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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벨라 빈민촌 투어[삶의 문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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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6.26  14:2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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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숙
 프랑스 뚜르대학 불문학 박사·수필가
 

올해 브라질에서의 월드컵은 축구축제 못지않게 개최국 국민들의 강도 높은 반대시위에 대한 뉴스를 전하고 있다. 그 뉴스를 접하며 몇 년전 브라질 배낭여행 중 둘러보았던 리우의 파벨라 빈민촌을 떠올렸다. 아름다운 항구도시로 알려져 있는 리우는 단체 패키지 여행이 아닌 한 여행자들이 마음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 도시가 아니다. 중남미 전체가 그렇지만, 특히 브라질은 치안문제 때문에 항상 마음 졸이면서 다녀야 하고, 더군다나 살인적인 물가 때문에 빨리 볼 것만 보고 빠져나가야 하는 최악의 방문국가로 알려져 있다. 며칠 머물렀던 리우에서 빈민촌을 관광상품으로 연결시킨다는 발상자체에 호기심이 일어서 남편과 나는 빈민촌 파벨라 투어를 했다. 되도록이면 지도를 들여다보며 발품을 파는 방법으로 여행을 했던 우리였지만, 리우에서만큼은 안전 문제 때문에 투어상품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파벨라에 도착하면서 가이드가 강조하는것은 자신과 함께 있는 한 빈민촌 안에서 어떤 불상사도 있을 수 없으며 마음대로 사진을 찍어도 된다는 것이었다. 사진기를 목에다 걸고 빈민촌을 걸어다닌다는 것은 중남미의 다른 나라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 안전과 사진 찍는 자유를 돈으로 사는 셈이었다.

파벨라는 포루투칼어로 ‘들꽃’ 이라는 뜻이다. 아마도 우리의 잡초라는 이미지가 주는, 짓밝혀도 꿋꿋하게 일어서는 강한 생명력을 의미하기 위해서 붙여진 이름일 것이다.

대도시마다 외곽지역에 빈민촌이 형성되는 것은 브라질만의 경우는 아니지만, 특히 리우의 이 파벨라가 관광상품으로 연결된 데에는 리우의 바다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훌륭한 전망도 이유일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전망 때문에 산꼭대기로 올라간 것은 아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리우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지역에 빈민촌이 자리잡고 있다. 파벨라 빈민촌으로 올라가는 언덕 옆으로는 부자동네가 있어서 경계를 위한 담벼락이 높게 서 있다. 아마도 부자들은 한적하고 전망이 좋다는 이유로 자리 잡았겠지만 없는 사람들이 언덕으로 모여들면서 동네는 서서히 슬럼화가 진행되었다. 부자들은 동네를 떠나갔고, 떠나지 못한 부자들은 대신에 함부로 드나들 수 없는 높은 담을 치는 것으로 일종의 방어벽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워낙 빈민촌의 규모가 커지다보니, 전체적으로 보면 부자들이 스스로 만든 감옥 안에 갇힌 형상이다. 스스로 자초한 게토였다.

자녀들의 학교등록비가 한 달에 3000 달러이고 마당에는 수영장까지 갖추고 살아가는 그들 부자는 정치적인 권력도 누리고 있을텐데 고작 방어벽을 만드는 방법으로밖에 대처를 못하냐고 물어보았다. 가이드의 답변은 아무리 권력이 있어도 브라질 국민의 10퍼센트에 불과한 부자들이 나머지 90퍼센트의 빈민층을 양적으로 감당해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국가에서도 파벨라 빈민촌에 관해서 무능력과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는 것이다. 파벨라 빈민촌은 학교도 병원도 심지어 경찰까지도 브라질 정부와는 아무 상관없이 자치적으로 운영된다. 아무문제 없이 평화롭게 살고 있으며 도둑도 없어서 이 빈민촌은 문을 걸어 잠그지 않아도 된다고 가이드는 마치 유토피아처럼 강조한다. 가이드가 이 파벨라 빈민촌을 지상최대의 행복공간처럼 강조하면 할수록, 빈민촌을 관광상품화 한다는것에 대한 합리화를 위한 억지미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자치적으로 평화롭게 살수있다한들, 그들은 언젠가는 이곳을 떠나서 법의 테두리 안에서 당당하게 살 수 있는 날을 꿈꿀 것이다. 마지못해 머무르는 임시의 터전이 어떻게 유토피아가 될 수 있겠는가. 가이드는 관광상품 수익의 일부분을 마을기금으로 내놓는다고 설명하지만 구차스럽게 살고 있는 모습을 이방인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투어객이 많을수록 빈민촌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는 가이드의 말과는 상관없이 파벨라 빈민촌 투어는 하루 하루 투쟁처럼 살아가야 하는 그들 삶의 모습을 돈을 주고 구경했다는 씁쓸한 불편함으로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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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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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향미 2014-07-02 16:01:41

    브라질의 파벨라 빈민촌의 이야기에서 제 주위에 유사한 곳이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부산 시티투어 코스이자 관광 상품화 되는 곳-감만동 골목, 산복도로.. 그곳의 주민들과 바라보는 이들이 함께 문화적 역사적 공감을 가질 수 있는 상황. 어쩌면 이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받아들일수 있는 의미와 이해의 공감은 입장을 대변해주거나 적당한 시스템의 기획이나 개발을 가져와서 조금은 서로의 관계를 편안하게 만들지 않을까요?....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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