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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각은 독창성·회화적 매력 갖춘 하나의 예술품”[사람, 사람은 만나다] - (131) 김병윤 전각작가
김효진 기자  |  khj@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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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12  17:5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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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윤 작가가 전각의 특징과 작업을 시작하게 된 동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10년 동안 금강경 5148자 대추나무에 새겨
인주로 찍어낸 24폭 병풍, KBS홀에서 전시


요즘과 같이 빠르게 변화해가는 물질만능시대에도 시대의 흐름에 흔들리지 않고 예술적 가치를 위해 작업실에서 홀로 묵묵하게 자신만의 시간 속에서 기예를 갈고 닦는 예술인들이 있다. 오늘 인터뷰에서는 서화의 부속 인장을 새기는 작업을 하고 있는 목어 김병윤(60·부산 금정구 청룡로) 선생을 만났다. 그는 전각을 어느 작품의 부속품이 아닌 독창적 예술로 승화시킨 작가다. 그는 10년에 걸쳐 금강경 5148자를 대추나무에 새겨 예술작품으로 탄생시켰다. 그는 전각을 하게 된 동기와 예술에 대한 철학 등을 작품을 설명하면서 들려주었다.


- 지난번 KBS홀 금강경 전시에 대해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 10년 동안 작업해서 지난 2015년 11월에 완성한 금강경 전각 작업을 인주로 찍어 24폭 병풍으로 제작하였습니다. 2013년 작업 중에 12폭으로 금정문화원 초대전으로 전시를 했는데, 이후 24폭 전체를 완성하고 전체 길이로 펼쳐 보고자 자리를 마련한 것이었습니다. 공식적인 전시회는 아니었으나 금강경 작업 막바지 3년 동안 저의 작업실에서 수강했던 주부 회원님들의 작품도 함께 소개할 겸 ‘목어 전각 연구소 1회 회원전’이라는 타이틀로 회원들과 지인들을 초대하여 열었던 전시회였습니다.


- 전각이란 무엇인가요? 서각과는 무엇이 다릅니까?

▲ 전각은 서예인들의 직인이나 낙관 등 서화에 부속적으로 찍는 인장을 새기는 예술 중 하나이며 ‘전서를 새긴다’는 뜻으로 서각과 그 뜻이 구별되어집니다. 전서란 한자의 고대 서체 중 하나입니다. 전서는 갑골문을 시작으로 하는 상형 문자와 예서 이전의 대전과 소전을 아울러 부르는 명칭으로 그 조형미가 아주 뛰어납니다. 전각은 돌, 나무, 옥, 금속 등의 작은 공간에 글자를 조형적으로 배열하여 칼을 대어 새기는 작업으로 전서가 가진 조형미와 회화적인 특징도 보여 독자적인 순수 조형예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서각은 전서가 아닌 글자를 판에 조각하여 작업하는 것을 말합니다. 가훈이나 교훈들을 새긴 현판 등이 서각에 속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하시는 일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부탁드립니다.

▲ 전각 작업을 주로 하며 10년 전부터는 불경 새기는 작업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서각과 같이 판에 글자를 새기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취미로 하는 사람을 포함해서 부산에만 수백 명쯤 됩니다. 하지만 도장이나 인장으로 작업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게다가 도장이라는 작은 공간에 많은 양의 글을 펼칠 수 있는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더더욱 드뭅니다. 또 전각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독창적인 예술분야의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예전에 공예작업을 했던 터라 글을 새기는 작업이지만 같은 인장이라도 회화적인 작품으로 풀어나가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또 주 3, 4회 정도는 작업실에서 수업도 하고 있습니다.


- 언제 어떤 계기로 전각을 시작했습니까?

▲ 1970년대 중후반 생활고로 인하여 대학 진학보다는 기술을 배워 경제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일본 사찰에 들어가는 공예품들을 제작, 수출하는 공방이 있어 그곳에서 관련 기술을 배웠습니다. 처음엔 단순한 직업으로 시작하게 되었는데 전각 작업이 주는 독창성과 회화적 매력에 빠져서 지금까지 이렇게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 금강경 전각 작업을 하게 된 이유가 무엇입니까?

▲ 전업 작가들은 보통 생활이 넉넉한 사람들이 없어 일반인에게 비교적 쉽게 판매되는 반야심경 제작을 많이 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로 판매를 목적으로 하다 보니 다량의 작업을 해도 작업 후 남게 되는 작품들이 없는 데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270자 정도 되는 반야심경을 반복해서 작업하기보다는 생애 마지막 작업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반야심경의 20배 정도 되는 금강경을 제작하는 것이 더 의미 있겠다고 생각했고 또한 전각을 서화의 부속적인 인장을 새기는 작업 이상의 것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또 금강경은 그 내용 또한 훌륭하지 않습니까.


- 금강경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습니까?

▲ 석가모니 득도 후 당시 수행 중이던 많은 제자 중 가장 뛰어났던 수보리가 여러 승려들을 모아놓고 강당에서 석가모니와 독대를 합니다. 그 내용을 승려들이 듣고 기록, 수보리가 도를 닦은 내용들을 말하며 부처에게 질문하고 그에 대해 부처가 답하는 내용이 문답형식으로 담겨있습니다. 수도과정에서 어느 것이 옳은지 그른지를 물어보는 실질적인 수행과정에서의 내용이 있어 금강경은 어떤 이론이나 깨우침보다도 ‘신수봉행(信受奉行)’, 즉 부처님의 설법을 깊이 믿어서 항상 받들어 실행하는 것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생활지침서와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금강경을 외우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하지만 외우는 데서 그치고 행하는 사람은 잘 없지요. 불경은 외우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행하는 것이라는 메시지가 담겨있습니다.


- 작업하신 금강경 전각 작품에 대해서 구체적인 설명 부탁드립니다.

▲ 금강경 5148자를 1160과로 나누어 전서로 써 대추나무에 조각한 작품입니다. 특히 전각 재료로 선택한 대추나무는 강도가 아주 단단하여 작업하기가 어려워 대추나무에 금강경을 작업한 사람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 분야의 직업인으로서 대작을 해보고 싶은 마음과 저의 기예를 보전하는 차원에서 또 우리나라에는 없던 것이라 도전했습니다. 금강경이라는 불경을 새겨서 종교적인 의미도 있지만 종교를 떠나서 하나의 전각 예술작품으로서 그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도장 하나 가로, 세로 3cm 정도 되는 공간에 많게는 20자 가까이 담으면서도 그 속에서 글자가 가지는 조형미와 구도 등을 생각하여 담아낸 각각의 도장이 곧 작품이 된 셈입니다.


- 작업하실 때 특별히 신경을 쓰는 부분이 있나요?

▲ 전각 작업도 일종의 공예작품으로 조각에 필요한 글은 사전작업이 완벽하게 되어야 합니다. 우선 작업의 대상이 되는 글에 대한 집중적 연구는 기본이 되어야 하고 조각 작업 전 완벽한 도안 작업이 필요합니다. 경거망동한 자세로 글자를 대하면 안 됩니다. 누가 보아도 글자를 알아볼 수 있어야 하는 것이 가장 기본 원칙이며 그 원칙 안에서 회화적으로 잘 풀어져야 하지요. 글자의 기본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글자의 형태를 미술적 차원에서 보고 글의 구도 등을 조형적으로 생각해서 조화롭게 디자인하여 하나의 독창적인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10년 동안 금강경 작업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습니까?

▲ 10년 동안 작업을 하면서 어려움을 여러 번 겪었습니다. 처음에는 온천천의 시시골이라는 곳에 집과 작업실이 함께 있었는데 재개발 문제로 그곳을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후 집과 작업실이 분리된 상황이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기를 당하여 작업실을 얻기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그때 감사하게도 후원자가 나타나 주셔서 1년간 작업실로 쓸 수 있는 공간이 생겼고 그곳에서 전각 작업에 쓰일 나무 가공 작업을 마쳤습니다. 1년 후 그 작업실을 비워줘야 했는데 그날 양산의 홍룡사에서 저에게 전화가 한 통 걸려왔습니다.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불경을 제작하겠다고 하니 절에서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겠다고 하여 그곳에서 5148자를 1160과로 나누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이 작업이 끝나고 절의 주지 스님 임기가 다 되어 또 작업실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때마침 좋은 후원자분이 나타나셔서 지금의 작업실 근처에서 금강경 전각 작업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이후 다시 같은 동네에서 작업실을 찾아 지금의 목어전각연구소 작업실이 되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작업의 매 단계 마다 작업실을 이동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했지만 많은 분의 도움과 후원으로 10년간의 작업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 수강생들은 주로 어떤 분들이며 대개 어떤 동기로 전각을 배우는지요?

▲ 요즘은 교육과 문화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단순한 취미 생활이 아닌 예술 활동으로서 배워보고자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주부님부터 시작해서 정년퇴직 이후에 찾아오시는 분들까지 다양한 연령과 직업군에서 찾아오시는데요, 1회 2시간의 짧은 시간이지만 여가활동이 아닌 머지않은 시간에 하나의 예술작품을 남겨보겠다는 의지와 각오로 배우시도록 저도 말씀드리고 있고 회원님들도 그런 자세로 작업에 임해주고 계십니다. 요즘은 일반인에게도 부담되지 않는 비용으로 전시를 해 볼 수 있는 좋은 공간들이 많으니 전시회도 열어볼 수 있고 취미 생활을 넘어선 제2의 인생을 위한 투자의 시간으로 봐도 좋겠지요.


- 전각이 예술로서 전승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요?

▲ 네,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부의 다양한 지원으로 지역 문화센터 등과 같은 곳에서 인재들을 양성시키려는 노력이 있습니다. 많은 수강생 중 능력에 따라 한두 분이라도 계속해서 작업할 수 있게 된다면 그분들을 통해서 전승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요즘은 청년들이나 작업인들을 위한 창작 지원 공간도 늘어나는 등 예술 활동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환경 개선으로 이러한 예술 활동에 있어서의 전망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 어떨 때 작업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시는지요?

▲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제 작품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고 느낄 때가 가장 성취감이 있습니다. 혼자서 10년이 넘는 오랜 기간 동안 작업한 금강경의 경우에도 저 혼자의 대작으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많은 분들이 보아주시고 저의 작품을 알아봐 주실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한 말씀 부탁합니다.

▲ 지금까지 제작하지 않았던 문장들이나 경전들로도 전각 작업을 계속해서 하고 싶습니다. 후학양성을 위해서도 저의 재능과 저에게 주어진 환경 안에서 노력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저의 전각 작품을 알아봐 주실 많은 분을 위해서 지금도 열심히 작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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