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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만드는 축제··· 아비뇽 OFF의 불꽃[2014 아비뇽 페스티벌 현장]
김현정 기자  |  khj@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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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7.22  12: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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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사진 : 변지연
  부산국제연극제 프로그래머, 연극인
 

아열대 고기압이라는 지중해성 기후의 여름을 맞은 프랑스 남부의 아비뇽은 축제를 벌이기에 무척이나 적합했다. 월드컵의 열기가 페스티벌 현장에 난무했고 예술인 파업의 냉기가 페스티벌 개최를 위협하기도 했지만 이 모든 것은 68년 축제역사의 단단한 수심 안에 조용히 숨어들어가야 했다. 아비뇽 연극축제는 세계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한 예술인들이 그 열정과 애정만으로 만들어나가는 고유영역이었기 때문이다.

2015년 부산국제연극제를 준비하기 위해 필자의 일행이 프랑스 아비뇽에 도착했을 때는 페스티벌이 시작할 무렵이었다. 프랑스에 가기 전부터 프랑스 공연예술종사자들의 파업 소식을 접한 터라 페스티벌의 분위기가 예년 같지 못할 것을 우려했지만 다행히 4일 개막일에 공연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졌고 비슷한 이유로 페스티벌이 열리지 못한 2003년의 비극이 되풀이되지는 않았다.

예술인 사회복지가 잘 되어있는 프랑스에는 공연예술종사자들의 실업급여제도가 있다. 공연예술의 특성상 상시적으로 공연이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비정규직에 속하는 공연예술종사자들이 공연이 없는 시기에도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그것이다.

   
프랑스예술인들이 교황청에서 예술인 총파업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이 법안이 이번 6월에 개정되면서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불리해졌고 이에 공연예술인들이 총파업을 시작한 것이다. 프랑스에서 열리는 여러 공연예술축제가 취소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비뇽 페스티벌이 그 개최여부를 결정하는 찬반투표를 거쳐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공연에 대한 열망으로 세계에서 이미 모여든 관객을 위한 그들의 배려라고 할 수 있겠다.

   
부산 극단 ‘맥’이 대표작 <비나리>로 아비뇽 페스티벌에 참가하여 거리홍보를 하고있다.

아비뇽 페스티벌은 IN 부문과 OFF 부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IN 부문에서는 공식초청작을 공연한다. 올해는 41개 작품이 22개의 중대형 극장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의 IN 작품들에서는 공연 직전에 배우와 스태프들이 모두 무대에 나와 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입장을 설명하는 진지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관객들은 커튼콜 박수보다 더 큰 응원의 박수를 그들에게 보냈다.

   
많은 작품이 참가하는 아비뇽페스티벌에서 거리홍보는 관객에게 작품을 홍보하는 중요한 수단이며, 그 자체로 볼거리가 된다.

아비뇽 페스티벌의 메인은 IN 부문이지만, IN 부문보다 더 큰 규모로 진행되며 아비뇽 페스티벌을 진정한 축제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해주는 것은 OFF 부문이다. OFF 부문은 ‘Avignon OFF’란 이름으로 사실상 별개로 진행된다. 기준과 심사를 거쳐 지원을 받고 초청되는 작품이 아니라 페스티벌에 참여하고자 하는 극단이 자발적으로 극장을 대관해서 자신들만의 작품세계를 선보임으로써 독립적이고 대안적인 성격으로 파생된 또 하나의 페스티벌인 셈이다. 아비뇽 페스티벌과 쌍벽을 이루는 영국의 에딘버러 국제페스티벌에서는 프린지라는 이름으로 이러한 대안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올해 아비뇽 OFF는 1,083개의 극단이 1,307개의 작품으로 참여하고 있다.

   
2013 부산국제연극제 경쟁부문 ‘고 아비뇽’에서 대상을 수상하여 올해 아비뇽페스티벌에 참가한 창작집단 ‘거기가면’의 <반호프>

부산국제연극제는 올해 다이나믹 프린지 부문을 신설했다. 집행부가 주도하는 연극제가 아닌 시민과 예술인의 자발적 참여를 지향하고 그들에게 예술의 장을 펼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연극축제 본연의 특성을 살리자는 취지에서다. 김동석 부산국제연극제 집행위원장과 함께 필자 일행은 다소 어렵게나마 아비뇽 OFF의 집행위원장인 그렉 제르망과 만남을 가질 수 있었고 부산국제연극제의 취지에 부합해서 향후 아비뇽 OFF와의 원활한 교류도 약속받을 수 있었다. 제르망은 최근 한국의 세월호 참사로 인해 부산국제연극제를 비롯한 한국의 많은 축제들이 그 규모를 축소했거나 행사를 취소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서로의 빰을 때리는 퍼포먼스를 하며 거리홍보하는 모습.

OFF 페스티벌은 극장 중심으로 진행된다. 올해는 132개 극장이 가동되고 있다. 대부분의 극장이 아비뇽 시내를 둘러싸고 있는 성곽 안에 위치해 관객들은 도보로 하루에 여러 작품을 볼 수 있다. 축제를 위해 임시로 개조된 소규모 극장들이 상당수를 이루며, 한 극장 당 하루 7~9개 작품이 한 시간 반 정도의 간격으로 공연된다. 극장 별로 고유의 작품특성을 지니기도 한다. 공연예술의 특성상 무대의 크기와 구조에 따라 작품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극장 전속 프로그래머를 두어 참신한 작품을 선별하는 극장도 있다. 19세기 말에 만연한 상업극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연극을 주도한 것이 소극장 운동이었듯이, 현재의 관객 친화적 축제에서도 그 방향성을 선도하는 역할을 바로 소극장이 담당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주로 공연하는 극장을 선택해서 공연을 관람하는 것도 아비뇽 페스티벌을 즐기는 관극 노하우라고 할 수 있겠다.

   
 

7월 한 달 13만 여명의 관객이 찾아오는 아비뇽의 거리에는 공연홍보 이벤트로 북새통을 이룬다. OFF에서 공연하는 팀들이 스스로 홍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연시간을 제외하고 아침부터 밤까지 거리홍보를 하며 전단지를 나누어준다. 지쳐 힘들 법도 한데 그들은 그것을 즐긴다.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그들은 스스로 거리공연을 펼치며 축제를 가장 축제답게 만드는 불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2014 아비뇽 OFF에 참여한 한국팀은 5개 극단이다. 그 중 부산국제연극제의 GO WORLD FESTIVAL 부문 작년 수상작으로 선정된 극단 거기가면의 <반호프 시즌2>가 올해 아비뇽 OFF에 참가하고 있다. 부산에서 참여한 극단 맥의 <비나리>와 극단 스톰의 <살육>도 <반호프 시즌2>와 더불어 현지 관객들의 호의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페스티벌 현장에서도 월드컵 프랑스 경기를 보기위해 몰려있는 프랑스인들.

아비뇽 페스티벌은 영국의 에딘버러 국제페스티벌과 더불어 세계 최대의 공연예술축제로 꼽힌다.

두 페스티벌은 1947년에 동시에 탄생해 현재까지 자국의 공연예술 발전에 지대한 자극제로서의 역할을 하며 세계 공연예술 교류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해오고 있다. 8월에 열리는 에딘버러 축제보다 한 달 앞서 7월에 한 달여 기간 동안 열리는 아비뇽 축제는 다른 세계적인 축제에 비해 프랑스의 자부심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프랑스어를 쓰는 대사극이 많으며 굳이 국제적인 공연을 의식한 비언어극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페스티벌을 소개하는 책자에도 국제어인 영어는 거의 없어 외국인에게는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대외적 불친절함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의 문화정책은 세계인을 대상으로 한 대중성보다는 자국의 예술적 정체성을 강화하고 보호함으로써 오히려 프랑스 예술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유도하는 역설적 결과를 낳고 있다.

자발적 참여와 변별성, 소극장을 중심으로 한 주체의 확대가 2014년을 맞은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얻은 현지 교훈이라면, 남은 것은 그것의 한국적 적용과 지역적 토착화를 어떻게 이루어내느냐 하는 것이다. 작은 국제연극제를 가진 부산은 많은 가능성을 두고 다시금 꿈틀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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