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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에 대한 인식 전환이 부산 해양산업 새 도약의 첫 걸음”[부산경제 활로를 찾는 릴레이 인터뷰] - 이강기 한국해양대학교 해양플랜트운영학과 교수
김형준 기자  |  samic8315@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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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24  10:3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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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기 한국해양대학교 해양플랜트운영학과 교수.

국내 해양기업 마케팅·세일즈, 다큐먼트 능력 배양해야
대형선박수리조선소 조성해 해양산업 활성화 도모해야
친환경·안전·기술융합 등 미래 위한 3가지 방향 설정해야


해양수도 부산의 해양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불어닥친 정부의 해운조선산업 구조조정과 조선산업 불황 여파에 지역경제를 떠받쳐온 항만물류와 해운조선 관련 산업은 직격탄을 맞으며 휘청거리고 있다. 조선 빅3 등 국내 조선소가 수주가뭄에 허덕이면서 부산지역 주력산업인 조선기자재업계도 일감난에 시달리며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본지는 이강기 한국해양대 해양플랜트운영학과 교수를 만나 지역 해양산업의 현안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위기 극복의 해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 교수직을 맡게 된 계기를 들려준다면?

▲ 산업계에 몸담고 있는 동안 여러 대학교에서 강의 제안을 많이 받았다. 내가 오랜 기간 근무한 독일의 만(MAN) 그룹이 산업분야의 원천기술을 많이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도 내가 가지고 있는 산업계의 경험과 노하우를 학계에 접목해 인재 양성에 기여하고 싶은 바람도 있었기에 강단에 서게 됐다. 산업계에서는 전문성을 토대로 몸담고 있는 기업의 영리 극대화를 위해 전문 분야의 활동만 추구했지만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대학 강단에 서게 되면서 폭넓은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경험의 축적을 통해 현상과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과 시야가 굉장히 넓어졌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 경제·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서 지역사회에 미력하나마 나름대로의 역할로 기여하고 있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


- 해양관련 지역 중소기업들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이 위기를 극복해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 국내 및 지역 중소기업의 제품 생산 기술력은 세계 어느 기업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마케팅 및 판매와 국제표준에 맞는 다큐먼트(제품의 스펙 및 서류를 꾸미는 것) 능력은 매우 낮은 실정이다. 이는 오늘날과 같은 글로벌 환경 아래에서 국내 중소기업이 자생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국내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전 세계에서 따온 일감의 일부분을 하청받아서 생산해내는데 불과하다. 따라서 굳이 마케팅 및 판매와 이를 위한 다큐먼트 업무를 경험해 볼 기회조차 대부분 중소기업이 가지지 못하고 있다. 세계 경기는 저성장 기조이지만 여전히 성장하고 있고 국내 중소기업이 생산한 상품을 무기로 진입할 수 있는 큰 시장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시장을 읽는 힘, 요구사항의 제품 반영, 마케팅, 판매, 다큐먼트 등 부수적인 능력을 갖추지 못해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우리 중소기업들도 앞으로는 대기업에만 의지하지 말고 싱가포르, 대만, 홍콩 등의 중소기업처럼 마케팅과 판매 및 다큐먼트 능력을 배양하고 파이낸싱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이를 위한 정부, 지자체 및 연구기관 등 관계기관의 지원도 뒷받침되어져야 할 것이다.


- 부산지역 조선업 위기극복을 위한 ‘민관 상황대책반 회의’의 대책반장으로 활동 중에 있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열린 제5차 회의의 주제는 지역 내 대형선박수리조선소 조성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대형선박수리조선소의 조성과 관련된 견해를 듣고 싶다.

▲ 선박수리개조 신산업은 고용효과가 높고 조선기자재, 선용품, 선박급유업 등 항만·조선 관련 산업뿐만 아니라 해운산업, 수산업, 기계, 철강 등 전후방 산업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점에서 침체된 지역 해양산업을 일으킬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대형선박수리조선소를 지역에 조성할 마땅한 장소를 구하지 못해 사업 추진에 물꼬를 트지 못하고 있다. 대형선박의 수리를 위해서는 선박 접안시설이 필수이기에 업계에서는 그동안 해수부와 부산항만공사에 감만부두 등 북항 내 일부 부두를 대형수리조선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끊임없이 요청해왔지만 경관 훼손과 환경오염을 이유로 부산항만공사는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수리기능인력의 양성 부족으로 인한 인력난으로 지역 선박수리산업이 고사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업계에서는 2020년 부산신항에 대형선박수리조선소가 조성되기 이전까지만이라도 감만부두의 한시적 사용을 요청했지만 부산항만공사는 이마저도 허락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2020년 부산항 신항에 대형수리조선소 조성이 계획되어 있는데 굳이 재개발을 앞두고 있는 북항의 부두에 한시적으로 대형선박수리조선소를 조성할 필요가 있는지?

▲ 앞서 말한 것처럼 선박수리 산업은 자동화에 한계가 있어 수리기능 인력의 손 기술이 주를 이루는 산업인데 이들 수리기능공의 고령화로 인해 인력 양성이 시급한 상황이다. 따라서 대형선박수리조선소를 한시라도 빨리 북항 유휴부두에 임시로 조성해 이들 수리기능공들의 타 산업 분야로의 이동을 막고 젊은 인력을 양성해 가야 하는 골든타임이 바로 지금이다. 고객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부산항에서 선박 수리를 원하는 고객들에게 ‘2020년까지 기다려라’고 하는 것은 우스운 이야기다. 오늘날과 같은 공급과잉의 시대에 부산항의 경쟁력 및 신뢰도 차원에서도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 부산항만공사가 선박수리조선소 조성을 위한 부두 사용을 환경오염과 경관 훼손을 이유로 허가하지 않고 있는데.

▲ 부산항만공사가 현실을 전혀 모르고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우선 친환경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는 선박수리업에 대한 이해 부족과 후진국형 산업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 독일과 노르웨이 등 유럽에서는 선박수리시설을 관광상품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싱가포르, 미국, 일본 등의 선진 해양국가는 국가 인프라로 인식해 대형선박수리조선소를 보유하고 있다. 크롬 도금 등 우리나라에서 위험하다고 규제하는 산업이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활성화되고 있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이건 회피해야 할 산업이 아닌 관리의 문제다. ‘배가 전복될 위험이 있으니 항해에 활용하지 말고 선박을 매달아 놓아야 한다’는 발상과 다를 바 없다.

선박수리산업도 친환경·신기술이 적용되는 고부가가치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기에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산업이라는 점을 부산항만공사가 알아야 한다.


- 지역 해양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당면한 과제 및 현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 앞서 말한 고부가가치 선박수리개조 사업 추진 이외에도 앞으로 지역 중소기업의 제품이 나아가야 할 키워드는 친환경, 안전, 기술융합 등 3가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친환경 제품을 빨리 개발해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LNG추진선박 및 벙커링 등 LNG시대를 대비해 기자재 개발에 나서야 한다.


- 마지막으로 지역의 해양산업 활성화를 위한 한 말씀 부탁드린다.

▲ 부산항만공사는 물론이고 지역민들의 선박과 바다 등 해양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먼저 현재와 같이 경제·사회적 혼란과 위기의 상황에서 정부 및 지자체는 ‘어떻게 하면 국민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란 큰 명제를 설정하고 나머지 기술적인 문제는 해결해가면 된다는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 정부기관과 지자체가 이러한 자세로 모든 일에 접근하면 지역의 해양산업은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지역민들 역시 해양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인식과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최근 영도에 세계 최대 연구소의 선박이 입항했는데 영도주민들이 시야를 해친다고 이 선박을 정박하지 못하게 했다는 이야기를 접했다. 다른 해양 선진국 같았으면 기피하기는 커녕 대환영하며 맞이했을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지역민들의 해양에 대한 올바르고 새로운 인식과 사고가 뒤따를 때 비로소 지역의 해양산업이 되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김형준 기자 samic8315@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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