 검토하고 개정을 유도하는 것이었다. 각 학교의 학생생활규정, 선도·징계규정, 학생회 규정 등 780여개의 개별 규정을 전수조사하고, 총 3967개 조항에 대해 각 학교에 개선을 요청했다.
 
- 구제적으로 어떤 규정이 있었나.
▲학교 생활규정에는 두발, 복장, 이성교제, 교외활동과 관련해 개성발현, 사적 자치영역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규정들이 지적됐다. 선도·징계규정에서는 징계사유나 기준의 객관성, 구체성이 부족하거나 양심의 자유 침해 소지가 있는 규정이 발견됐다. 이외에도 학생회 회원 자격 제한, 임원선거 입후보 자격 제한, 선거권·피선거권 제한 등 참정권 침해나 차별 소지가 있는 규정이 다수 있었다. 예를 들면 입학 시 성적 최우수자로 1학년 부회장을 정하는 조항 등이다. 그 밖에도 휴대폰 사용 위반 시 한 달간 압수하는 규정, 학교폭력 가해자뿐 아니라 피해자도 징계하는 규정 등 불합리한 부분이 지적됐다.
 
- 이러한 규정들은 어떻게 됐나.
▲앞서 말했듯이 교육청을 통해 개정을 요청했다. 이달초 부산시교육청에서 후속조치 결과를 받았는데 부산인권사무소가 개정을 권장한 4000여개 조항 중 95.8%가 개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 부산에서는 어떤 부분에 인권침해 사례가 나타나고 있나. 부산만의 특징이 있는가.
▲지난해 초까지는 교도소 등 구금시설과 정신병원 등 시설 내 인권침해 사건을 중심으로 지역인권사무소 진정사건 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올해 3월부터 조사대상을 공기업 등 공직유관단체와 학교, 장애인 차별 등으로 확대함에 따라 점점 더 다양한 영역에서 인권침해와 차별 사례에 대한 진정이 접수되고 있다. 특히 학교에서의 학생인권침해사건, 공공기관에서의 인격권 침해 등 진정사건이 늘어나고 있다. 또 장애차별의 경우 교육시설 이용, 마트이용, 지하철 이용, 산책로 이용 등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차별사례가 접수되고 있다.
 
-정신병원, 구금시설 등에 인권침해 사례가 많다고 한다.
▲부산인권사무소의 관할구역은 부울경 지역으로 인구 803만5000명으로 매우 광범위하다. 7개 교정기관 9170명, 96개 정신의료기관 및 정신요양시설, 42개 지방자치단체, 기타국가기관 등이 있다. 이 중에서 폐쇄공간인 다수인보호시설과 구금시설에서 인권침해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사무소 진정 접수결과 인권침해 5730건(97.88%), 차별 111건(1.9%), 기타 13건(0.22%) 등 총 5854개 사건이 접수됐다.
 
- 어떤 사례가 있고 어떻게 해결하는지 궁금하다.
▲다수인 보호시설에서 입원환자들이 병동 내 휴대폰 사용을 제한당하고 있다며 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국가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는 휴대폰 사용제한은 통신의 자유를 제한할 뿐만 아니라 사생활의 자유로운 형성을 방해하고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는 것으로 사생활의 자유, 표현의 자유, 알권리를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또 감독기관인 보건복지부장관이 휴대전화사용제한과 관련한 구체적인 세부지침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부산인권사무소는 장애차별진정사건을 접수받고 있다. 어떤 사례가 있는지.
▲장애차별 사건은 2008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과 함께 다양한 영역에서 진정이 접수되고 있다. 그 중에서 인권 차별사건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부산인권사무소에 접수된 장애차별 사례로는 대학에서 교수가 장애인 학생을 괴롭힌 사례가 있다. 장애인편의시설 이용 제한이나 그 과정에서 장애인 비하 발언도 나타난다. 이런 사건들을 주로 당사자 간 사과나 합의 등으로 조사 중 해결된다. 채용시험이나 자격시험 과정에서 장애인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지자체 전보과정에서의 장애인 차별, 기업에서의 장애인 폭행 사례도 접수되고 있다.
 
- 부산인권사무소의 향후 활동 계획이 궁금하다.
▲부산인권사무소는 지하철 3호선 물만골역에 인권전시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달 31일까지 강제징용으로 끌려간 사할린의 한인 2세들의 모습을 사진전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다음달 4일부터는 정신장애인들이 참여한 시화작품을 전시할 계획이다. 부산시민들의 많은 방문과 관심 부탁드린다. 10월 중순부터는 어린이 인권도서전을 진행한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같이 쉬운 형식의 인권도서 200여권을 전시한다. 11월 5일에는 울산태화강에서 열리는 울산인권마라톤 일정이 잡혀있다. 그밖에도 조사업무도 상시적으로 하고 인권교육도 계속해서 해 나갈 계획이다.
 
-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이들에게 조언 부탁드린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사실상 우리사회 전반의 인권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위원회의 결정은 권고적 효력밖에 없어 상대방으로 하여금 이행을 강제할 수 없고 인권교육 등도 상대방에 대한 설득과 이해를 바탕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므로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 인권이라는 가치의 소중함을 알고 있다면 이미 절반은 국가인권위에서 일할 준비가 갖춰졌다고 본다. 나머지 전문성과 지식을 그 위에서 쌓아 가면 된다고 본다.
 
- 부산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
▲부산시민여러분, 인권침해나 차별을 당하셨을 때, 도움이 필요할 때, 주저하지 말고 부산인권사무소의 문을 두르려 주시길 바란다.
 
김재석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인권사무소소장은 단국대 행정대학원 석사(1996)를 받고 산업자원부(1996~2003)에서 일했다. 헝가리학술원 경제연구소 객원연구원(2000~2002)으로 활동했다. 2003년 국가인권위원회에 들어가 인권침해조사국, 인권교육본부 학교교육팀을 두루 거쳐 조사국 차별조사과 여성인권팀장, 정책교육국 북한인권팀장 등으로 활동했다. 장청희 기자 sweetpea@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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