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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와 최고의 지휘자[삶의 문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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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6.29  13: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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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옥
 부산시향 제1바이올린 수석
 

서로의 주장을 꺾고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는 오케스트라 연주만큼 화합을 보여주는 좋은 예는 없을 것이다. 개인이 맡은 부분을 사전에 철저히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요, 함께 연습을 하며 서로 하모니를 맞추고 색깔을 맞추며 지휘자의 아이디어를 잘 표현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과정 또한 크고 작은 우리 사회가 모델링할 만하다.

오케스트라 연주자는 스트레스가 가장 많은 직업 중에 하나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고도로 전문화된 개인주의자들이 지휘자의 지휘 아래 개성은 접어둔 채 하나의 악기가 되어 연주해야하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 자체가 다채롭고 풍요한 소리를 가진 하나의 악기라 할 수 있다. 백여 명의 사람이 하나가 되어 연주하는 장면을 생각해보시라. 특히 연주의 클라이맥스에서 현악기 주자들이 똑같은 위치에서 똑같은 속도로, 그리고 한 방향으로 일사불란하게 활을 움직이는 장면은 같은 연주자가 볼 때에도 장관이다. 이 멋진 그림을 위해서는 옆 사람 혹은 앞 사람의 스타일이 마음에 안 들더라도 서로의 호흡과 자세에 신경을 집중해야만 하며, 또한 한 파트의 실수는 또 다른 실수로 이어질 수도 있기에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각자의 작은 실수에도 예민하고 또 집중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어찌 그뿐인가, 단원들 모두는 서로의 부족함을 극복할 때까지 기다리며 인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멋진 앙상블을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서로의 소리에 집중하고 또 끈질기게 경청해야 하는 책무가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겐 당연히 주어진다. 거기에 끊임없이 요구되는 지휘자의 지시에 즉각 반응할 수 있어야하며, 자신의 소리만 튀지 않고 실수 없이 다른 악기들과 균형을 맞추는 일도 간단치는 않다. 이 얼마나 피곤한 작업인가!!! 하지만 이런 힘든 연습과정도 한 마음으로 멋진 공연을 펼친 무대 위에서는 그동안의 모든 피곤함과 불만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것을 오케스트라의 단원이라면 여러 번 경험했으리라!

오랜 시간 오케스트라에 속해있다 보면 다양한 스타일의 지휘자를 만나게 된다. 다들 음악에 대한 열정은 비슷하지만 단원들과 연습하는 모양새는 사뭇 다르다. 쓴 소리가 약이라 생각하고 단원들의 부족한 부분을 거침없이 비판하며 강력한 리더십을 보이는 지휘자, 직접 비판하지 못하고 은유적 표현으로 모욕하거나 자신의 본마음을 헤아리기 어렵게 만드는 지휘자, 자신의 부족함을 강조하여 단원들이 오히려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만드는 지휘자, 인간적으로 배려하며 단원들의 최선을 이끌어내는 지휘자 등 나는 그동안 많은 부류의 지휘자를 경험하였다.

내가 최고로 생각하는 지휘자는 단원들 각자가 품은 음악성과 기량을 최대한 표현하도록 이끌어 주는 사람이다. 단원들에게 그런 마음을 가지게 만드는 지휘자는 음악적인 수준도 존경받을 만 해야겠지만, 무엇보다 단원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또한 인간적으로 따뜻하게 배려해주는 사람이다. 또한 단원들의 실력을 인정해주는 사람이며 가능성을 믿고 이끌어주는 사람이다. 이런 지휘자와 함께 모든 단원들이 하나가 되어 각자의 마음을 열고 무대에서 최선을 다해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는 아주 열정적이며 감동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리더라면 오케스트라가 아니어도 욕심나지 않겠는가!

우리 일상사도 서로 마음을 열고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와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본다. 다른 사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회, 내 것만 고집하지 않는 사회, 참고 인내하는 사회, 배려하는 사회, 서로 도와 함께 걸어가는 사회, 내가 맡은 분야에 책임을 다하는 사회, 공감하는 사회, 함께 노력하는 사회…. 이런 점에서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우리의 세계를 닮아 있다.

오케스트라의 소리는 단지 듣는 것 이상의 그 무엇이다. 무대 위의 오케스트라는 작은 세계이며, 그리고 그 곳에는 지휘자와 단원들의 생활과 소통, 그리고 공감과 배려가 녹아있다. 바로 이런 눈으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보기를 권한다. 그러면 우리는 그곳에서 우리의 자화상, 혹은 우리의 이상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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