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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랑을 찾아서[리더스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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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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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중구
   수필가·여행가
그해 여름은 날씨가 유난히 무더웠다. 무더운 여름에 하얀 눈이 쌓인 알프스 산맥을 오른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인데 그것이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으니 내 마음은 고무풍선처럼 부풀어 오를 수밖에 없었다.

알프스 산맥 최고봉인 몽블랑(Mont Blanc)은 높이가 무려 4,808m나 되어서 정상부근에는 언제나 하얀 눈이 쌓여있어서 ‘하얀 산’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몽블랑을 보려고 등산 기지를 찾아가는데 깊은 산 속을 달리던 버스가 멈춰선 곳은 해발 1,030m 지점에 있는 샤모니였다. 샤모니(Chamonix), 알프스 산맥 높고 험한 산으로 둘러싸인 이 작은 마을이 역사에 등장한 것은 1786년 8월 8일로 이날 저주의 산이라고 부르던 몽블랑을 샤모니의 의사 미셀 가브리엘 파카르와 포터인 자크 발마 두 사람이 최초로 정복하면서부터이다.

스위스 과학자인 오라스 베네딕트 드 소쉬르는 어느 날 높이가 2,526m나 되는 프레방을 오르면서 얼마나 고생을 했던지 거기서 까마득히 바라다 보이는 몽블랑에 오르는 사람에게는 거액의 상금을 주겠노라고 했다.

그러나 몽블랑은 하도 높아서 기상변화가 심한데다가 눈사태가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사람들은 악마가 살고 있는 산이라 생각하고 있어서 20여 년이 지나도록 등반을 시도하는 사람조차 없었다.

그런데 1786년 미셀 가브리엘 파카르와 자크 발마 두 사람이 36시간의 사투 끝에 몽블랑을 정복하자 그 다음해에는 소쉬르 자신도 자크 발마의 안내를 받아서 몽블랑을 정복했으니 이들 세 사람의 공적은 실로 대단하다. 가브리엘 파카르와 자크 발마의 몽블랑 정복은 세상에 큰 화제가 되었고 그들의 등정은 근대 등반역사의 시발점이 되었으며 그들을 있게 한 소쉬르는 근대 등반의 아버지라 부르게 되었다.

더구나 샤모니는 1824년에 제1회 동계올림픽대회가 열리면서 더욱 유명하게 되었고, 지금은 알프스의 등산 기지로, 스키장으로, 샤모니 전망대를 오르는 케이블카 승강장으로 많은 사람이 찾아들고 있다.

그중의 한 사람인 나도 샤모니를 찾은 기쁨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사방을 바라보니 알프스의 연봉들은 한여름인데도 하얀 눈으로 뒤덮여있고. 그 사이사이로 빙하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20여 분 만에 도착한 샤모니 전망대는 해발 3,842m나 되는 에귀디미디봉 정상에 있었다. 전망대 계단을 오르려니 머리가 띵하고 어지럽다. 고산병 증세가 나타난 것이다. 물을 마시고 심호흡을 하면서 천천히 올라선 전망대에서 알프스 산맥에서 제일 높은 몽블랑을 찾았지만, 하늘에는 흰 구름만 흩날리고 있을 뿐 기대했던 몽블랑은 흔적도 없다. 알프스 산맥은 하도 높아서 일기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1년에 겨우 40여 일만 몽블랑을 바라볼 수 있다고 하더니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이 흰 구름이 알프스 산맥을 뒤덮고 있다.

그런데 시간이 얼마쯤 지나자 산신령이 돌보았는지 구름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파란 하늘이 나타난다. 그리고는 몽블랑의 웅장한 모습이 환상처럼 나타나는 것이었으니 나는 꿈인가 생각했다. 아, 몽블랑! 저 높은 산봉우리가 정말로 몽블랑이란 말인가. 아무래도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아서 눈을 닦고 다시 보니 몽블랑이 분명했다. 하늘에 높이 솟은 눈이 쌓인 몽블랑은 참으로 장엄하고 신비로웠다. 기쁨에 겨워서 산신령에게 감사하며 파란 하늘에 높이 솟은 몽블랑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섰는데 또다시 구름이 밀려와서 몽블랑은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그런데도 나는 마치 몽블랑을 정복하기라도 한 것처럼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발걸음을 돌렸으니, 그때부터 몽블랑은 내 마음속에 깊이 아로새겨진 영원한 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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