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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취재 시리즈2> 물동량 중심 부산항, 실속없는 껍데기 항만으로 전락
김형준 기자  |  samic8315@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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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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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처리 증가에도 하역료 뒷걸음질에 제자리걸음
막대한 예산으로 조성한 신항…외국계 운영사가 장악해
터미널 운영사 난립…부두 운영 생산성과 효율성 떨어져


편집자 주 - 올해로 부산항은 개항 141주년을 맞이했지만 해운항만물류산업의 대내외적인 환경 변화 및 여건 악화와 더불어 지난해 한진해운 청산 여파로 인해 유례없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에 본지는 현재 부산항에서 부각되고 있는 문제점을 짚어보고 글로벌 선진 항만인 싱가폴항의 성공 사례를 통해 부산항의 위기 극복 방안과 미래 바람직한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기획시리즈를 매주 2회(화, 목) 5차례에 걸쳐 연재합니다.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으로 일환으로 게재됨을 알려드립니다.
 
   
▲ 총 8개의 터미널 운영사가 난립하고 있는 부산항은 부두 운영 효율성과 생산성이 하나의 터미널 운영사로 운영되고 있는 싱가폴항 등 세계 주요 항만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조성한 부산항 신항은 외국계 자본이 장악하며 국부유출 현상과 더불어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싱가포르항 모습. (사진=김형준 기자)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을 이어주는 길목에 위치한 천혜의 지리적 요건을 갖춘 싱가포르항은 하루 60여척의 선박이 드나드는 활기 넘치는 항만이다. 부산항의 북항과 신항처럼 구항인 탄종파가, 브루니, 케펠 터미널과 신항인 파시르 판장으로 구성돼있는 싱가포르항에서는 크레인들이 쉬지 않고 컨테이너를 배에서싣고 내리고 있다.

얼핏 보면 부산항과 닮아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내용은 판이하게 다르다.

우선 부두 운영사가 난립해 항만 운영 효율성과 생산성이 현저히 낮은 부산항과는 달리 세계 최고의 환적항인 싱가포르항의 경우 모든 부두를 하나의 민간회사가 운영하며 신·구항간의 물동량 배정 등 항만 효율성과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싱가포르항 운영 주체인 주식회사 PSA 싱가포르(이하 PSA)의 전신은 1964년 설립된 싱가포르항만당국(국가공단)으로 1997년 10월 1일 민영화에 따라 PSA로 바뀌었다. 규제와 감독 기능이 없는 순수 터미널 운영사이며 싱가포르 국영투자사인 테마섹 홀딩스가 100% 지분을 갖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가 지원책의 일환으로 건설한 7km에 이르는 화물전용도로는 구항과 신항을 이어주고 있다. 
 
또 부산항에서는 볼 수 없는 대형선박수리조선소, 유류공급기지 및 항만배후단지의 밀집된 선용품 공급업체 등 항만 및 해운 관련 산업 인프라 구축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항만 산업과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15일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정부의 부산항 물동량 중심 정책의 지표인 컨테이너 물동량은 2003년 1041만TEU에서 지난해 902만 3000TEU가 늘어난 1943만 3000TEU를 기록했다. 이는 2003년과 비교하면 약 86% 가량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부산항 전체 물동량 중 환적화물 비중은 수출입화물 960만TEU를 웃도는 51%를 차지해 부산항은 동북아 1위 환적 중심 항만으로 성장했다.
 
선박을 접안해 컨테이너를 하역하는 컨테이너 선석 수는 2003년 18개에서 지난해 41개로 늘어나 2.3배 증가했다. 총 선석 길이도 5.7km에서 12.5km로 2.2배 늘어나며 전 세계적 선박 대형화 추세에 보조를 맞춰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부산항의 외형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속내를 들여다보면 해양도시 부산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우선 터미널 운영사의 난립이 부산항의 부두 운영 효율성을 떨어뜨리며 발목을 잡고 있다. 북항(3곳)과 신항(5곳)을 합쳐 부산항에는 총 8곳의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가 자리잡고 있다.

특히 컨테이너 처리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부산항 신항의 경우, 개장 이후 지난 11년간 부산항에서 처리한 컨테이너 화물은 1184만 개에서 1943만 개로 741만 개 늘었지만 하역료가 뒷걸음질치며 터미널 운영사들의 수입은 제자리걸음 중이다.
 
이는 싱가포르, 상하이, 칭따오, 홍콩 등 주변국 주요 항만과의 경쟁 뿐 아니라 북항과 신항, 신항 내 터미널 운영사 간 경쟁 등에 따른 하역료 덤핑 등 출혈경쟁이 빚어진데 따른 것이다. 올해는 글로벌 해운동맹이 재편되면서 부산항 신항 컨테이너 5개 운영사들의 물동량 유치 경쟁이 더욱 심화돼 하역료가 기존보다 더 떨어졌다.
 
부산항 신항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의 외국자본 종속 현상의 심화도 문제다. 13조원의 국가예산을 들여 조성한 부산항 신항의 5개 터미널 가운데 4곳을 외국계 회사가 운영해 막대한 국부 유출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삼성물산 등의 신항 2부두 운영사(PNC) 지분 23.9%를 아랍에미리트의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인 두바이포트월드(DPW)가 인수한데 이어 현대상선이 모항 역할을 하던 부산신항 4부두 운영사 HPNT의 지분 50%+1주 가운데 40%+1주를 싱가폴에 본사를 두고 세계 각국에서 터미널을 운영하는 싱가폴항만공사(PSA)가 800억원에 사들였다.

막대한 국가예산을 쏟아부어 부산항 신항의 기반시설을 짓고 항로를 만들었지만 정작 그곳에서 장사하는 터미널 운영사는 대부분 외국계 자본이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정부가 국적선사 구조조정을 금융논리의 잣대를 들이대며 현대상선에 자구안을 재촉한 탓에 자산가치에 비해 헐값에 HPNT 터미널을 PSA에 매각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 때문에 한진해운 청산으로 환적화물이 이탈하고 해운동맹이 4개에서 3개로 줄어들며 터미널 간 물량유치 경쟁 심화로 하역료가 전반적으로 하락했음에도 현대상선은 올해 비싼 하역료를 PSA 측에 지불하고 있다. 다른 터미널을 이용하는 경쟁 외국선사보다 연간 300억원대, 6년간 2000억원대의 하역료를 추가로 내야 하는 실정이라는 게 현대상선의 주장이다.
 
이는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국내 유일의 원양선사인 현대상선이 경쟁력을 키우는 데 큰 어려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역 내 한 전문가는 “원양선사의 가장 중요한 경쟁 요소 가운데 하나가 화물을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모항의 자체 터미널인데 서둘러 매각해 버리는 실책을 범했다”고 말했다. 해운산업의 특성에 무지한 정책당국의 금융논리만 앞세운 정책 결과라는 지적이다.
 
현대상선의 지분을 국내자본이 아닌 외국자본이 인수하도록 한 것은 더 큰 실책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국가기반시설이자 전략자산인 항만 터미널을 외국자본에 넘겨주면 우리 정부와 항만공사의 정책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지난해 한진해운 사태가 불거지며 한진해운 선박의 입항을 신항 내 외국계 운영 터미널이 거부하는 데서 여실히 입증되기도 했다.
 
현대상선 측은 부산항 신항의 다른 터미널을 이용하는 경쟁선사들보다 훨씬 비싼 하역료의 인하를 요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환적화물을 대거 외국항만으로 이전하는 ‘극단적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어 물동량 중심의 항만 운영에 목매달고 있는 부산항에서는 현재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김형준 기자 samic8315@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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