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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북극항로 시대 발빠른 대비로 선박 통항 중심지 도약해야
김형준 기자  |  samic8315@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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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31  11:2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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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항로 세계적 이슈로 자리매김…부산 지리적 이점
항만 확장·항만서비스 관련 인프라 조성 속도 필요
물동량 중심 한계…북극시대 선점해 신성장 동력 창출해야

   
▲ 북극항로가 본격 활용되면 부산도 지리적으로 ‘세계의 환적황’으로 불리는 싱가포르와 같은 다수의 선박이 통항하는 중심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북극항로 시대의 발빠른 대비로 현재의 물동량 중심 정책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해갈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부산항 신항 전경 모습.


지난해 지구 온도가 관측 이래 가장 높이 오르는 등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북극항로는 세계적인 이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후 변화로 북극해의 얼음이 녹으면서 2020년이면 연간 6개월, 2030년이면 1년 내내 선박 운항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북극 항로는 기존 수에즈 운하를 이용한 한국∼유럽 항로보다 운항일수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경제적 이점 때문에 세계 물류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일예로 북극 항로를 이용하는 선박들은 러시아 무르만스크에서 부산까지 오는 데 19일을 단축할 수 있다. 북극 항로를 이용하면 기존보다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이러한 비용 절감은 물동량 증대로 이어진다. 실제 지난해 북극항로를 이용한 물동량은 633만4000t을 기록했다. 이는 2년 전보다 59%나 늘어난 수치다. 앞으로 얼마나 물동량이 증가할지 알 수는 없지만 중요한 점은 북극 얼음이 녹는 속도가 인프라가 갖춰지는 속도보다 더 빠르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북극항로가 본격 활용되면 부산도 지리적으로 ‘세계의 환적황’으로 불리는 싱가포르와 같은 다수의 선박이 통항하는 중심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의 부산항 물동량 정책이 최근 한진해운 청산, 세계 교역량 감소 등 악재로 인해 한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다가올 북극 시대는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부산항의 새로운 성장 모멤텀이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부산항이 미래 북극 시대에 선박 통항 중심지가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들이 산재해 있다. 중국과 일본의 항만들과 경쟁에서 앞서고 북극 항로를 이용하는 선박들의 통항 중심지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해운항만물류 시장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항만 확장과 더불어 지지부진한 대형선박수리조선소, LNG벙커링기지 등 항만 서비스 관련 인프라 구축이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를 통해 물동량 증대에만 치우친 정책 불균형으로 컨테이너 터미널을 중심으로 하는 부가가치 의존도가 절대적인 현재의 부산항 체질을 터미널, 해운, 항만 관련 산업 등 모든 분야에서 골고루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싱가포르, 로테르담 등 외국 주요 항만의 구조로 개선시켜 가야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부산항 운영으로 인한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력도 현재보다 더욱 커져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 우수한 해양비지니스 여건 갖춘 부산, 컨테이너 중심 부가가치 의존도 탈피해야
부산항은 컨테이너 물동량 기준으로 세계 6위에 올라 있지만 컨테이너 터미널을 중심으로 하는 부가가치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부산항의 부가가치 가운데 60.3%가 항만 하역, 보관, 내륙수송에서 발생한다. 선박 수리·매매·관리, 선용품, 급유, 금융, 법률컨설팅 등 해운분야에서 나오는 부가가치는 22.1%에 불과하고 항만배후단지 운영, 해양·환경·보안 첨단기술, 항만 설계 및 컨설팅 등 항만 관련 산업에서 창출하는 부가가치도 17.7%밖에 안된다.
 
반면 싱가포르와 로테르담은 하역과 운송이 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9.3%와 17.3%에 그친다. 상하이도 33.3%로 부산보다 훨씬 낮다. 나머지는 해운 분야와 항만 관련 산업에서 나온다.
 
부산항의 전체 부가가치 규모는 연간 6조 원 정도로 싱가포르의 35%,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40%, 중국 상하이의 34%에 불과하다.
 
선박 수리산업을 예를 들자면 국적선 수리대상 선박이 연간 1000여척에 달하지만 그 중 절반만 국내에서 수리를 하고 절반은 중국 등 해외에서 수리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에서 수리하는 선박은 중형 이하이고 대형 선박은 전부 해외로 빠져나가 심각한 기술 유출과 더불어 국부 유출이 야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에서는 3만톤급 이상 대형선박을 수리할 수 있는 대형수리조선소가 단 한곳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부산항의 선박수리업의 경쟁력 약화는 후방산업인 선용품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부산에는 선용품 공급업 등록업체 수가 전체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등 국내 최대의 선용품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선박들이 우리나라 대신 중국이나 싱가포르 등을 찾아 수리를 받음에 따라 한국선용품 시장도 힘든 실정이다. 부산항 기항 선박의 60%가 싱가포르에서 각종 선용품을 사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부산항의 선용품시장 규모는 연간 1조6000억 원으로 싱가포르의 5% 수준에 머물고 있다. 부산항의 선용품산업의 문제점으로는 선용품업체 간의 과당경쟁, 복잡하고 영세한 유통구조, 높은 운영비용, 정부 및 부산시의 관심 저조 등이 지적되고 있다.
 
선박 급유업으로 눈을 돌려보면 2014년 기준으로 부산항에 입항한 선박의 10%만 부산에서 기름을 공급받았다. 이마저도 탱크를 가득 채우지 않고 홍콩이나 싱가포르까지 갈 양만 넣은 선박이 50%에 달했다.
 
부산은 세계 1위의 조선 및 기자재산업, 세계 6위권의 부산항, 세계 1, 2위를 다투는 전자·정보통신산업이라는 좋은 해양 비즈니스 여건을 갖고 있기에 북극 항로 시대를 잘 대비해 다가올 새로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 북극항로 시대 활용해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해야
북극항로 시대를 대비한 해운 및 항만 관련 인프라 구축은 선사들에게는 부산항이 백화점과 같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토대가 되며 북극항로 시대의 선박 통항의 중심지를 선점해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사업 추진은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일례로 세계 주요 항만들이 액화천연가스(LNG)를 선박 연료로 공급하는 벙커링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부산항은 3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0년부터 모든 해역에서 선박배출가스 규제를 강화한다고 지난해 10월 발표했다.
 
해운업계는 배출가스 저감을 위해 저유황유나 LNG 등으로 선박의 연료를 바꾸거나 배기가스 내 유해물질을 줄이는 설비를 설치하는 등의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머스크와 CMA·CGM 등 글로벌 해운선사들은 새 선박을 발주할 때 아예 LNG를 연료로 쓰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선사들의 이런 움직임에 대응해 각국 정부와 항만들은 관련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LNG 벙커링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지난해 12월까지 7차례에 걸쳐 정부, 지자체, 항만공사, 민간사업자 등이 참여한 회의를 열고 요코하마항을 LNG 벙커링 거점으로 확정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국가보조금 정책을 적극 시행해 2015년 말 기준으로 1060척의 LNG추진선박을 건조하거나 운항하고 있다. 닝보-저우산항 등에 원양선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LNG벙커링 기지를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최대 무역항인 부산항의 LNG 벙커링 기지 건설은 입지를 둘러싼 논란 때문에 3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벙커링 기지는 항만 내 육상에 대 저장탱크와 접안시설을 갖추고 선박에 LNG를 공급하는 기반시설을 말한다.
 
해수부는 2015년 1월 민간업체인 폴라리스쉬핑이 부산신항 입구에 있는 무인도 호남도 일대에 6000억원을 투자해 벙커링 기지를 짓겠다고 제안하자 이를 받아들여 추진하려 했다. 하지만 터미널 운영사 등 항만업계는 선박 운항이 빈번한 신항 입구에 벙커링 기지가 들어서면 항만운영에 심각한 지장을 준다며 즉각 반대하고 나섰다. 부산신항이 위치한 진해만에서는 LNG선과 1㎞ 이상 떨어져야 해 컨테이너선들의 입항시간이 평소보다 길어져 선사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정시성을 확보할 수 없어 항만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이처럼 반발이 거세자 해수부는 입지 문제를 더 검토하기로 해 진척이 없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부산항 신항 내 대형선박수리조선 단지 조성 사업도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9월 해수부가 고시한 ‘제3차 전국항만기본계획 수정계획’에 부산항 신항 내 대형수리조선 단지 조성이 반영돼 2020년까지 민자 유치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걸림돌이 산재해 있다.
 
과거에도 대형선박수리조선소 조성이 추진됐지만 해상안전 위험성으로 인해 추진이 취소된 사례가 있고 입지 선정과 기술적 문제 등으로 조성 시기가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지역 선박수리업계가 2000년대 이후 수리기능인력의 양성 부족으로 인한 인력난에 처해있어 대형선박 수리조선소 조성이 늦어지면 수리기능공 부족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김길수 한국해양대 교수는 “한진해운 청산 등으로 물동량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제는 부산항만공사가 대형선박수리조선소 및 LNG벙커링 기지 조성, 부산신항 배후물류단지 활성화 등 전 세계 선박을 끌어들일 수 있는 다양한 인프라 조성 및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서 고부가가치를 창출시키는 방향으로 부산항의 발전 패러다임을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답보 상태에 있는 항만 서비스 관련 인프라 구축 사업과 관련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속도를 내 다가오는 북극 항로 시대에 부산항이 선박 통항 중심지로 거듭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이 창출될 수 있도록 바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형준 기자 samic8315@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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