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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층의 시민사회 참여 돕는 내비게이션 역할”[사람, 사람을 만나다] - (152) 박선미 사회자본연구소 대표
김효진 기자  |  khi5018@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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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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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단위 프로그램 통해 사회자본 이념 전파
스토리텔링·네트워크 구축·자원 발굴 사업 참여

 
   
▲ 박선미 사회자본연구소 대표가 새로운 시민사회 구축을 위해 추진하는 사업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회자본(Social Capital)이라는 개념이 논의되기 시작한 건 1980년대부터다. 공동체사회가 급격히 붕괴되고, 개별화·원자화된 개인주의 사회가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다양한 문제점에 봉착하게 됐다. 그러한 문제점은 정치인이나 전문가가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규모이며, 한 사람 한 사람의 연대와 협력을 통해서만 해법을 모색할 수 있다. 나 혼자서는 결코 만들어낼 수 없지만, 함께 함으로써 훨씬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것. 그것이 바로 사회자본이 지향하는 새로운 ‘자본’이다. 사회자본연구소 박선미(40·여·금정구 장전동) 대표는 품앗이, 두레, 계 등 사회자본의 역사를 간직한 한국 사회에서 새로운 시민사회의 미래를 구상한다는 목표 아래 지역사회의 다양한 실험을 해오고 있다. 사회자본연구소가 그려나가는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사회자본연구소는 어떤 곳이며 어떤 일을 하는가?

▲ 사회자본연구소는 지난 2014년 1월, 부산대 NGO대학원생들이 뜻을 모아 설립한 비영리 연구소다. 정부, 시장과 더불어 현대사회의 ‘제3섹터’로 불리는 시민사회에서 NGO(Non Government Organization, 비정부기구)가 갖는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정부의 권력, 시장의 자본에 예속되지 않고 독립적이고 수평적인 위치에서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전달해주는 중간조직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NGO라는 명칭보다는 ‘자발적 결사체’(voluntary association)라는 개념을 더 선호한다. 정부, 시장과 달리 시민사회가 갖는 가장 큰 힘은 연대와 협력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스스로 모여서 더 큰 가치를 지향하는 동력을 형성하는 것. 그것이 바로 시민사회의 자발적 결사체가 갖는 가장 큰 무기이다.

하지만 권력과 자본에 지배당하지 않으면서 상호 감시와 견제권을 가져야 하는 자발적 결사체는 양면성을 갖기 쉽다. 결사의 기법이 어떠한 가치와 이념을 위해 쓰여지느냐에 따라 상반된 결과물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린피스’, ‘국경없는 의사회’ 등은 불특정다수의 이익, 즉 공익을 위해 형성된 자발적 결사체다. 반면 ‘총기협회’, ‘KKK’(백인우월주의 사상을 지닌 극단적 인종차별 집단)와 같이 다수의 공익과 대치되는 소수의 이익을 위해 형성된 자발적 결사체도 존재한다.

때문에 자발적 결사체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 시민사회의 주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결사체가 지향해야 할 올바른 가치와 이념이 반드시 우선돼야 한다. 그리고 나는 그 해법으로 ‘사회자본’이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싶다.

‘자본’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사회자본은 우리 사회에 유익한 가치를 제시해준다. 다만 그 방식이 조금 다르다. 기존의 ‘물적 자본’이나 ‘인적 자본’이 개인을 단위로 설정한 자본의 개념이었다면, ‘사회자본’은 사회적 연결망을 통해 구축되고 증진되는 자본의 개념이다. 때문에 혼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성과를 얻을 수 없다. 서로 신뢰하는 사람들이 상호 협력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네트워크가 더 크고 튼튼할수록, 더 양질의 자본이 도출된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과 같은 사회적경제 주체들도 넓게는 이러한 사회자본을 지향하는 결사체의 유형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사회자본연구소는 현대 시민사회가 걸어가야 할 목적지로 사회자본에 주목한다. 그리고 사회자본을 구축하고 증진하기 위한 ‘좋은’ 자발적 결사체가 많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왜 우리가 서로 신뢰하고 협력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부터 저변화돼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 사회자본연구소는 주민교육과 같은 마을 단위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사회의 가장 낮은 단위에서부터 사회자본의 이념이 전파될 수 있도록 활동해오고 있다.


- 어떠한 계기를 통해 사회자본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지.

▲ 사회생활을 하면서 늘 공허함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린 결론은 공부를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서른 살이 되던 해 대학원 박사과정에 입학했고, 사회자본이라는 새로운 이론을 접하게 됐다. 혼자서는 할 수 없지만, 여럿이서는 더 큰 무엇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너무나도 당연해 보이는 논리에 왜 전 세계 학자들이 그렇게 주목하는지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그러던 중 당시 미국산 소고기 수입과 관련, 광우병 반대 촛불집회가 전국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광우병이라는 특정 질병에 대해 문외한인 직장인, 주부, 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들에게 물어보면, 웬만한 생명공학 박사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전문적인 지식이 술술 나오는 것이다. 그 경로를 탐색해보니, 위키피디아나 구글, 다음 아고라와 같은 네트워크가 발견됐다. 이러한 네트워크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가 가진 지식을 공유하고, 그것이 결합됨으로써 하나의 거대한 ‘진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이 소위 당시 지식인들이 명명한 ‘집단지성’이었다.

그제서야 왜 저명한 학자들이 새삼스레 ‘사회자본’이라는 개념에 주목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현대사회는 과거 공동체사회보다 훨씬 효율적인 네트워킹 기술(인터넷)을 확보하고 있다. 비슷한 이해관계를 가진 개인들이 그러한 네트워크에 동참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으로 사회자본 구축이 가능한 공동체가 조성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시간적·물리적 비용도 거의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당시에는 커뮤니케이션을 전공으로 하던 중이었기에 사회자본이 어떻게 소통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인지에만 주목했었다. 이후 NGO학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사회자본이 보다 넓은 의미에서 논의돼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특히 가장 작으면서도 가장 효율적인 네트워크가 될 수 있는 마을 단위에서 사회자본의 구축 및 증진을 위한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 사회자본연구소가 해 온 주된 활동은 무엇인가.

▲ 마을 단위 사회자본 구축이 필요하다는 데 동참하는 이들과 함께 사회자본연구소를 설립하기는 했지만 처음에는 사실 막막하기도 했었다. 어디에서부터 어떤 일을 시작해야 하는지, 누가 먼저 손 내밀어 줄 것도 아닌데 연구소도 ‘영업’이란 걸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앞섰다. 그러던 중 영도구 청학1동 디자인 워크숍 의뢰가 들어왔다. ‘해돋이마을’이라 불리는 고지대 마을에 도시재생 디자인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주민 사전 워크숍을 기획하고 운영해달라는 제안이었다. 일제강점기부터 살아오신 어르신들에게 워크숍이라는 말이 와 닿을 리 만무했다. 마을의 디자인에는 주민들의 이야기가 깃들어야 한다는 나름의 고민 끝에 그저 어르신들의 옛날이야기를 열심히 들어드리고 기록했다. 그렇게 나온 이야기들을 테마로 해서 마을에 10개의 스토리텔링을 입혀드렸고, 책으로도 만들어드렸다. 사업이 끝난 뒤 찾아뵙지는 못했지만, 마을에 10개의 테마관광코스가 만들어졌고, 어르신들의 이야기가 연극으로까지 만들어졌다는 소식을 들으며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첫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사회자본연구소는 본격적인 마을 단위 교육 및 사업 분야로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감천문화마을을 비롯한 크고 작은 도시재생사업이 이뤄지고 있는 마을을 주된 대상으로 해서 주민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왔고, 까치고개마을, 선두구동 등 부산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마을을 대상으로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기획·개발하기도 했다. 주민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은 마을에서는 주민 리더 네트워크 구축을 진행하기도 했으며, 마을 사업의 방향성이 수립되지 않은 곳에서는 마을 자원 발굴을 통해 더불어 잘 사는 공동체를 위한 로드맵을 함께 만들어드리기도 했다.

이처럼 다양한 사업들을 수행해오면서 놓치지 않은 점은 사회자본이 구축되기 위한 첫걸음은 서로 신뢰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웃주민’이라는 단어가 단순히 같은 행정구역 내에 거주한다는 것으로 인식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얼마나 큰 가치가 만들어질 수 있는지를 알려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사회자본연구소가 주관하는 모든 프로그램에는 반드시 ‘브레인스토밍’ 과정이 포함된다.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같이 논의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통해 멋진 결과물이 도출되는 과정을 주민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해주고, 그것을 반영해 좋은 가치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함께 공유함으로써 자연스레 신뢰의 관계구도도 형성된다.

물론 이 모든 과정들이 한 번에 큰 결과물을 낳는 건 아니다. 하지만 처음 대면했을 때 서먹해 하던 주민들의 표정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그 결과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분명 변화했음을 발견하게 된다. 주민들이 ‘같이의 가치’를 발견하게 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한 결실을 맺었다고 생각한다.


- 사회자본연구소는 앞으로 어떤 길을 갈 예정인가?

▲ 사회자본을 책으로만 공부하던 중, 연구소를 설립하고자 한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사회자본은 책 안에서 터득한 것을 책 밖으로까지 끌어낼 때 진정한 가치를 갖는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사회자본연구소는 마을 단위에서 다양한 교육과 프로그램들을 진행해왔었다. 앞으로는 조금 더 넓은 곳에서, 보다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형성해보고자 한다. 비정규직, 소외계층, 취업준비생, 외국인근로자 등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시민사회의 네트워크에 편입되지 못한 채 외로운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들에게 연대와 협력의 경로를 전달하고, 더 큰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방법론을 공유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사회자본연구소는 이들과 함께 시민사회의 내비게이션을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 물론 내비게이션이 언제나 정답일 수는 없다. 때로는 경로를 이탈하기도 하고, 더 먼 길을 둘러 가라고 알려주기도 한다. 하지만 함께 해결하면 된다. 시민사회가 나아가야 할 목적지는 시민들이 함께 탐색해나가면 될 것이다. 사회자본연구소는 그들과 함께 하는 경로탐색자가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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