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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한 사람[리더스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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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21  13: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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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환
   수필가
밤낮 또래들과 어울려 싸돌아다니는 아들에게 늙은 아비가 물었다.

“네가 사람을 죽였더라도 무조건 감싸줄 수 있는 친구가 있느냐?”

눈만 껌벅이고 앉아 있는 아들 앞에서 아비는 돼지를 잡았다. 거죽대기에 둘둘 말아 사람 시체처럼 꾸몄다. 한밤중에 지게에다 지고 이웃에 사는 아비의 친구 집에 함께 갔다.

“여보게, 내가 그만 실수로 사람을 죽였네. 어쩌면 좋은가?”

아비의 친구는 아무 말도 묻지 않았다. 묵묵히 곡괭이를 들고 산속으로 들어가 사체를 묻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며 할 말을 잊은 아들에게 아비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너도 이런 진실한 친구를 하나라도 사귀어야 된다.”

어린이용 교훈 집에 실려 있는 이야기다. 꾸며낸 이야기지만 진실한 우정의 모범으로 감동과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 내 나름대로 뒷부분을 첨가해 보았다.

“아버님, 이건 아닙니다. 어찌 사람을 속이고 하늘을 속이는 게 진실이란 말입니까.”

“뭣이라?”

“유족의 슬픔과 원통함은 어쩝니까. 나라면 평생 두려움에 떨며 또 양심의 가책으로 견딜 수 없을 겁니다. 감쪽같이 감추어질 일도 아닙니다. 유족들이 눈이 시뻘겋게 찾을 텐데요. 그리고 결국에는 친구 사이에도 서로 의심하게 됩니다.”

“무슨 개뼈다귀 소리야. 그래, 너는 어쩌겠다는 거야.”

“예, 처음부터 내가 친구를 찾아가면 안 돼지요. 친구까지 죄인으로 만드니까요. 친구 입장에서는 관가에 자수하도록 설득하겠습니다. 옥바라지며 남은 가족의 생계를 도우겠습니다. 이게 진짜 우정입니다.”

“이 자식아, 뭔 사설이 많아. 국법이나 양심이 어딨어. 목숨까지 나누는 진실한 우정은 무조건이야. 잘잘못을 따지지 않아.”

이번 탄핵국면에서 뚜렷하게 대비되는 두 관점을 본다.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다. 마치 진실한 사람, 진실한 친구에 대한 아비와 아들의 생각 차이와 흡사하다.

한 쪽은 국정의 투명성이 철저히 차단된 채로 유치한 일개 비선에 의해 국가의 통치권이 농락당했다는 사실과 그런 행위를 방지할 장치가 없는 전근대적 국가 시스템에 분노하고 있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이 정도로는 탄핵 사유에 미흡하고, 전임 대통령들은 훨씬 더 해먹었다며 오히려 억울하다고 반박한다. 여성 대통령의 미용시술까지 시비하는 것은 종북 세력의 음모라고 항변한다.

심지어 대통령 변호인까지 방대한 양의 검찰 공소자료에 대한 반박 자료를 준비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에 법정에서 법리로 싸우는 대신에 거리에서 태극기만 휘두르고 있다.

피고인이 검찰 심문 자체를 거부하고 압수 수색도 원천 차단해놓고는 본인의 직접적 물증이 없으니 무죄라고 주장한다. 다른 증인들의 증언과 증거는 아예 무시 왜곡하며, 탄핵소추 절차에 문제가 있으니 무효라고 주장한다.

헌법 재판관을 아랫사람 다루듯 꾸짖기까지 하는 것을 보면, 배우고 못 배우고를 떠나 우리 사회에는 이야기 속의 아비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무슨 일이든 자신을 옹호하고 지시에 순응하는 사람이면‘진실한 사람’이요, 잘못을 지적하거나 토를 달면‘배신의 사람’이라 여기는 사람들이다.

‘진실’은 당연히 정의롭고 공의로워야 한다.

조폭들의 의리를 미화하여 그들을 진실한 친구들이라 할 수 없듯이, 음욕을 품은 사람에게 돼지발정제를 구해주는 사람을 진실한 사람이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더더구나 진실한 크리스천이란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공의로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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