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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모리[리더스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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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6.23  14:5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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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용주
 경상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지방선거가 끝난 요즘 심심치 않게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사회의 지도층에 대해 각성을 요구하고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달라는 요구라고 생각된다. 메멘토 모리는 ‘죽음을 생각하라’는 의미의 라틴어로 고대 로마시대의 풍습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의 성대한 개선 행렬이 길게 늘어서고 장군의 뒤에서 따르던 노예가 계속하여 메멘토 모리라고 소리친다. 자칫 오만함에 빠지기 쉬운 장군에게 언젠가 죽어야할 운명을 외침으로써 겸손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중세 유럽에서 교회가 타락하고 대중이 고통을 받을 때 청빈과 순종의 아이콘인 수도승들은 매일 아침 메멘토 모리라고 인사하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성경의 시편에서도 우리가 살 수 있는 날을 헤아리면서 지혜를 얻게 해 달라는 기도가 나온다. 우리에게 남은 날 수를 알면 그 만큼 지혜롭게 살아 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고통과 혼란이 삶을 억누를 때 메멘토 모리는 긍정의 힘을 발휘하여 고난을 헤쳐 나갈 동력을 부여한 것처럼 보인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론에서 보이듯이 인간에게 삶의 본능(에로스)과 죽음의 본능(타라토스)은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말이다. 사회가 풍요롭게 될 때면 메멘토 모리는 잊혀져갔다. 메멘토 모리는 삶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인간의 대비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풍요로울수록 잊혀진다는 아이러니를 내포한다.

전 국민이 시쳇말로 멘붕에 빠진 지난 두 달간의 기억이 지방선거와 월드컵에 묻혀가는 것은 아닌지,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져 가는 것은 아닌지 실로 안타깝게만 느껴진다. 과거에도 그랬다. 우리에게 잔인했던 6월의 기억은 헤아릴 수 없다. 6·25전쟁, 삼풍백화점 붕괴, 미선·효순 사건, 제2연평해전 등등. 그리고 며칠 전 강원도 고성의 군부대에서 총기사고가 또 다시 발생했다.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누군가는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 대중의 기억이 오래가지 않는 다는 점은 매우 안타깝지만, 미봉책으로 대중을 기만하는 행위는 마땅히 없어져야 한다.

지구과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친숙한 말이 있다. 현재는 과거의 열쇠이다. 이 말은 현재 일어나는 현상을 통해서 과거 현상을 과학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지난 4월의 세월호 참사를 통해 과거의 대형 참사들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그러다가 숙연해 진다. 아무 것도 나아진 것이 없다. 요즘 과거를 부정하려는 일본 정부의 행태는 점입가경이다. 우리는 아픈 역사에 대해서는 일본에 한 치도 양보할 마음이 없다. 하지만 우리의 잘못된 시스템에 대해서는 왜 이리도 관대한지 전혀 알 도리가 없다.

흔히 경험하는 것이지만, 정부나 지자체의 시책은 시작은 있으나 끝은 없는 경우가 많다. 쉬운 예로 자동차 운행에 관련해서 5부제, 10부제를 시행한다고 규제하고 단속하고 난리법석을 부린 다음 슬그머니 언제 끝났는지 그런 것을 시행했는지 모를 정도로 없어져 버린다. 시작과 끝이 불분명한 제도가 상당수 있음을 느낀다. 또 다른 참사가 일어나야 과거의 참사를 다시 돌아보려는가? 우리의 시스템은 이토록 주먹구구식인가?

시작이 있으면 끝도 확실해야 한다. 그리고 개선에 대한 약속을 했으면 그에 대한 조치도 분명해야 한다. 대중의 기억이 단편적이라는 이유로 은근 슬쩍 넘어가려 해서는 안된다. 메멘토 모리의 정신이 강조되는 것은 이런 세태를 반영한 것이다. 죽음을 생각하면서 현재를 겸손하게 살 수 있다면, 끝을 생각하면서 후세를 위해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면, 그런 자세를 견지해야 할 책임있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세상은 진정 살만할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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