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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굴제국의 상징 아그라성(Agra Fort)[리더스 칼럼]
김효진 기자  |  khj@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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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25  20: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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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중구
   수필가·여행가

“당신은 인과응보설(因果應報說)을 믿습니까?”

“나는 믿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3년 전부터 이 아그라성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을 안내하다 보니 그만 인과응보설을 믿게 되었습니다. 무굴제국에서는 왕자가 아버지인 국왕을 배반하고 반란을 일으켜서 왕위를 찬탈하고 나면 훗날 그의 아들이 자라서 다시 아버지를 배반하고 반란을 일으켜서 왕위를 찬탈하는 일이 연이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가이드는 인과응보설을 강조하면서 아그라성을 안내하기 시작한다.

무굴제국의 상징인 아그라성(Agra Fort)은 1566년 무굴제국 제3대 왕인 악바르 황제가 수도를 델리에서 아그라로 옮기면서 축조한 성으로 넓은 대지에 폭이 10m나 되는 해자를 파고 그 안에다 20m 높이로 2.5㎞나 되는 석성을 쌓아놓은 것이다. 거기에다 그의 손자인 샤 자한왕이 건물을 보완하고 정원을 아름답게 꾸며서 왕궁으로 개조해 놓았으니 그 호화로움이야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철옹성 같은 성벽에다 커다랗게 만들어 놓은 정문인 아마르 신 문(Amar Singh Gate)을 들어서니 붉은 사암으로 지은 건물의 기둥과 벽면 조각이 하도 섬세하고 아름다워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바위를 다듬어서 기둥을 세우고 벽을 만들었는데도 나무를 다듬어서 만든 것보다 더 섬세하고 아름다웠으니 말이다. 거기에다 건물은 또 얼마나 크고 웅장하던가, 나는 그저 입을 벌리고 감탄사만 늘어놓았다.

그뿐만 아니라 널따란 정원에는 대리석으로 기하학적 무늬를 만들어 놓고 그 공간에다 여러 가지 꽃과 나무를 심어서 아름답게 가꾸어 놓았다. 그 한가운데로 대리석 수로를 만들어 놓고 물을 흘려서 냉방을 시켰다니 탄복할 일이 아닌가.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곳은 국왕의 일반접견실인 디와니암(Diwan-i-Am)으로 붉은 사암으로 지은 건물인데, 기둥과 벽과 테라스의 조각이 참으로 섬세하고 아름답다.

국왕이 귀빈들을 만나던 디와니카스(Diwan-i-Khas)는 특별접견실로 흰 대리석으로 지은 건물이 더욱 아름다워서 황홀하기까지 하다. 갖가지 색깔의 대리석으로 조각을 한 벽과 천장은 말할 것도 없고 커다란 대리석을 다듬어 만든 창살문을 보고 있으려니 너무나 섬세한 조각이 기가 막혔다.

붉은 성채에 돌출한 8각형 탑 형식을 취하고 있는 무삼만 버즈(Musamman Burj)는 ‘포로의 탑’이라는 별명처럼 이 성채를 완공한 샤 자한왕이 두 형을 죽이고 그의 왕위를 찬탈한 셋째 아들 아우랑제브에 의해 8년 동안이나 유폐되었다가 74세의 나이로 죽은 곳이다.

자신의 아들에게 왕위를 빼앗긴 것도 분통이 터질 일인데 하물며 그의 손에 유폐를 당한 샤 자한의 심정은 과연 어떠했을까. 하지만 그도 자한기르 황제의 세 번째 왕자로 태어나 아버지를 배반하고 왕위를 찬탈했으니, 그 인과의 고리가 아들을 통해서 다시 자신에게 돌아온 것이다.

그는 이 방에서 야무나강 건너 저만치 서 있는 사랑하는 아내의 묘지인 타지마할을 바라보며 눈물짓다가 쓸쓸히 죽었다고 하니, 인생사란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 그런데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무삼만 버즈에서 바라보는 타지마할은 거리가 멀기는 하지만 그럴 수 없이 아름다웠으니, 그는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안이 되었을까. 창문 밖에서 바라보아도 그랬지만 창문을 통해서 바라보는 타지마할은 참으로 아름답고 환상적이다. 하지만 많은 세월이 흘러버린 지금은 무굴제국을 호령하던 샤 자한왕의 영광도, 뭄타즈 마할 왕비에 대한 사랑도, 아들인 아우랑제브에 대한 증오도 간 곳 없고 붉은 아그라성만 묵묵히 서서 옛날을 회상하고 있다. 역사는 그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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