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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 주도하는 ‘사람 중심 창조도시’ 목표부산의 도시재생 사람과 사람 - (1) 행복마을이 걸어온 길 (상)
김효진 기자  |  khi5018@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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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09  11:4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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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마을만들기사업 비전 및 목표 구조도.
2010년 ‘마을만들기’사업으로 시작
공동체 복원·주인의식 향상 목적
물리적·사회경제적 통합재생 지원


부산의 도시재생, 사람과 사람 - 1 행복마을이 걸어온 길 상

새로운 뉴스의 시대, 지역을 중심으로 한 종합미디어 일간지를 지향하는 본지는 창간 3주년을 맞아 ‘부산의 도시재생, 사람과 사람’ 기획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행복마을만들기사업’(2010)으로 시작된 부산의 도시재생사업은 도시계획적 관점이 아닌 마을공동체 복원을 목표로 한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 ‘새뜰마을 사업’과 같은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부산의 도시재생, 사람과 사람’에서는 이와 같은 사업들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마을 주민과 지방자치단체 간 통로의 역할을 수행한 활동가와 계획가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8년 차를 맞이한 부산의 도시재생사업 역사를 되돌아보고, 나아가 앞으로의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장을 마련해보고자 합니다. 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사람과 사람들의 이야기. 본지는 한 걸음 더 성장하는 부산의 미래를 독자 여러분과 함께 그려가겠습니다.

◇ 부산의 도시재생, 감천문화마을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산하면 바다, 바람, 어묵, 산복도로 달동네, 거친 말씨의 강한 사람들, 영화 등을 떠올릴 것이다. 이런 것들과 연동해서 ‘감천문화마을’이 뒤이어 생각날 것이다. 해운대만큼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 외국인들에게는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알록달록한 블록 장난감을 연상시킨다 해서 ‘레고 빌리지(Lego village)’로 알려져 있다. 정작 부산사람들은 굳이 가볼 요량을 않다가, 방문한 친척, 친구를 안내하기 위해 감천동을 찾고는 깜짝 놀란다.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살던 그 달동네가 이렇게 달라졌구나!” 하고 감탄한다.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가 잘 어우러져 있는 유명 관광지가 감천문화마을이다.

감천문화마을은 노후지역 도시재생의 로망이다. 하지만 세상사 모든 것이 양이 있으면 음이 있게 마련이다. 좋은 것은 안 좋은 것을 동반한다. 도시재생의 아이콘으로 뜨기 시작하면서 방문객이 늘어나 주민 불편이 심해졌다는 불평이 터져 나왔다. 감천문화마을의 허와 실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있지만, 어쨌든 감천문화마을이 마을만들기와 도시재생에 대한 사람들의 큰 관심과 기대를 불러일으켰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일반적으로 마을만들기(공동체가꾸기)와 도시재생이라는 용어를 혼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공동체의 회복과 활성화를 통해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한다는 공통분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부산광역시는 사업 초기 2010년~2013년까지는 마을만들기사업으로, 2013년 12월 도시재생특별법이 발효된 이후에는 도시재생사업으로 표기하고 있다. 중간지원조직 또한 부산광역시마을만들기지원센터에서 부산광역시도시재생지원센터로 거듭났다.

이 글에서는 감천문화마을만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진 않지만, 한발 한발 주민들이 삶터의 주인으로 이웃과 함께 배우고, 익히고, 나누는 유쾌하고 의미 있는 부산의 도시재생 사례들을 소개한다. 행복마을만들기사업은 부산광역시가 기획재정부 복권기금사업의 지원으로 2010년에 시작하여 성장-갈등-발전-갈등-회복-또 다른 성장으로 진화 중인 주민참여형 도시재생의 전국적 성공사례이다.
   
▲ 부산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인 행복마을만들기사업을 통해 함께 즐거움을 찾아가는 주민들의 모습.
◇ 지역과 장소에 기반을 둔 행복마을만들기와 도시재생

그동안 도시재개발이라고 하면 지역에 있는 모든 것을 부수고 깡그리 새로 밀어버리는 전면 철거 방식의 개발을 떠올리기 쉽다. 기존의 이러한 싹쓸이 재개발은 지가 상승을 불러와 서민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또 그 땅에 평온히 살아가던 원주민을 쫓아내면서 숱한 사회갈등을 초래했다. 이에 비해 도시재생이란 오래된 지역의 길이나 건물, 주민, 장소적인 특성을 되살리고 주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개발방식을 일컫는다.

행복마을만들기사업은 ‘사람 중심 창조도시’ 구현과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마을단위 공동체를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공동체가 주인이 되어 함께 어울려 살고 싶은 행복한 마을을 만드는 서민밀집지역의 물리적·사회경제적 통합재생지원사업이다. 나아가 이 사업은 공간기반 조성과 주민역량 강화, 마을경제력 증대를 통해 사회문화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있다.

행복마을만들기사업은 도시재생사업의 하나로써 3가지 관점에서 추진되고 있다. 첫째, 공동체의 화합과 실천을 도모할 수 있는 마을 조직을 구축하는 일. 둘째, 자발성에 기초해 공동체의 활력을 도모하는 일. 셋째, 공유개념의 마을경제체계를 점진적으로 개편하는 일이다. 또 행복마을은 성공적인 사업 수행을 위해 10가지 원칙을 표방하는 데 그중에서도 특기할 만한 것은 자발성을 강조한 것이다. 도시재생이 제대로 되려면, 형식적인 주민참여가 아니라 주민이 주도하는 형태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의 전면 철거방식 사업과 달리 종합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마을사업을 통해 주민참여를 이끌어내고,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마을에서 일자리를 창출해 경제적 재생과 함께 노후건물 보수 정비, 교육, 문화재생 등을 점진적으로 이뤄내는 종합적인 접근을 모색하려 했다.

◇ 남다른 행복마을만들기사업의 추진체계

행복마을만들기사업은 주민공동체 스스로 마을이 가진 어려움과 문제들을 극복하고 해결할 수 있는 힘을 키워가는 과정을 지원하는 주민주도형사업인만큼 진행방식 역시 다른 사업들과는 달리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지향했다. 진행 전에는 추진협의회 구성과 마을문제, 마을자원 조사, 마중물사업 추진 등으로 세부적으로 나눠 진행했고, 이어 계획가와 활동가 투입, 마을종합계획 수립, 마을사업 추진 등으로 진행했으며, 사업 진행 후에는 체계적인 운영관리와 네트워크 활동 지원, 지속적인 모니터링 등으로 매 사업마다 최선을 다하고자 했다.
   
▲ 부산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인 행복마을만들기사업을 통해 함께 즐거움을 찾아가는 주민들의 모습.
◇ 행복마을 7년, 부산의 마을들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부산의 행복마을만들기사업은 2010년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2016년 12월까지 노후지수가 높은 49개 마을(2~3개통 규모)에서 진행되었고, 47개 마을에서 현재까지 많은 사업이 진행 중이다.

그동안 마을공동체가 운영하는 재미있고 다양한 공간이 만들어졌다. 마을의 소규모 일자리 창출 공간부터 마을사랑방, 카페, 어린이 보육공간, 평생학습·문화프로그램 공간 등 마을의 특성을 반영한 공동체 공간들이 생겨났다. 도자기를 굽고, 핸드프린팅을 하는 동래구 수안동의 ‘기찻길옆동산마을행복센터’, 주민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는 카페와 평생학습관을 운영하는 북구 덕포동의 ‘한내마을행복센터’, 쿠키를 만들고 팔고, 체험하는 부산진구 개금동 ‘와요행복센터’, 고추장 된장 장아찌를 제조하고, 장담기 체험강좌를 운영하는 사하구 신평동의 ‘모래톱행복센터’ 등 저마다의 색깔을 가진 공간들이 많이 생겼다.

마을의 유휴공간을 새롭게 재활용하게 된 것도 적지 않은 성과이다. 동네 나대지를 이용하여 국화 재배 비닐하우스를 만든 영도구 동삼동의 ‘동삼2주공 국화마을’, 사용하지 않는 아파트 공유지를 텃밭으로 가꾸고, 죽어가는 아파트 상가에 반찬가게를 열어 살린 북구 덕천동의 ‘철쭉행복마을’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마을지기사무소, 복합커뮤니티센터 등 새로운 공간이 등장한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다. 낙후 단독주택지에 사는 주민들도 주택유지관리 서비스와 무인택배 등 주민 생활편의지원 서비스를 ‘마을지기사무소’를 통해서 누릴 수 있으며, 마을지기사무소에는 아파트관리소장 역할을 하는 마을지킴이와 주택유지관리를 도와주는 만물수리공이 상주한다.

그 외 주민들이 희망하는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주민동아리들이 탄생한 것은 사업의 지속성을 담보하는 성과라 할 수 있다. 풍물교실 운영을 통해 마을풍물패가 탄생한 금정구 회동동의 ‘회동도래마을’, 마을 바리스타가 다른 마을의 바리스타를 양성하는 서구 동대신동의 ‘닥밭골마을’, 아피오스 재배기술을 배워 아피오스꽃을 피우는 해운대구 반송동 ‘담안골마을’의 사례는 주민들의 자립역량 강화에 일조하고 있다.

◇ 과연 주민들의 행복이 한 뼘쯤 커졌을까?

‘행복’(幸福)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 생활 속에서 기쁘고 즐겁고 만족을 느끼는 상태에 있는 것’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예산이 투여되는 사업에 대한 평가는 기준에 따라 다르게 내려질 것이다. 마을활동가로서 경험과 마을공동체주민역량강화사업 컨설턴트로서의 경험을 비추어 부산형 도시재생사업, 행복마을만들기사업은 주민들이 ‘스스로 삶터를 가꾸고, 이웃과 교류하며’, ‘기쁘고, 즐겁고 만족스러웠던 여러 순간들을’ 경험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가까운 이웃의 말과 행동, 평가로 씻기 어려운 상처를 받기도 하고, 사업의 결과에 따라 많은 좌절과 절망을 느꼈고, 행정과 전문가그룹의 잦은 이동과 오락가락하는 태도에 혼란스러웠고 실망스러운 경험도 있을 것이다. 부산의 마을에서 3년 이상 주민들과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마을의 일꾼들을 만나 인터뷰를 해보면 여전히 전시적 사업행태로 피로감을 느낄 때가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하는 즐거움’과 ‘성장하는 자신’에 대한 만족감이 활동을 계속하게 한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행복마을 주민 리더들은 예산이 끊기면 마을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한다. 예산을 쓰는 하드웨어에 치중한 마을사업을 하고 있고, 그 성과 또한 ‘수익’과 연결 지어져 있다. 그러나 마을상품 판매로 수익이 얼마 발생하고, 일자리를 몇 개 더 만들어내었는가는 ‘주민이 행복한 마을’에 참여하는 주민의 임무가 아니다.

주민들은 자율성에 기반을 둔 다양한 공동작업과 마을사업을 통해서 자연스레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부가적으로 마을에 일자리가 생겨났다. 그러나 ‘주민이 행복한 마을’의 목표가 수익모델과 일자리, 사회적 경제의 창출에만 국한된다면 참여주민이 행복하기 어렵다. 주민의 역량을 훨씬 뛰어넘은 성과지표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공무원, 그리고 그러한 공약을 통해 선출된 지자체장들의 몫이지 삶터를 가꾸는 주민의 몫이 아니다.

◇ 즐거운 배움, 이웃과 함께 하는 작은 실천을 통한 풍요로운 삶

행복마을만들기사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궁극적으로 사업은 사람과 사람에 관한 것이고, 한 사람 한 사람이 얼마나 더 행복해졌느냐가 중요한 관건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행복마을사업 역시 주체와 객체, 목적과 수단으로 구분하는 근대적 행위론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아닌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주민을 동원한 것은 아닌지 근원적으로 되물을 필요가 있다.

행복마을사업이 표방한대로 주민 주도성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을 더 많은 정보와 교류가 있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주민 누구나 이웃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마을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활동과 모임에 참여하고, 필요한 것을 함께 배우며 일상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작은 실천들을 꾸준하게 해나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일본 오사카 아만토 지역주민들이 내세우는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원칙이 떠오른다. 첫 번째, 자신이 하고 싶은 프로젝트일 것. 두 번째, 지역주민이 참여할 수 있을 것. 세 번째, 세계시민을 위한 일이어야 할 것. 행복마을사업을 진행하면서 이 3가지 원칙이 새삼 와 닿는다.
   
▲ 신미영
   부산시 행복마을만들기사업 자문위원
   마을살림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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