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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0위 경제규모에 걸맞는 대표 싱크탱크 대한민국에도 나와야돼”
최형욱 기자  |  chu@lead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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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21  14: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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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권 부경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장기적인 저성장 국면이 이어지고 대내외적으로는 불확실성이 커진 환경에 처해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기업들은 경영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와중에도 다가올 미래를 얼마나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어떠한 전략을 세워야 하는지는 전혀 모른 채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최순권 부경대학교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그 원인으로 우리가 처한 현실을 분석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전략을 제시해주는 싱크탱크들의 역할이 부재하다는 점을 꼽았다. 단기간에 급성장해오면서 어느덧 경제규모가 세계 10위 안팎을 차지하고 있는 대한민국이지만 그에 걸맞는 역량을 갖춘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가 없다는 점에서 최 교수는 아쉬움을 표현했다. 또 급변하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중장기적인 발전과 전략을 제시해줄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싱크탱크들이 우리나라에도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요즘의 화두다. 우리는 어떻게 대비 해야 하는가.

▲정부든 기업이든 중장기 발전 전략을 먼저 세우고 그것의 큰 틀 안에서 세부 정책을 구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부산시를 비롯해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보통 취임하면 전임자들이 추진해오던 과거 정책들과의 단절을 꾀한다. 대부분의 민선 시장들이 재임 기간 동안 자신만의 업적을 세우겠다며 시의 정책 흐름을 바꾸려 하다 보니 4년 단위로 정책이 완전히 뒤바뀌고 정책의 일관성도 떨어지는 현상이 지속되는 것이다. 그런 점이 개인적으로는 조금 안타깝게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여러 가지 얘기들이 나올 수 있겠지만 어찌됐든 전체적인 정책의 방향과 추진이 단기적이기만 하고 중장기 발전에 대한 전략은 부재하다는 것이 문제다. 정부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공공기관들이 다 그렇다. 내가 부산항만공사(BPA)에서 중장기 발전 전략을 세울 때도 참여한 적이 있지만 그때도 공사 사장이 임명직이다 보니 신임 사장이 오면 매번 정책의 큰 흐름이 바뀌곤 했다. 제도적인 부분에도 문제가 있겠지만 나는 이것이 근본적으로 중장기 발전 전략을 세우고 이에 대한 연구와 분석을 담당하는 싱크탱크의 부재가 제일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부산에도 부산발전연구원이라는 싱크탱크가 있지 않은가.

▲부산발전연구원(이하 부발연)이 현재 그 역할을 하고 있지만 부발연도 사실 부산시 산하 기관이다 보니 부산시의 시급한 현안에 대해서만 연구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부발연은 더 이상 시의 단기정책과제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되고 부산의 먼 미래를 위한 중장기적인 발전을 연구하고 분석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야 한다. 미국의 헤리티지 재단 같은 유명한 연구소들은 정치적 색깔을 감안하더라도 규모가 크고 기본적으로 재원이 충분하다보니 독립적으로 연구의 폭을 넓혀 국가 정책의 단기적인 현안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비전과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연구할 수 여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부발연 같은 경우에는 부산시로부터 받는 예산 외에는 독립적인 재원이 없을 뿐만 아니라 배정받는 예산 규모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보니 시의 정책 의도에 그대로 따라만 갈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만약 부발연이 또 다른 재원을 조달할 수만 있다면 예산과 인력의 절반 정도는 미래를 위한 장기적인 발전 정책 연구에 들어가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부발연 외에도 부산시와 부산지역의 기업들에 두뇌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싱크탱크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는 삼성이나 현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을 제외하고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컨설팅 회사가 없다. 그 말의 의미는 앞으로 세상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따라서 그것을 인식하면서 어떻게 대처해야 생존할 수 있을지에 대해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역할자들, 즉 브레인들이 없다는 것과 같다. 이미 세계 경제규모는 10위권 내외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정작 이런 부분에서는 선진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취약하다는 것은 어찌보면 아이러니한 일이다. 맥킨지나 보스턴컨설팅 그룹(BCG) 같은 싱크 탱크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기업들의 경쟁력 뿐만 아니라 그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뒷받침해주기 위한 두뇌 역할을 하는 조직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진 해운 사태도 이러한 싱크탱크가 있었다면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는데.

▲한진 해운 사태 당시 부산항만공사 관계자가 영국의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를 방문해 조언을 구한 적이 있다. 그때 당시 그 컨설팅 회사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2개를 모두 살리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얘기를 했다. 이어 두 회사를 합병하는 방향으로 몸집을 줄이는 것이 최선책이라는 얘기를 덧붙였다. 그들의 의견에 따르면 그 당시부터 세계 해운업계는 경기 불황으로 인한 합병의 물결이 시작될 것이고 그에 따라 글로벌 해운동맹도 재편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이에 대한 인식이 부재했고 그들의 의견이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로 수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결과는 어떻게 됐나. 제자 중에 핀란드계 선박엔진회사에서 일했던 한 학생이 있었는데 이 회사는 해운업의 불황이 닥치기 몇 년 전부터 재고를 줄이고 일부 사업부를 중국회사 등에 매각했다. 당시로서는 해운업이 세계적으로 호황이었고 거꾸로 가는 회사의 방침에 의문이 들었지만 지금 해운업이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서 그때 그 회사가 왜 그랬는지를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그 선박엔진회사는 해운산업이 위기가 올 것을 예상하고 미리 대비를 한 것이다. 그리고 그 방향을 제시 해준 게 바로 컨설턴트들이었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싱크탱크들의 역할 부재로 인해 우리나라는 한진 해운 사태를 말 그대로 두 눈 뜨고 당한 셈이다. 나는 이런 사례들뿐만 아니라 현대경제연구원에 있을 때부터 전략컨설턴트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됐다. 우리나라는 역량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재원이 부족하다는 점이 공신력 있는 연구소가 나오지 못하는 이유다. 정말로 유능한 브레인들, 전략가들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이들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싱크탱크의 역할이 중요함에도 이들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나라 정부나 기업들은 보통 경기가 안 좋거나 경제적으로 여건이 안 될 때 가장 먼저 줄이는 항목이 R&D 부분이다. 경기가 좋으면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하다가도 상황이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줄이는 항목이 연구 관련 항목이다. 이러다보니 우리나라는 컨설팅 회사들이 근본적으로 명맥을 유지하기 힘든 구조인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는 컨설팅 회사들이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해야되느냐. 독립적으로 자신들이 연구 활동을 하면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뒷받침 해주는 연구 집단이 먼저 필요하고 이를 통해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들에게도 용역을 제공하는 등 다각적으로 수익을 창출해낼 수 구조를 갖춰야 한다. 맥킨지나 BCG 같은 회사들이 성장하는 이유는 광범위한 연구범위 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들에서도 용역을 수주하면서 자체적으로 수익을 계속 창출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수익을 내면 그 수익을 가지고 재투자를 해서 전문가들에게는 높은 연봉으로 돌아가고 또 다른 연구를 통해 여러 컨설팅에도 활용을 한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형성돼 있다 보니 맥킨지나 BCG 같이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들은 직원들에 대한 대우부터가 다르다. 가령 컨설팅을 통해 받는 자문료 같은 경우에는 똑같은 일을 하고도 우리나라 컨설턴트가 2,3억을 받을 때 외국계 컨설턴트들은 20,30억을 받는다. 최소 우리나라의 10배가 넘어가는 것이다.


-재원의 문제와는 별개로 또 다른 원인이 있는가.

▲먼저 컨설팅의 중요성 대한 인식의 부재다. 컨설턴트는 기업의 주치의라고 할 수 있다. 주치의들은 환자의 몸 상태를 지속적으로 체크하고 문제가 있으면 이에 대한 처방도 하며 환자들과 소통도 한다. 따라서 컨설팅이라는 것은 이런 일을 기업체에게 하는 것이다. 아주 영세한 중소기업에서부터 대기업까지 모든 기업들에게는 컨설팅이 필요하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사실 대기업에 비해 큰 비용을 들이면서 컨설팅을 받을 여력이 안되며 무엇보다 더 큰 문제는 컨설팅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CEO들은 컨설팅이라고 하면 ‘당장 2,3년 후에 우리 회사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무슨 중장기 발전전략을 세우느냐’, 또는 ‘그만한 비용을 들여가면서까지 컨설팅을 받는 것은 우리에게 사치다’는 식의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컨설턴트들은 기업이 미래에도 성장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며 우리 신체로 치면 눈의 역할을 한다. 눈이 있어야 앞을 보고 갈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눈도 없이 앞으로 가고 심지어는 눈의 필요성조차 모르는 것이다. 그러면 결국 기업들은 눈앞에 장애물이 있는지 이 장애물을 어떻게 피해가고 어떻게 극복하고 어떤 길로 가야하고 그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와 분석, 고민할 의지가 없다는 것과 같은 논리 아닌가. 더군다나 요즘같이 미래가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는 더욱 이러한 부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고 컨설팅은 결국 기업 경영의 필수불가결한 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용역거래에 대한 개념의 부재다. 한때 90년대 중반 즈음부터 우리나라에도 현대경제연구원뿐만 아니라 많은 컨설팅 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겼으며 외국계 컨설팅 회사들도 많이 들어왔었다. 그런데 그 기업들 대부분이 성공하거나 성장하지 못했다. 그 이유가 바로 용역(서비스)의 거래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령 미국인이 만약 친구 중에 변호사가 있고 그 변호사와 밥을 먹으면서 지나가는 식으로 법률에 대해 물어봤고 답변을 구했다고 치자. 그러면 조금 있다 그 변호사로부터 비용 청구서가 날아온다. 법률 상담을 받았으니 비용을 지불해라는 뜻이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은 이 서비스 거래에 대한 개념이 잘 잡혀 있는 것이다. 컨설팅도 마찬가지다. 변호사들한테서 법률적인 서비스를 받는 것과 같이 컨설턴트 회사와 고객 간의 거래도 기업에 대해 경영 진단을 해주고 방향과 전략을 제시해주는 서비스 거래인 것이다. 컨설턴트의 입장에서는 이미 용역, 서비스를 제공했고 잠깐이라도 상담을 받은 고객들은 그에 합당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개념이 잘 잡혀 있지 않다. 가령 앞서 든 사례처럼 친구 사이든 친한 사이든 지나가는 식으로 물어보고 서비스를 제공받고 비용을 청구했을 때 우리나라 사람들의 반응은 보통 ‘너무 야박하다’거나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컨설팅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이 이렇다 보니 컨설팅 회사는 항상 고객 기업과 계약을 체결할 때만 비용을 지불받고 계약을 진행 하기 앞서 받는 상담이나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기업 실사, 탐방 등 모든 노동들이 서비스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오히려 컨설팅 업계가 아주 잘 발전됐다고 하는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컨설팅 업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근본적인 인식이 개선돼야 하는 것이 급선무다. 최형욱 기자 chu@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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