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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과의 아침 산책[삶의 문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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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7.01  15:4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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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선영
 동아대학교 프랑스문화학과 교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울에 가면 큰마음을 먹어야 산책을 나가곤 했는데 이제는 날마다, 그것도 이른 아침 기분 좋게 한강 고수부지에서 산책을 즐기고 있다. 3년 정도 기다려 몇 달 전 비로소 입양하게 된 맹인견 탈락견인 두 살짜리 래브라도 리트리버 때문에 생겨난 생활의 변화다. 관절이 약했던 그 녀석은 수술을 받아야 했으며 그로 인해 최종 심사에서 통과하지 못해 안내견이 아닌 평범한 강아지로서 자신을 입양해 줄 식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녀석은 훈련받은 모든 강아지들과 마찬가지로 용변을 보이기 위해 하루에 몇 번씩 외출을 시켜줘야 하는 것 외에 재활 치료의 목적으로 날마다 반드시 1시간 이상의 산책을 시켜줘야 한다는, 우리에게는 꽤 부담스런 조건을 달고 있었다. 입양을 원하는 가족에게 안내견 센터가 실시하는 심사 과정을 통과한 다음에도 여전히 우리는 과연 그런 일을 지속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지 확신이 없었으나 필요에 따라 주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는 곱상한 얼굴의 연한 금빛 털을 가진 그 녀석을 식구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었다. 그리고 그 후, 우리의 하루는 산책으로 시작되었다.

이른 아침 우리가 가벼운 운동복으로 갈아입으면 녀석은 예외 없이 늘어지게 기지개를 펴고 꼬리를 힘차게 좌우로 흔들어 자신도 준비됐음을 알리곤 한다. 그리고 산책 준비가 끝나길 얌전히 기다리다가 지루해질 때면 선량한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며 슬슬 현관 쪽으로 몸을 옮긴다. 공공장소에서의 예의를 지키기 위해 녀석의 목에 목걸이를 걸고 비닐과 신문지 조각, 강아지 물그릇을 준비해 집을 나서면 녀석은 바로 겅중 겅중 뛰어다니며 자신의 산책을 즐기는 것이다. 공원에 다다르면 녀석은 신이 나 쉬지 않고 킁킁거리며 잔디와 흙, 나무 밑동에 코를 박는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하면 제자리에서 뱅글뱅글 돌며 바쁘게 자신의 볼 일을 보는 것이다. 마냥 순한 줄 알았던 그 녀석도 가끔은 엉뚱한 모습을 보여 우리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녀석에게 만족스러웠을 한 시간의 산책을 끝내려고 집 쪽으로 방향을 틀면 그 녀석은 엉덩이를 뒤로 빼고 고집스런 얼굴 표정으로 버티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녀석은 결코 무례하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거나 우리의 의사를 거스르거나 하는 법이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녀석 참 착하다고 하지만 나는 종종 안쓰럽고 미안하다. 그 녀석은 아프거나 불편해도 결코 짖지 않으며 심심하고 지루해도 우리를 방해하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도 성급하게 우리를 재촉하지 않는다. 그래서 연로하신 어머님은 녀석이 벙어리가 아니냐고 몇 번이나 물으셨다. 훈련받아 생겨난 인내심과 절제력을 믿기 힘드신 모양이다.

이런 그 녀석과 생활하다보니 어느덧 내 자신에 대한 성찰을 하게 되었고 감사한 마음이 생겨났다. 작은 실수에도 실망하고 불신감을 드러내기도 하는 우리를, 우리 인간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자신의 몸을 맡기는 그 녀석의 충직함에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한다. 그동안 바라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에 눈뜨게 함으로써 그 녀석은 우리에게도 맹인견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있다. 녀석을 위한 것이라 믿고 시작했던 아침 산책은 우리의 건강과 더불어 자연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풍요로움을 선사하고 있다. 그 녀석은 사람이 줄 수 없는 소소한 행복감을 우리에게 주고 있는 것이다.

산책을 시작하면서 세상에는 참으로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이른 아침이 참으로 아름답다는 것을, 한강 변에서도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세빛둥둥섬이 저녁에는 환하게 밝혀진다는 것을 직접 확인했었는데 오늘은 그 녀석 덕에 코스모스가 가을에만 피지 않는다는 것을, 노래 가사처럼 한들한들 핀다는 것을 발견했다. 참으로 기분좋게 시작한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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