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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겐’의 추억[리더스 칼럼]
일간리더스경제신문  |  ileaders@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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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16  16:5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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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향은 고신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국제학회 참석차 유럽에 다녀왔다. 지난 1년간 추진해 온 프로젝트의 성과를 방학 동안 여러 나라에서 발표하게 되었는데, 그 가운데 노르웨이 베르겐도 포함되어 있었다. 베르겐에 도착하여 공항버스를 타고 숙소가 있는 베르겐 시내 중심가에 내렸다. 베르겐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4~5시여서 마침 시내 구경을 할 시간이 있었다. 우선 호수가 있는 넓은 마당에 서서 파노라마 같은 풍광을 바라보았다. 그때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데 비를 무릅쓰고 그냥 지나치기 아쉬운 장면을 담아두고자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사진 몇 장을 찍었다. 그리고 호수 건너편의 작은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공원 한가운데 동상이 있었는데, 노르웨이의 국민음악가 그리그의 동상임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공원의 예쁜 꽃과 벤치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곳에서도 사진 몇 장을 찍었다.

‘곳곳에 볼거리가 많은 곳이네! 일단 숙소에 가서 짐을 덜어내고 홀가분하게 다시 나와야지’ 생각했다. 그리고 숙소로 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 저녁 요깃거리를 장만해갈 생각이었다. 저만치 앞에서 걸어오는 두 여성에게 마트의 위치를 물었다. 두 여성은 일요일 문을 열만한 상점까지 길안내를 해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가게를 찾아 길을 걷던 중 한 카페에 이르렀을 때 한 분이 내게 카페에서 파는 간식을 사줄 테니 호텔에 가서 먹으라고 했다. 낯선 행인에게 친절한 답변과 직접 길안내를 동행해주는 것만도 감사한데 뜻밖의 세 번째 선물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카페에 들어갔다. 딸기 잼과 생크림을 듬뿍 바른 와플이 내 가방 안에 담겼다. 카페에서 나와 다시 상점을 향해 걷는데 음료수로는 무엇이 좋겠냐고 물었다. 비오고 바람 부는 궂은 날씨에 와플과 어울릴만한 음료로 따끈한 커피를 떠올렸다. 그러자 “커피도 마시느냐?” 물었고 내 대답이 떨어지자마자 다른 한 명이 “그럼 커피는 내가 살게” 하며 사라졌다. 잠시 후 내 손에 따끈한 커피가 들렸고, 손에 들고만 있었는데도 으슬으슬 몸살 기운이 있었던 내 몸이 사르르 녹는 느낌이었다. 드디어 영업 중인 편의점을 발견해 안으로 들어갔다. 작은 구멍가게였지만 웬만한 생필품은 다 구비하고 있는 곳이었다. 나와 함께 들어가 가게 내부를 살펴본 두 사람은 이 정도면 숙소와도 가깝고 물건 구색도 잘 갖춰져 있어 불편함이 없겠다고 하고는 일단 호텔에 가서 짐을 덜고 다시 나와 필요한 것을 사라고 충고해주었다.

이분들이 사는 곳을 물었다. 버스로 20~30분 거리에 위치한 노인 주거 시설에 살고 있고, 베르겐 시내에 볼 일이 있어 나왔다 귀가하던 길에 나를 만난 것이라 했다. 나는 두 분의 친절에 거듭 감사를 표하고 이 분들이 타고 가야할 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이들을 배웅했다. 또 내 이름과 베르겐에 온 이유를 설명하고는 이분들의 연락처를 묻고 내가 학회에 참석하면서 베르겐에 머무는 동안 언제 시간을 내주시면 차나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고 했다. 이분들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내게 본인들의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를 알려주었다.

베르겐 대학에서 있었던 국제 비교문화학회에서는 내 구두발표 한 건과 포스터발표 한 건, 총 두 건의 발표가 예정되어 있었다. 베르겐에서 지내는 동안 밤샘을 하며 발표 준비를 하여 마침내 두건의 발표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두 분과는 몇 차례 어렵사리 이루어진 이메일 교신을 통해 학회 마지막 날 재회를 꿈꿔볼 수 있었다. 학회 마지막 날, 호텔에서 체크 아웃을 하고 다시 무거운 여행 가방을 끌고는 학회장으로 들어서는 순간, 학회장 1층 로비에서 환한 미소로 나를 맞아주는 두 분과 재회를 하였다. 차 한 잔만 하고 가겠다고 했지만 나는 기꺼이 남은 오전 세션을 반납하고는 이분들과 즐거운 정담을 나누었다. 내 베르겐 여행의 시작과 끝을 아름답게 장식해준 이들로 인해 베르겐은 내 인생의 특별한 장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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