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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할머니들에게도 봄이 오길[독자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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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12  15:5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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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태훈 (28·부산 수영구)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지만 진정한 봄은 오지 않았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아직도 차디찬 겨울 속에 있다. 삼일절을 맞은 지난 1일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인근 정발장군 동상 앞에 놓인 천개의 의자에 앉았던 사람이라면 피해를 당했던 박옥선 할머니가 부른 ‘아리랑’을 잊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의자에 맨발로 앉아 눈을 감고 할머니의 아리랑을 들었다. 무반주에 갈라지는 목소리로 부른 할머니의 노래는 차라리 한 맺힌 절규에 가까웠다. 코끝이 시큰해져 민망해진 탓에 실눈을 뜨고 옆 사람을 바라봤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수건을 꺼내들고 눈물을 훔치는 사람, 연신 코를 훌쩍이는 사람들이 보였던 탓이다. 일찌감치 할머니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우리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소녀상은 부산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 있는 모습도 앉아있는 모습도 있지만 의미는 같을 것이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고통을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남은 사람들의 노력이자 과제다. 그러나 소녀상은 세우는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할머니들의 고통을 나누고 기억하려면 잘 관리하고 보존해야 한다. 최근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인근에 ‘일본을 사랑하라’, ‘반일감정 선동 그만’ 등의 부착물이 난립하고 소파와 사무용 의자 등을 가져다놓은 일은 크게 우려된다. 건강한 사회라면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나 방식과 정도가 지나쳐서는 안 된다. 지금은 부착물을 붙이고 폐가구를 가져다놓은 정도에 그치고 있지만 반응을 기대하며 정도가 심해질 수 있다. 소녀상이 훼손될까 두렵다.

최근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정명희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의원이 지난달 27일 발의한 ‘부산시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지원 및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가 그것이다. 조례의 골자는 소녀상의 소유권은 시민단체가 갖고 부산시는 관리만 담당하게 돼 시가 마음대로 소녀상을 이전하거나 철거할 가능성이 사라진다. 부산시가 ‘위안부’ 피해자 지원과 기념사업, 예컨대 소녀상을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라는 점에서 마음이 놓인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고통은 진행형이다. 피해 할머니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방법에 대한 답은 이미 우리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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