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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의 영광과 폐허[리더스 칼럼]
강중구  |  khj@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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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29  13:4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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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중구
   수필가·여행가
폼페이는 서기 79년 8월 24일, 베스비우스화산 폭발로 화산재 속에 파묻혀버린 채 무려 2000여 년 동안이나 시간이 멈춰 버린 도시다. 그래서 나는 이 폐허의 도시를 찾아가면서 그 당시 사람들은 과연 어떤 환경에서 생활을 했으며, 유적은 어떤 상태로 보존되어 있을까 하는 점이 무척 궁금했다.

폼페이 유적 관람은 서쪽 출입문인 포르타 마리나로부터 시작했다. 성문을 들어서자 일직선으로 나 있는 도로에는 모두 돌이 깔려 있었는데 거기에는 오랜 세월 동안 마차가 다닌 바퀴 자국이 뚜렷이 남아 있다. 그리고 도로 양쪽에 질서 정연하게 늘어서 있는 건물들의 모습은 현대 도시를 뺨칠 정도였고 규칙적으로 배열해 놓은 번지수가 지금도 그대로 통용될 수 있다고 하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길가에 있는 공용 수도는 대리석으로 상반신을 조각해 놓은 여인의 입에다 수도꼭지를 달아서 물이 흘러나오게 해 놓았는데 2000여 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도 그 기발한 착상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주피터 신전, 아폴로 신전 등 옛날에 학교에서 배웠던 건물들의 이름을 되새기면서 실물을 살펴보고 있으려니 내가 마치 2000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서 살고 있는 느낌마저 들었다.

BC 3~2세기에 세워진 반원형의 야외극장은 5000여 명의 관람객을 수용했다고 하는데 비록 공연을 하던 무대가 파괴되기는 했지만 관람석은 2000년 전 그대로여서 지금도 가끔 기념공연을 하고 있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길가에 있는 선술집은 6개의 솥을 걸었던 자리가 그대로 남아있어서, 지금 당장 솥을 걸고 불을 피워서 장사를 해도 될 것만 같고 그 안쪽에는 커다란 술통들이 진열되어 있다. 빵집에는 밀가루를 갈았던 맷돌 네 개가 나란히 놓여있는데, 두 개는 약간 파손되었지만 두 개는 지금 사용해도 될 것만 같았으니 2000여 년의 세월이 멈춰버린 폼페이 유적은 실로 대단했다.

폼페이 시가지는 구경을 할수록 점입가경이어서 창녀의 집 루나파르를 찾았을 때는 안내자의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벽화는 사실적이고 채색도 선명했다. 입구 벽에는 남성이 자신의 남근을 양손으로 쥐고 무화과나무 옆에 서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고, 집 안에 들어서면 각 방문 위에는 갖가지 에로틱한 성애 장면의 그림들이 그려져 있어서 오히려 보는 사람들을 당황하게 했다.

그런데 로마 시대에는 어째서 목욕 문화가 그처럼 발달했을까. 목욕탕 건물을 들어서면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탈의실에는 목욕을 하다가 용암이 덮쳐서 순식간에 돌로 변해 버린 두 사람의 화석이 마치 조각품처럼 유리 상자 안에 전시되어 있다. 그 곁에 있는 건물에는 냉온욕실이 설치되어 있는 것이 요즘 목욕탕과 다른 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아니, 호화로운 장식을 보면 오히려 그 당시의 목욕 시설이 더 호화스러웠다는 생각마저 들었으니 로마의 목욕문화는 참으로 대단했던 모양이다.

마지막으로 돌아본 비극시의 집은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서 들어가 볼 수는 없었지만 대문 바닥에 개 한 마리가 사슬에 묶여 있는 모습이 모자이크되어 있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실물인 듯 착각을 하게 하고, 그 아래 새겨놓은 ‘CAVE CANEM(개 조심)’이라는 글자는 너무나 또렷했다.

나는 폼페이에 관한 글을 읽을 때마다 도시를 발굴한 고고학자들이 상당한 부분을 추측해서 글을 썼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폼페이 유적을 돌아보고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폼페이 유적은 너무나 분명하고 대단했다.

폼페이 유적을 돌아보다가 이 도시를 폐허로 만들어버린 베스비우스산을 바라보니 내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묵묵히 섰는데, 산 정상까지 나 있는 도로가 정상에 올라와서 확인을 해보라고 유혹을 하는데도 시간에 쫓겨서 그대로 돌아서고 말았지만 폼페이 유적은 세계 인류의 위대한 문화유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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