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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도시 부산서 제2의 삶 전시하는 건 행운”[사람, 사람을 만나다] - (153) 스위스인 사진작가 스테판 윈터
김효진 기자  |  khi5018@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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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15  15: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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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트기 가지고 가 전시 공간에 맞게 사진 출력
“버려짐·입양, 두 삶 중 부정적 의미 갖는 것 없다”

 
   
▲ 스위스인 사진작가 스테판 윈터가 본인만의 사진작업 방식과 프로 사진작가가 된 계기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 5월 4일 부산 프랑스 문화원 ART SPACE에서는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들을 수 있는 조금 독특한 전시 오프닝이 있었다. 알리앙스 프랑세즈의 학생들이 율동을, 부산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고 있는 원어민 선생님들이 반주와 노래를 선보였다. 스테판 윈터의 사진전을 위한 선곡이 돋보였던 공연이었다. 부산에서 태어나 스위스로 입양되어 스위스인으로 살고 있는 스테판 윈터(43·스위스 로잔)가 그의 양부모님들의 이야기와 사랑과 유머가 가득 담긴 사진들과 함께 부산항에 돌아왔다.


- 이번 전시 작품들은 즉흥적으로 연출해서 찍은 이미지들로 구성되었다고 들었다. 이런 연출 사진 이외에 다른 형식의 작업도 하는지?

▲ 시기별로 조금씩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현대 도시적 이미지, 보도 사진과 인물 사진의 중간 성격의 상황과 이야기가 담긴 인물 사진을 선호한다. 나의 사진 대부분은 개인 작업이며, 여행사진도 많이 찍는 편이다.


- 본인의 작품에 특히 영향을 끼치고 영감을 준 작가들은?

▲ 학창시절 사진학을 전공할 당시 나는 도시사진작가 가브리엘 바질리코, 레비스 발츠, 길버트 페스트네켄스와 허구와 실재의 대가 호앙 폰트큐베르타, 연출사진작가 제프 월, 여행사진작가 베르나르 플로쉬와 레몽 드파르동 작가들의 작업방식에 매료되었다. 하지만 나의 사진 속에는 내가 좋아하는 사진작가들의 주 관심 소재나 주제의 이미지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 대가들이 사진 속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바와 그들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묘사해 낼만한 능력이 나에게는 없기 때문이며, 내가 가지지 못한 그런 탁월한 재능을 지닌 작가들이기에 한없이 존경스러울 뿐이다.


- 어떻게 혹은 어떤 이유로 프로 사진작가로 출발하게 됐는지?

▲ 학창시절 화학을 전공하면서 기존방식과는 다른 관점에서 사진을 접하게 되었다. 첫 번째 대학에서 화학전공 후, 스위스 베베이에 사진전문학교가 있으며 신입 학생 모집 인터뷰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사진을 전공하려는 생각은 전혀 하지도 않은 채, 단지 인터뷰를 통해 나의 사진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일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입학원서 등록을 마쳤다. 그런데 인터뷰에 앞서 1차 이론시험이 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하지만 등록을 한 이상 필기시험을 치르기로 결정했고 다행히 필기시험에 무사히 통과되어 인터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인터뷰 또한 무난히 통과하면서 학교입학 자격을 획득했다. 총 300명 중 15명을 선발했다는 것을 알게 된 나는 화학 관련 회사에서의 직장생활을 접고 베베이 예술대학에서 본격적으로 사진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사진전공 이후에도 프로 사진작가로 활동한 경력은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사진은 내 개인적인 의사표현 방법이자 활동 정도로 생각한다. 현재는 베베이 대학 사진과 교수 및 컨설턴트로 근무하면서 생계를 꾸려나가며, 사진작가로서의 활동이라고 할 만한 것으로는 한 블루스 음악그룹 공식 사진작가자격으로 투어 콘서트에 동행하는 것과 다른 일렉트로닉 음악가들과 실험적인 비디오 작업을 하는 것 이외에는 특별히 없다.


- 전시 ‘디 윈터’(die Winter) 관련, 왜 이런 스타일(연출, 빈티지 색감)의 사진을 선정했는지?

▲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사진들은 1988년과 2011년 사이 가족들과 함께 한 일상 중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들이다. 사진을 찍을 당시 빈티지 사진이었거나 혹은 연출사진이었던 것을 그대로 보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소유하고 있는 사진들이 이 형태로만 보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금 더 유심히 살펴보면, 빈티지 느낌은 색조(토널리티) 조정이나 인위적인 필터 사용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사진 속 오브제, 의복 혹은 인물(부모님)들의 헤어 스타일에서 자연 발생하는 느낌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연출 또한 크리스마스, 겨울이 시작하는 날(동지) 혹은 생일 같은 가족이벤트와 연관되어있다. 언뜻 보기엔 의도적인 연출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일상생활의 모습 그대로를 포착한 것이다. 부모님들의 독특한 포즈가 인위적인 연출처럼 보이게 하는 것일 뿐이다. 이 사진들은 단순히 가족들과의 추억을 담은 것들이다. 어느 날 개인적으로 가족사진을 정리한 앨범을 만든다고 가정한다면, 이 전시와 전시책자 속에 소개된 이미지들이 그대로 고스란히 나의 앨범 속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 본인이 태어난 도시에서 전시를 하게 되어 감회가 깊을 것 같다.

▲ 물론이다. 태어나서 입양되기 전 부산에서 1년 남짓 살았고 당연히 기억나는 것은 하나도 없다. 이번 전시는 그 1년과 스위스에서의 제2의 삶을 이어준다. 버려짐과 입양을 연결해 주고 두 가지 삶 중 어떤 것도 부정적 의미를 갖는 것은 없으며 서로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나를 입양해 키워주신 부모님, 그들이 있었기에 이 아름다운 이야기가 생겨났으며, 이 곳 부산에서 이 멋진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행운을 가질 수 있었으므로 부모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2009년 부모님들과 부산을 방문했을 때 그들은 부산이라는 도시와 사람들, 도시 분위기 모두를 너무 좋아하셨다. 두 분 인생의 최고의 여행이라고 말씀하실 정도였다. 두 분도 오셨으면 좋았을 텐데 아버님은 2011년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오랜 여행을 하시기에는 너무 연로하셔서 모시고 올 수 없어 아쉽다. 대신 전시 사진들을 통해 관객들은 내 부모님들을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


- 본인만의 사진을 전시하는 방식이 있는지?

▲ 내 전시 설치를 담당하시는 분과 나는 기존방식과는 다른 특별한 방식으로 전시구성을 한다. 전시 레이아웃의 최종 결과물을 사전에 계획하지 않는다. 우리는 전시장소에 프린트기를 가지고 가서 현장에서 전시 공간에 맞춰 그 자리에서 전시용 사진 프린트를 한다. 만약 프린트기를 가지고 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최대한 많은 양의 이미지를 들고 가서 직접 전시 장소에 적절한 설치를 하려고 한다. 부산 전시가 바로 이 경우에 해당한다. 이런 작업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전시장소의 기술적인 측면만을 고려하지 않고 전시 공간과 일체가 되는 공감대를 만들어 내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또한, 공간 그 자체가 만들어 내는 분위기를 파악하고 그와 어울리는 이미지들을 선정함으로써 나의 아주 개인적인 작업방식과 조화를 이루는 더욱 특별한 전시가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 청소년기에 방학 때를 제외하고 카메라를 매고 외출을 한 적이 없었다고 들었다. 사실인지?

▲ 지금도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사진과 거리를 두고 싶다. 물론 25년 동안 일상처럼 가족들과 사진 찍기를 즐겨했지만, 카메라라는 기기를 통해 실제의 삶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깨달은 게 있다면, 사진 덕분에 놓칠 수도 있었던 삶의 많은 부분들을 경험할 수 있었기도 했지만 반대로 내가 경험하는 순간들을 단지 카메라 뷰어를 통해 관조하고 그리고 그 경험에 대한 추억도 사진을 통해서 하다보면 오히려 본인 스스로의 삶을 직접 최대한 부딪혀 보지 못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순간순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그리고 그 순간이 나에게 가져다준 의미가 무엇인지 표현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고작해야 내가 그 순간 거기 있었고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게 행운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정도 아닌가 싶다. 물론 지금은 상황이 다르긴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니까.


- 본인도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닐 텐데 사진을 안 찍는 편인가?

▲ 아무래도 스마트폰이 생긴 후부터는 사진을 더 자주 찍기는 한다. 간편하니까. 하지만 여행 일기처럼 사용한다. 요즘은 대세에 따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이용해서 작업도 하고 소통도 하고 있다.


- 한국인들이 스마트폰 사진에 얼마나 열광하는지 아는가? 밥 먹기 전에도 사진을 찍는다.

▲ 알고 있다. 본 적도 있다. 과연 한국인들은 그 사진들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그 사진들을 다 어떻게 처리하는지 그것이 궁금하다. 찍고 금방 삭제하는지 소중하게 보관했다가 훗날 다시 보거나 후손들에게 보여줄 생각인지. 그 많은 사진들이 저장된 스마트폰을 분실하면 어떤 느낌일까? 어쩌면 사진을 찍는 행위와 즉석에서 인터넷에 올리는 것 자체가 더 중요한 걸까? 서구인들도 특별한 장소나 일상을 벗어난 상황에 처하면 사진으로 찍어서 보여주길 즐겨한다. 하지만 매일 먹는 밥상과 같이 식상한 상황에서 사진을 찍는 이유는 무엇일지 궁금하다. 자기 집에서 자신이 만든 음식도 사진을 찍는지? 내가 답을 해야 하는데 내가 오히려 더 많이 물어보고 싶은 주제다.


- 부산의 매력은? 특히 마음에 드는 곳이 있는지?

▲ 바다와 항구가 있어서 좋다. 원래 내가 바다를 좋아하는데 항구가 있어서 더 활기차고 친근감이 들며 열려있는 느낌을 준다. 게다가 평지가 아니어서 단조롭지 않고 역동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내가 사는 스위스의 로잔도 작은 산들이 있고 경사가 많다는 점이 비슷하다. 나 같은 스위스 사람에게는 건물들도 인상적이다. 특히 초고층 주거용 빌딩들은 언젠가 사진 작업을 해보고 싶을 만큼 흥미롭다.

광안리 바닷가도 근사하다. 해변의 활기도 좋고 온갖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더 좋다. 2009년 양부모님과 함께 광안리 바닷가에서 본 내 평생 가장 아름다운 불꽃놀이는 잊지 못한다.

광복로와 그 주변, 용두산 공원, 자갈치, 국제시장 등은 내가 특히 좋아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옛 건축물과 낮은 집들도 초고층 빌딩만큼이나 흥미롭다. 영도 대교와 부두가 가까이 있는 조금 덜 현대화된 이 장소들을 산책하는 것이 참 상쾌하다. (번역 = 부산 프랑스 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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