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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아들, 땅 팔아간후 연락두절"…명절에 더 외로운 노인들
연합뉴스  |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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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9.08  11: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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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명의 거액 사채 쓰고 사라지는 자식들…명절에 찾아올 사람 없어
TV·사회복지사가 유일한 가족…"방치 노인 돌봄 사회관계망 강화해야"

"외로워도 할 수 없구, 좋아도 할 수 없지 어떡하겠어? 되는대로 사는 거지."

홀로 걸어가는 노인[연합뉴스 자료사진]
홀로 걸어가는 노인. (사진제공=연합뉴스)

 

지난 7일 혼자 사는 이모(72·충북 충주시 신니면) 할머니에게 이번 추석을 어떻게 보낼지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남매를 뒀지만, 외지에 나간 뒤 왕래가 끊겼다.

늙고 혼자인 것도 서러운데 툭 하면 병원 신세를 진다. 심장과 호흡기 계통이 안 좋아 며칠 전에도 일주일 넘게 홀로 병상에 누워 있었다. 적적함을 달래주는 TV, 종종 안부를 살펴주는 사회복지사가 유일한 가족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처럼 추석은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차오르고 마음 포근해진다.

환한 보름달 아래 온 가족이 고향 집에 모여 그동안 못다 한 정을 나누는 민족 최고의 명절이지만, 찾는 이 없이 쓸쓸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노인들에게는 차라리 고통이다.

명절 귀성 행렬[연합뉴스 자료사진]
명절 귀성 행렬. (사진제공=연합뉴스)

 

제천시 신백동에 사는 유모(74)·김모(72·여) 씨 부부는 올 추석도 단둘이 지내야 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진다.

40년 전 교회 앞에 버려진 갓난아기를 데려와 친자식보다 더 끔찍이 금지옥엽 키웠지만, 아들은 5년 전 연락을 끊었다.

유 씨 부부는 행여나 주워다 키운 자식이라는 상처를 받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온갖 정성을 아들에게 쏟아부었다.

결코 보상을 바라고 한 일은 아니었지만, 극진한 보살핌의 대가치고는 너무나 가혹했다.

아들은 부모 명의로 은행 대출과 사채를 마구 얻어 쓰고는 큰 빚만 떠안긴 채 발길을 끊었다. 가까스로 소재를 알아내 우편물을 보내면 어김없이 '수취인 불명'으로 반송됐다.

계속되는 빚 독촉에 시달리고 기본적인 생활마저 불가능해진 부부는 결국 국민기초생활 수급자가 됐다.

단양에 사는 동갑내기 부부 박기정(78·가명)·김정숙(가명) 씨는 8년 동안 유지해 온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자격이 최근 박탈됐다.

국세청과 건강보험공단 조회에서 자녀가 부양능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5남매 중 이들 부부를 보살피는 자녀는 없다.

김 씨가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는 1급 장애인인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박 씨마저 폐암 판정을 받았다.

긴급 생계비와 의료비 지원을 받지만, 생활은 쉽지 않다. 2주에 한 번씩 자원봉사자들이 가져다주는 밑반찬마저 없다면 끼니 해결조차 못 할 형편이다.

단양군 관계자는 "두 분 다 건강이 많이 안 좋아 수시로 잘 계신지 확인한다"며 "본인들은 정부에서 계속 도움받기를 바라지만 누가 가족을 대체할 순 있겠느냐"고 말했다.

슬하엔 4남매를 둔 김모(82·충북 단양) 할머니 역시 찾아오는 자녀가 없다.

철석같이 믿었던 아들은 사업 밑천이 필요하다며 이따금 들러 야금야금 땅을 처분해 간 뒤 발길을 끊었다. 유일한 벗이 돼 준 남편은 "자식을 잘못 키운 죗값을 치르겠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고독한 노인[연합뉴스 자료사진]
고독한 노인. (사진제공=연합뉴스)

 

외로운 명절을 맞는 노인이 갈수록 늘어난다.

자녀 수 감소와 경기 침체 등 외적 요인 탓이 크다.

형제가 여럿인 시절에는 한두 명 못 가도 다른 형제가 부모를 찾았지만, 한 둘만 낳는 요즘은 예전과 같을 수 없다.

경기가 워낙 안 좋다 보니 용돈 봉투와 변변한 선물 하나 준비 못 하고 빈손으로 고향 집에 가는 걸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도 있다.

가치관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명절에 부모를 찾아가야 한다는 의식 자체가 옅어진 것이다.

부모와 자식 관계가 남남처럼 완전히 단절된 경우도 적지 않다.

가정폭력, 이혼 등으로 자녀를 제대로 돌보지 않은 경우 부모에 대한 자녀의 부양 의무감이 희박하기도 하고, 금전 문제 등으로 부모 기대를 저버린 죄책감에 차마 찾아가지 못하는 자녀도 많다.

건국대 사회복지학과 이미진 교수(노인복지)는 "급증하는 노인 인구를 위한 기본소득 보장과 함께 사회관계망 확충 지원 등 가족의 빈자리를 채워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가족 문제에서 국가의 역할은 일은 한계가 있을뿐더러 일일이 개입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현재 홀몸노인 인구는 144만여 명으로 2010년보다 36.6%나 늘어난 것으로 보건복지부는 집계했다. 전체 인구 중 13.5%, 노인 인구 중 21%를 차지한다. 홀몸노인 가운데 자녀 왕래도, 돌봄서비스 혜택도 없이 외딴섬처럼 홀로 지내는 노인이 지난해 이미 74만 명을 넘어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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