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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문화공동체, 전통시장서 새 도전
김현정 기자  |  khj@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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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7.23  14:2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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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철거 마지막 축제
장성시장에 문화 공간 7개
재래시장과 청년문화 만남
건강한 문화생태계 실험

   
지난 6년 간 부산의 대표적 청년문화 공간으로 예술창작, 국제교류, 실험적 활동의 장이 었던 독립문화공간 <아지트>가 이번 달 철거된다. 사진은 독일에서 온 그래피티 작가 E.C.B가 ‘아지트’ 벽면에 평범한 어머니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부산의 대표적 청년문화 공간 ‘아지트’가 철거를 앞두고 지난 20일 마지막 행사 ‘사라지는 것, 시작하는 것, 기억하는 것’을 가졌다. 새롭게 마련한 공간 오픈식에 이어 <아지트>에서의 마지막 잔치가 열리는 행사에서 새로운 실험을 시작하는 청년들을 만날 수 있었다.

‘대안문화행동 재미난복수’를 비롯한 청년단체들이 인근 재래시장에 문화공간을 개관했다. 이곳에서 젊은 작가들은 창작, 유통, 공유의 문화공동체를 지향한다.

지난 6년 간 부산의 대표적 청년문화 공간으로 예술창작, 국제교류, 실험적 활동의 장이 었던 독립문화공간 <아지트>가 이번 달 철거된다. 사진은 ‘아지트’ 벽면에 평범한 어머니의 모습을 그린 그래피티 작가 구헌주의 작품이다.◇사라지는 것

2008년 개관한 ‘아지트’는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문화적 실험, 창작활동을 하는 ‘재미난복수’가 마련한 공간이다. 당시 부산대학교 인근에 문 닫은 낡은 유치원 건물을 임대해서 청년들이 직접 공사하고 그래피티 작업으로 꾸몄다. 갤러리, 녹음 스튜디오, 아트 스튜디오, 작가 레지던시 룸 등을 운영하며 창작 활동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이후 지역의 청년문화 활성화를 선도하며 부산 인디문화의 상징적인 공간이었다.

계약만료로 2년 전부터 건물을 비워야 했으나 겨우 버텨오다가 건물주가 바뀌며 철거를 통보함에 따라 ‘아지트’는 기억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철거를 앞두고 ‘재미난복수’는 단순히 이전할 곳을 찾지 않았다. 청년문화가 지향해야 할 바와 생존방안을 고민했다.

   
청년작가들이 장전동 장성시장에 일곱 개의 문화공간을 마련했다. 각각의 콘텐츠를 가진 단체와 공간의 유기적인 연대와 유통구조를 만들어 건강한 문화생태계를 시도한다. 사진은 아트콜라보 상품을 판매하는 ‘B숍’

◇ 시작하는 것

청년들은 ‘아지트’에서 독립하여 각자의 색깔을 가진 공간에서 유기적인 공동체를 형성하고자 한다. 도시철도 1호선 장전역 부근에 위치한 장성시장에 ‘아지트’의 새로운 이름 ‘B’로 일곱 개를 개관했으며 앞으로 계속 늘려갈 계획이다.

각각의 콘텐츠를 가진 공간 ‘B’들은 ▲게스트 룸과 레지던시 공간으로 국·내외 작가들이 머물 수 있는 숙소 <B하우스>는 외부의 사람들이 계속 드나드는 통로가 되고자 한다. ▲원래 방앗간이던 공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열린 전시 공간 ‘B갤러리’는 전시, 판매 통로가 거의 없는 젊은 작가 작품 유통의 장이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갤러리는 고상하고 고품격이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이곳은 문턱을 낮추고 시장과 어울릴 수 있는 갤러리를 지향한다. ▲‘B홀’은 50여 평 규모의 공연장으로 특별한 시설이 없이 실험적인 공연을 시도하고자 한다. ▲‘나유타 카페’는 다국적 채식 카페로 세 명의 주방장이 요일별로 번갈아 다른 요리를 선보인다. ▲‘B숍’은 예술가들과 함께 만든 아트콜라보와 빈티지 상품을 판매한다. ▲‘청소년문화공동체 이룸’의 공간으로 책과 음료를 판매하는 카페 ‘이룸’의 수익금은 도움이 필요한 아동·청소년에게 기부한다. 또한, 봉사·기부정보센터의 역할과 학습 토론 등의 프로그램도 진행할 계획이다. ▲목공 작업을 하는 ‘우리동네 목공소’가 있다.

‘재미난복수’의 대표 김건우 씨는 “‘B’는 비어있는 것이 콘셉트다.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래시장과 문화현장에 필요한 공간이 되고자 한다.”며 “젊은 작가 중심으로 독립된 자본과 지속가능한 소비·유통구조를 시도하기로 했다. 이것은 혼자서는 불가능하므로 재미있고 자발적으로 구성되는 네트워크와 이를 실현시킬 공간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세 명의 주방장이 요일별로 다른 요리를 선보이는 다국적 채식 카페 ‘나유타 카페’

◇기억하는 것

지난 2~3년 간 부산은 관 주도하에 사상의 ‘캣츠’, 사하구 ‘홍티아트센터’, 수영구 ‘인디스테이션’, 남구에 ‘감만창의문화촌’ 등 문화센터들이 문을 열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자생적으로 생긴 문화공간들은 문을 닫고 있다. ‘대안공간 반디’에 이어 ‘아지트’가 없어지고 ‘오픈스페이스 배’ 또한 지금 자리에서 밀려나게 되었다. 모두 임대 계약만료, 부지매각 때문이다.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문화공간을 지킬 예산과 의지는 없으나 새로운 공간은 계속 생기고 있다.

   
 ‘B’ 공간들 공사를 하고, 목공예품을 만드는 ‘우리동네목공소’

생활기획공간 통의 송교성 공동대표는 “지역이 자기 색깔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데, 그간 ‘아지트’가 금정구에 청년문화의 메카라는 색깔을 만드는데 역할을 했다. 또한, 이제까지 재래시장에 문화공간은 정책적으로 만든 것인데 자생적으로 자리 잡은 ‘B’는 분명 한국에서 새로운 실험이다.”라고 밝혔다. 박진명 공동대표는 “그동안 ‘아지트’의 역할이 새로운 문화를 소개하고 작가들이 교류하며 전국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내는 것이었는데 옮겨간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특색 있는 콘텐츠를 갖추고 역할과 공간을 나누니 더 재미있는 시도 같다.”고 전했다.

‘B’는 공공기관의 지원금의 받아 시행하는 기존의 시장프로젝트와 달리 독립적인 자본으로 예술인들이 스스로 만들었다. 상품과 재화의 교환 장소인 시장에서 문화 유통을 시도하여 안정적인 재정구조와 지속가능한 활동기반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어려움도 예상된다. 임대로 마련한 공간들로 계약기간이 안정적이지 않다. 가까이 모여 있으며 유기적 연대를 통한 유통구조를 마련하고자 하나 몇 년 뒤엔 공간을 유지할 최소한의 보호 장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문화생태계를 향한 청년들의 시도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사뭇 기대된다.

   
책과 음료를 판매하는 카페 ‘이룸’은 봉사, 기부정보센터 역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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