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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교육열, 자식 자립심 앗아가는 결과 낳아”[사람, 사람을 만나다] - (154) 김향은 고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효진 기자  |  khi5018@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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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22  18:3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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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향은 고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행사장에서 봉사활동의 의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모의 사랑, 더하기보다는 빼기부터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습관 가르쳐야


지난 20일 삼락생태공원에서는 제12회 세계인과 함께하는 어울마당이라는 제목으로 다문화 국제축제가 열렸다. 지구촌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부산에 거주하는 다문화인들의 만남의 장이었던 이번 축제에 YWCA 새터민지원센터 봉사자 자격으로 참가한 고신대 사회복지학과 김향은(영도구 동삼동) 교수를 만나 봉사와 교육 그리고 가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이 행사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는지.

▲ 평소 소수 가정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입양 가족, 한부모 가족, 다문화 가족 등 다양한 단체들과 협력하고 있는데 그중 한 곳이 YWCA 새터민지원센터입니다. 제가 운영위원으로 일하고 있어 제자들과 함께 참가했습니다.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데 새터민 가정도 다문화 가정에 포함됩니다. 오늘 행사에서 저희들은 다양한 상품들을 판매했는데 얻은 수익금은 새터민지원센터 기금으로 쓰입니다.


- 새터민지원센터가 주로 하는 일은?

▲ 새터민들의 초기 정착을 돕고 학생들에게는 장학금도 지급하고 있으며 할머니 청춘합창단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낯선 곳에 여행만 해도 고생인데 불안정한 신분으로 낯선 사회에 정착하려면 얼마나 어려움이 많고 서러운 일도 많겠습니까? 저희 아버님이 이북 출신이십니다. 먼저 이곳에 와서 정착한 이주민 출신의 가족으로서 그분들에게 빚이 있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봉사에 참여하려 합니다.


- 강의실 밖에서 봉사 활동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 제 아버님께서 평생 봉사하는 삶을 사셨습니다. 어린 시절 집에 사람이 끊이지 않았었죠. 아버님이 무료로 놓아주시던 수지침을 맞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설 때도 있었습니다. 그때는 사생활에 방해가 되어 싫기도 했었는데 저도 아버님 가르침대로 살게 되더라고요. 제겐 훌륭한 교육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봉사할 때 학생들의 참여를 많이 유도합니다. 집과 학교밖에 모르고 살았던 학생들에게 생활 속 경험의 기회를 주기 위함이죠. 자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육의 중요한 몫일 수 있고 그 과정에 고난 극복의 경험이 필요하거든요. 봉사는 고난이라고까진 말할 수 없지만 봉사를 통해 ‘일을 해내는 것’을 배웁니다. 그리고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필요와 문제를 알고 관심을 갖게 되면서 생각의 틀을 넓혀가고 대처 능력을 포함해 적응력을 길러 갈 수 있겠죠.


- 가족학과 아동심리학을 전공하셨는데 특히 소수 가정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가 있나요?

▲ 제가 서울에 살다가 직장 때문에 부산에 와서 살게 되면서 어느 순간 제가 소수에 속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저는 신분이 확실한 사람인데도 외지인에 대한 반감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걸 꽤 겪었거든요. 해외여행 중에도 불이익을 당한 경험이 있고요. 국적과 신분이 명확한 나 같은 사람도 이런데 난민들은 어떨까? 혈연 중심 사회에서 입양 가정들은 또 얼마나 힘이 들까? 그런 생각이 바탕이 되어 활동의 범위와 깊이를 넓혀 오게 되었습니다.


- 사생활에 관한 질문이라 불편하실지 모르지만, 미혼이시면서 가족학·아동학을 연구하시는데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 싱글이라서 잘 모른다고 생각하시면 오해이고요. 객관적으로 아는 것이 가르침과 연구에 도움이 됩니다. 의사도 아파봐야 치료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공감하고 같이 울어서 위로가 될 순 있지만 그게 전부가 될 수는 없고요. 학자는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적 식견과 아울러 객관화의 트레이닝을 받아온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문제에 대한 세부적 진단과 함께 구조적인 큰 틀을 보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죠. 원론적인 것을 많이 아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돌발 변수를 공부한 것이 예측하고 대처하는 데 힘이 많이 되지요. 결혼을 해서 자신의 가정을 가져서 얻는 경험이라는 것도 사실 폭이 좁은 거잖아요. 학문으로 접근하는 사람은 오히려 다양한 가정과 아이들에 대한 직간접적인 과학적 지식을 폭넓게 축적함으로써 다양한 변수에 대한 예측 능력도 생기는 거죠.


- ‘가족’이나 ‘아동’이란 단어가 주는 인상이 이전 같지가 않습니다. 즐거운 우리 집이 떠올라야 하는데 요즘은 폭력, 학대라는 단어들이 먼저 떠오릅니다. 이 단어들이 원래 가졌던 행복한 느낌을 구제할 수 있을까요?

▲ 현대사회는 미디어 매체 중심으로 세상이 움직이고 삶에서 물질이 위주가 되고 인간이 부수적 위치로 전락하게도 되는데 그것이 결국 가족 경시로 이어지는 겁니다. 요즘은 한 가정의 평가가 집의 평수나 차의 종류로 내려지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미디어의 발달로 남과의 비교가 더 심해졌습니다. 옛날엔 나 말고 우리 동네 사람만 보다가 지금은 엄청나게 넓은 범위의 사람들이 사는 것을 보게 되니 더 비교할 기회가 많이 생기죠. 관계 중심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질이 없어도 함께 하고 나누는 공유를 통해서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지 않았습니까. 가난하지만 행복하다는 말이 요즘 젊은이들에겐 난해한 역설로 들릴지 모르겠습니다.


- 물질이 없어도 나눌 수 있는 공유라면?

▲ 예를 들어 가족이 주말 나들이를 하고 싶을 때 비싼 입장료를 지불해야 하는 놀이공원까지 가지 않아도 함께 바람을 쐬고 산책을 하며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정신적인 문화가 필요합니다. 많이 알려진 바와 같이 네팔이나 티벳과 같은 나라는 물질문명의 혜택을 많이 받지 못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행복 지수가 높지 않습니까. 사람을 물잔에 비유하자면 네팔 사람들은 물이 꽉 찬 잔과 같습니다. 그래서 쉽게 넘어지지 않습니다. 반대로 물질문명이 발달한 나라 사람들은 마치 내용물이 없는 빈 잔과 같아서 아주 작은 자극에도 쉬이 넘어집니다. 그 잔에 담길 내용물이 저는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잔의 외형은 화려합니다. 그러나 잔이 비어있으니 살짝만 건드려도 넘어지죠. 아니면 찢어지고요. 이 잔을 채우는 방법도 쉽지 않은데 학교 보다는 가정의 역할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 가정에서는 그 빈 잔에 무엇을 담아야 합니까?

▲ 감사의 훈련부터 해야 합니다. 감사할 거리가 참 많은데도 훈련이 안 되어 있으니 늘 안 가진 것만 따지고 불행의 조건만 생각합니다. 감사를 하고 나면 양보를 알게 되죠. 어려서부터 부모에게 받기만 하고 자란 아이들은 감사할 줄 모르고 조금 덜 받거나 부족함을 느끼면 불행부터 느끼는 겁니다. 감사는 훈련입니다. 어려서부터 작은 것에도 감사하도록 가르쳐서 스스로 습관을 가져야 하는데 이 감사 교육이 가정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저는 부모님들께 사랑을 더하기보다는 좀 빼고 덜어내어 아이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게 하라고 말씀드립니다.


- 생활이 여유로워지고 자녀 수가 많지 않아서 자녀에게 투자를 많이 하는 편이죠. 그것도 아주 경쟁적으로. 그런데 투자의 방향에 좀 문제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 남들보다 잘 입히고 잘 먹이고 학교 공부 지원만 많이 해주면 잘 키우는 것이라 생각하시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부모님들과 대화해 보면 자녀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어려서 물질적인 공급을 최대한 잘해주는 데 주력하고 힘들지 않도록 갖은 도움과 배려를 쏟아주다 보면 그 아이는 커서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교육의 방향이라는 것은 결국 그 아이가 독립적으로 자신의 앞가림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인데 지금 우리나라의 왜곡된 교육열은 아이들을 역방향으로 가게 만들고 있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혼자서 일을 처리하고 마무리하는 능력이 굉장히 떨어집니다. 비싼 과외를 듣는다고 성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에게도 크고 작은 고난을 통과하는 체험이 필요한데 부모들이 체험의 기회를 미리 박탈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이 주려고 하지만 소중한 것들을 부모들이 오히려 뺏고 있는 거죠. 다양한 스펙트럼을 통해서 세상을 보고, 경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가 하는 대외봉사활동에 학생들이 동참할 때가 많은데 평소에 만나지 못하던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사정도 알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성장하는 것을 느낀다며 감사하다는 인사도 많이 듣습니다.


- 교육이 바뀌려면 부모들이 변해야 되겠습니다. 부모님들과 대화하실 기회가 있습니까?

▲ 요즘은 지역 사회에서 실시하는 부모 교육이나 가족 상담을 통해 부모님들과 자녀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사실 자신의 가정이나 자녀에 대해서 다른 사람이 이래라저래라 하는 소리를 듣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무조건 가르치고 지시하는 강의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서 저와 어느 정도 관계 형성이 이뤄지고 나서 조언을 드리면 공감하시고 받아들이십니다. 수업은 아동 발달이나 가족 관계에 대한 강의를 위주로 할 때도 있고 자유로운 질의응답으로 운영할 때도 있습니다. 부모들은 항상 자녀들의 행복을 염려하는데 사실 자녀들의 행복은 부모 두 사람의 관계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남편과 아내 이야기가 더 길어질 때도 많습니다. 가장 좋은 부모는 금실 좋은 부모란 말도 있습니다. 자식에게 몰입하고 물질을 풍족히 공급하는 것이 최선의 역할이라 생각하지만 부모 스스로 먼저 행복해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가정 바깥에 있는 더 넓은 세상을 많이 보여주시고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해 준다면 자녀가 세상에 나가서 쉽게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 설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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