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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화사업 개발보다 주민 주도성 확립이 우선”
김효진 기자  |  khi5018@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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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06  20: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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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성과 원하는 지자체, 도시재생 취지와 어긋나
활동가 투입 시기 짧아… 실질적 효과는 그 뒤부터
   
▲ 홍재봉 행복마을만들기·산복도로르네상스 마을활동가/부산주민운동교육원 창립간사 및 전 사무국장/트레이너/동의대 사회복지학과 부교수

부산시가 행복마을만들기와 산복도로르네상스사업을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부산시의 도시재생사업은 전국의 어느 도시보다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마을활동가’라는 또 하나의 직업군을 만들어 낸 것에는 부산시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2010년 산복도로르네상스 사업을 기획하던 당시, 마을활동가의 필요성이 중요하게 대두되었다. 마을만들기가 돈으로만 되는 일이 아님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실제 마을에 투입되어 주민을 조직하고, 주민의 의견을 반영한 마을 계획을 수립할 사람이 필요했다. 공무원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고, 주민들이 알아서 그렇게 할 수 있는 인식과 역량도 없었다. 따라서 주민의 역량을 성장시켜 주민이 주도적이고 지속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개입해야 할 주체가 필요했는데 이때 등장한 것이 마을활동가이다.

도시재생사업에 관여하는 사람들은 공히 이런 필요성을 공감하는 터라 행복마을만들기사업이나 커뮤니티 뉴딜사업과 같은 다른 도시재생사업에도 마을활동가들이 위촉되었고 마을활동가의 활동을 통해 사업이 전개되었다.

본인 또한 산복도로르네상스사업 기획과정에 일부 참여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산복도로르네상스사업 1차연도가 시작되던 2011년에는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전략사업팀장으로 재직하던 터라 초창기부터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입장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당시 부산지역에도 주민을 조직하여 공동체를 형성하는 주민조직가(마을활동가)나 주민지도자를 양성하는 교육·훈련 기관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보통은 서울에 있는 교육기관에 가서 교육을 받거나 부산으로 위탁교육을 요청하여 서울의 교육전문가가 내려와서 교육을 개설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뜻을 가진 여러 사람들이 부산에도 이런 교육기관을 만들자고 사람을 모으고 있었다. 그래서 2011년 말 직장을 그만두고 이런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함께 교육기관 설립을 준비했다. 그런 과정에서 2012년도 행복마을만들기와 산복도로르네상스 2차연도 마을활동가로 부산시의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 마을활동가가 직면한 도시재생현장의 현실

그렇게 참여하게 된 마을활동가의 활동은 상당한 혼란의 경험을 가져다주었다. 초창기에는 도시재생사업지역으로 선정되면 한 개의 동 내에 여러 지구를 나눴다. ‘00지구주민협의회’라는 이름으로 주민을 모으고, 한 지구에도 상당한 예산을 투입했다. 마을 주민들은 도시재생사업이 생소했고, 경험해 본 적도 없었다. 당연히 명확한 인식도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초반부터 주민이 주도성을 가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사업을 추진하는 행정기관은 많은 예산이 들어갔기 때문에 그만큼의 성과를 빨리 보고자 했었다. 그런 부담감이 마을 내에서 움직이는 다양한 주체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었다. 마을활동가 또한 상당한 압박과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을 내에서 주민이 주도하는 공동체를 만들고, 그들이 자립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함께 활동해가고 싶지만, 마을활동가의 현실은 실제로 그렇지가 못했다. 초기에 투입된 예산에 대한 활용 계획을 주민들과 함께 계획하고 합의해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고, 정해진 사업들을 추진해가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주민들은 이런 과정들을 겪으면서 도시재생사업에 대해 인식하게 되고, 주민의 자체적인 의사결정과 활동을 통해 성장해 간다. 초기에 정한 사업이 종료가 되면 주민협의회는 자립을 위한 실질적인 사업을 준비한다.

이 시기에 마을활동가들의 활동은 공식적으로 종료된다. 산복도로르네상스사업의 경우 실제 마을활동가들이 투입되어 활동하는 공식적인 기간은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여기에서 말하는 공식적인 기간이란 마을활동가로서의 활동비를 지급받는 기간을 말한다. 공식적인 활동이 종료된 후 주민들의 실질적인 움직임이 시작되지만 마을활동가는 이즈음에 세 가지 선택 중 하나를 택하게 된다. 첫 번째는 그 마을에 남아서 무임금으로 마을활동가 활동을 지속한다. 주민협의회가 제대로 자리 잡을 때까지 함께 활동한다. 두 번째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또 다른 신규 활동지역으로 옮겨서 공식적인 활동을 전개한다. 이는 마을활동가의 생업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무작정 무급으로만 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마을활동가로서의 경험을 발판 삼아 자신이 원래 하고자 했던 진로로 진출한다.

본인은 첫 번째 선택을 했다. 산복도로르네상스 2차연도 사업을 수행했던 범천2지구주민협의회(현재 호천마을주민협의회)에서 활동을 하면서 2014년 6월 말부로 공식적인 활동이 끝났지만, 그 이후로는 주민들이 자체적인 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2017년 2월까지 무급으로 활동을 지속해 왔다. 지금은 부산진구종합사회복지관의 사회복지사가 활동가로서 함께 활동하고 있고, 임원진이 새롭게 구성되면서 마을을 위한 자체적인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지속해서 활동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단언할 수 없지만, 공식적인 활동기간이 끝나는 시점에서 마을활동가의 활동도 자연스럽게 중단했었다면 현재와 같은 활동이 지속될 수 있었을까에 대해서는 확신하기 어렵다.

 
   
▲ 호천마을에서 열린 동의대 동행봉사단의 ‘한여름 밤의 시 콘서트’를 관람하고 있는 주민들.

◇ 마을활동가들이 가지는 성과에 대한 부담

마을활동가는 마을 내에서 상당한 활동의 부담을 가진다. 본인 또한 실제로 그랬다. 다행스럽게도 구청이나 동주민센터의 협력이 좋았고 주민들의 마음과 의지도 좋았기 때문에 그런 부담을 잘 털어낼 수 있었지만 활동 결과에 대한 엄청난 부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그 예산으로 어떤 사업을 할 것인가는 행정기관이나 외부에서 볼 때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그 마을의 특성을 살린, 그러면서도 다른 지역에서는 하지 않는 독특하면서도 창의적인 사업이 진행되길 암묵적으로 요구받는다. 그것이 마을활동가의 역량인 듯, 역할인 듯 평가받기도 한다. 그래서 마을활동가는 그런 사업을 창의적으로 기획하는 데 역점을 두기도 한다.

본인도 활동 초창기에 그런 요구와 부담이 상당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현직 대학교수이고, 주민조직화와 관련한 교육전문가이기 때문에 새롭고 창의적인 것을 기대했던 사람들도 많았다. 행정기관에서는 더더욱 그런 부담을 줬다. 하지만 호천마을에서 초창기에 했던 사업은 다른 지역에서 그저 그렇게 하고 있는 사업이었다. 창의성이라고는 오히려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저 주민들이 자기 수준에서 바라는 것을 계획했고 실행했을 뿐이었다. 산복도로 지역의 물리적 환경은 거의 비슷했기 때문에 초기에 마을주민들의 요구는 다른 지역과 별 차이가 없었고, 그런 환경 속에서 허용되는 사업도 별로 없었다. 그런 결과들로 기대감에서 실망감을 표현하는 공무원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주민들이 자기 주도성을 가지고 실질적인 주민공동체를 만드는 데 있었기 때문에 사업의 성과를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호천마을에서 펼쳐진 실제적인 활동, 다른 지역에서는 하지 않았던 독특한 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한 것은 공식적인 활동기간이 끝나고 난 뒤부터였다. 그때부터 주민들에게 본격적인 의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전국 최초의 방재공원이라고 하는 호천방재공원을 기반으로 한 호천자율소방대 활동, 호계천살리기주민모임, 호계천 보행로 확보를 위한 데크 설치, 동의대와 함께 하는 ‘호천마을 빅이벤트’ 등은 2015년부터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일반적으로 공식적인 기간 동안 활동을 수행하다가 활동가들이 철수하고 나면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남아서 운영하고 있는 주민협의회는 많지 않았다. 있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운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호천마을과 같이 마을활동가들이 뜻을 가지고 무급으로라도 지속적으로 함께 활동해 온 지역은 여전히 그 주민협의회가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마을활동가는 활동기간 동안 겉으로 드러내야 할 성과에 얽매이다 보면 실질적인 활동가의 역할인 주민협의회의 자치와 역량확보를 위한 활동을 소홀히 하게 된다.

 
   
▲ 주민들이 마을사업 계획을 살펴보고 있다.

◇ 마을활동가의 전문성에 대한 물음과 도전

부산시의 도시재생사업은 여러 형태로 변화되어 왔다. 초기에 투입된 사업비의 양이 크다고 해서 그 성과가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확인했다. 많은 사업비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라서 초기 사업비를 적게 책정했다. 주민협의회의 조직력과 자립의지, 역량 등에 따라 사업비를 달리 지원하거나 단계별로 지원하는 것으로 그 형태는 진화되었다.

마을활동가들은 그 과정에서 계속 투입되고 있고, 도시재생사업의 초창기와 같이 일부사업은 1차연도 사업이 끝나더라도 그 주민협의회에 2차연도, 3차연도 지원이 지속되면 마을활동가들도 지속해서 투입될 수 있도록 조정하였다.

앞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짧은 기간 동안 활동가의 공식적인 활동기간이 끝나고 나면 그 이후는 마을활동가가 자원봉사 형태로 활동했지만, 부산시의 정책적 변화는 마을활동가의 활동기간을 공식적으로 연장해주면서까지 주민공동체를 제대로 구성하고 자립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부산시의 이런 정책적 변화는 실질적인 주민협의회의 자립을 기대했고, 그런 과정에 투입된 마을활동가에게 그런 성과를 고스란히 요구하게 되었다. 더 높아진 요구가 바로 마을활동가의 전문성에 대한 도전이다. 주민협의회의 성장과 역량에 대한 평가와 기대는 더 커졌지만 실제는 그렇지가 못한 경우가 다수 있다. 그러다 보니 마을활동가에 대한 전문성에도 의문을 품는다.

 
   
▲ 동의대 학생들과 함께한 마을재생사업.

◇ 행정기관의 정책 함정과 마을활동가의 활동범위에 대한 딜레마

마을활동가의 전문성은 신규사업을 개발해서 마을사업을 활성화하는 것이 아니다. 주민들이 자기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개입하고, 주민공동체에 대한 조직적 역량을 키워내는 데 있다.

사업을 새롭게 시작하는 지역에서는 역량 있는 마을활동가가 함께 주민들과 호흡하면서 주민의 역량이나 의식수준을 확인하고 그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가면서 조직역량을 키워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마을활동가는 그런 일을 해야 한다.

신규로 시작하는 도시재생지역이 아닌 2차연도, 3차연도 사업이 진행되는 마을에 마을활동가가 투입되는 경우 마을활동가가 가진 재량권이 상당히 제한되어 있다. 이미 사업은 정해져 있다. 주민의 역량과 의식수준을 파악해서 그에 맞는 주민교육이나 활동계획을 새롭게 수립할 여지나 재량권이 마을활동가에게 없거나 제한적이다. 10개월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활동하면서 위와 같은 큰일을 할 수가 없다. 그저 마을활동가의 역할은 미리 정해진 사업을 사람들이 잘 따라올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큰 문제가 생기지 않고 한 해 동안의 사업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더구나 마을활동가의 활동은 해마다 재위촉 여부를 부산시로부터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사업의 연속성도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마을활동가가 진정으로 평가받아야 할 전문성, 즉, 주민공동체의 주도성과 자립 역량을 확보하는 것에 노력을 투입할 여건이 되지 못한다.

이런 상황의 반복은 악순환의 고리가 된다. 마을활동가가 진정으로 보여줘야 할 역량을 발휘할 수 없는 제도적·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행정기관에서는 마을활동가에 대한 신뢰를 의심한다. 그런 이유로 마을활동가에 대한 권한이나 재량권을 축소시키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마을활동가는 더더욱 활동의 범위가 좁아지게 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소명과 전문성을 가진 양질의 마을활동가는 그 현장을 떠나가게 되고, 마을활동가들이 마을에서 겪었던 제도적 한계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는 것에도 행정기관은 귀 기울이지 않는다. 이런 현상의 반복은 마을활동가를 투입해서 운영한 지 7년이 된 지금에도 마을활동가의 위상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고, 마을과 지역마다 마을활동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도 제대로 정립하지 못했다. 마을활동가가 전문가로서 또 하나의 직업군으로 자리 잡아야 하고 그러기를 기대했지만, 점차 마을 내에서 창출할 수 있는 일자리 분야의 하나로 인식되어갈 것 같은 불안감도 생기게 된다.

 
   
▲ 동의대와 함께 하는 ‘호천마을 빅이벤트’.

◇ 마을활동가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명확한 자리매김을 위해

마을활동가는 도시재생사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부산시를 망라해서 전국의 도시재생사업은 그 투입된 예산과 노력에 비해 ‘주민자치와 자조, 자립 역량 확보’라는 성과물은 부족한 실정에 있다. 그런데 이런 평가가 마치 마을활동가의 전문성과 역할에 대한 의구심으로 귀결되어서는 안 된다.

마을활동가는 주민자치와 자조, 자립 역량을 가지기 위해 개입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신규 사업을 개발하는 사람이 아니다. 마을의 히트상품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아니다. 그 역할은 부수적인 것이다. 핵심적인 역할은 마을에 들어가서 마을과 주민의 의식수준과 역량을 정확하게 진단해야 한다. 그리고 그 수준에서 주민을 성장시키기 위한 교육과 활동을 계획하고 주민과 함께 움직여야 한다. 한 해 동안 주민들과 함께 활동해 오면서 그런 활동이 주민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왔고, 그래서 어떤 활동을 통해 주민의 역량을 키워야 하는지를 단계적으로 제시해 주고 평가해 주어야 한다.

마을활동가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행정기관의 시각도 그래야만 한다. 주민과 가장 가까이에서 호흡하는 사람은 마을활동가이며, 마을활동가가 주민지도자와 함께 주민조직을 세우거나 주민조직을 강화해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것이 마을활동가가 마을현장에서 확보해야 할 위상이며, 주민과 행정기관으로부터 부여받아야 할 책무다. 이것을 확보하는 것 또한 행정기관과 주민의 인식변화에 있지만, 그런 인식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은 마을활동가의 몫이기도 하다. 그런 위상을 확보하기 위한 자기 노력과 마을활동가끼리의 역량 결집, 협력이 시급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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