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왼쪽
오른쪽
  • UPDATE : 2019.8.24 토 12:28
> 기획/연재 > 칼럼/기고
‘움베르토 에코’의 생각과 개발론[리더스 칼럼]
일간리더스경제신문  |  webmaster@leaders.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신고하기
승인 2014.06.15  11:00:21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미투데이 트위터
   
 이종민
 수필가·건축가
 종합건축사사무소 효원대표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관점 중 하나는 개발에 관한 후보들의 생각이었다. 여기서 개발이란 관이 주도하는 대단위 토목, 건축 사업을 의미함은 물론이다. 이른바 ‘용산재개발’에 대한 논쟁으로 시각은 기본적으로 달랐다. 수익을 위하여 중단된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측과 개발이 미치는 여타의 폐해를 말하며 개발을 유보한 측의 주장은 확실히 대척점에 있었다.

반면, 부산시장 선거에서 ‘가덕신공항개발’을 양측에서 공히 동의한 것 외에는 전임자가 정책으로 펼쳐 놓은, 혹은 실시중인 개발을 둘러싼 논쟁이 별로 없었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4대강개발’이란 큰 폭풍에 휘말린 경험이 있는 국민 혹은 시민들로서는 개발이라는 단어 자체가 이전처럼 선뜻 희망적인 메시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선거 전략적인 측면이 존재하더라도, 개발이 주는 혜택과 폐해는 그 어느 분야보다도 큰 것이므로 정책 싸움이 필요했다고 보는 것이다. 개발에 관한 한 부산도 서울만큼이라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루어지고 있는 ‘북항재개발’ ‘동부산관광단지개발’은 예측만큼의 개발효과는 발생할 것인가? ‘4대강사업’의 주체였던 ‘수자원공사’의 수익 보전의 일환으로 출발하였다는 ‘에코델타시티 개발’은 어떠한 타당성을 가지는 것이며, 수정은 필요치 않은가? 하는 관점들이다.

개발과 보전의 문제가 세계적 아젠다(Agenda)가 된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이야기이다. 주목의 가장 큰 이유는 개발의 후속으로 따라오는 환경 문제 때문이다. 말하자면 무분별한 개발이 인간의 미래와 치명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이미 유럽 여러 나라는 개발에 대한 환상을 내려놓고 보전을 기반으로 하는 발전에 정책 기조를 두고 있는지 오래다. 오히려 근년에 들어 유독 개발이 성행하였던 곳은 중동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나라들이었음은 상기할 만하다. 그런 개발의 속성을 놓고 보면, 어느 시점 시베리아나 아프리카의 오지를 향하여 포크레인과 타워크레인들이 달려갈 것은 뻔한 일이다.

물론 개발의 목적은 개발이익을 통한 자본의 취득이므로 개발은 세계 자본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현대 선진사회에서 더 중요하게 보아야 할 것은 개발이 발전이라는 전통적인 의식에서의 진보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유럽의 제국들은 이미 반성의 모드로 돌입하였다. 차제에 중동과 아시아의 나라들이 의식이 아직은 세계적인 ‘아젠다’에 못 미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개발의 또 다른 측면은 그 단어가 주는 유혹이 매우 정치적이란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통치자가 시민들에게 가장 쉽게 주목을 받아온 방법이 토목공사를 비롯한 개발이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한 후보의 낙선 이유를 따지는 것은 별개이지만, 그럼에도 그 후보가 선동을 목적으로 개발을 들고 나왔을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통치자는 끊임없이 개발로 시민을 유혹한다. 그리하여 통치자의 임기 내에 끝을 보려는 망상에 휘둘려 그만 개발은 만신창이가 되기 일쑤다. 맥락을 같이하는 전임 대통령의 개발이나 전임 부산시장의 정책 기조 또한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은 사실이다.

늘 파헤쳐져 있는 거리를 걸으면서 “도대체 도로가 완성될 시점은 언제인가?” 라는 의문을 가진 사람은 나뿐일까? 그것이 개발이 가진 가면의 하나이다. 개발은 끝을 모른다. 때마침 ‘북항대교’가 개통되어 감만 부두에서 영도로 가로질렀다. 교각 우측으로 포크레인이 분주히 움직이는 북항의 재배발이 한눈에 든다. ‘동부산관광단지’ 개발현장을 지나며 보았던 빛깔, 저 황톳빛 매립지를 무엇으로 채우나? 무조건 부수고 새로 지어야 하는 개발의 논리 앞에 시민의 생각은 그만 생각이 아득해진다. 하물며 건축가의 자격으로서는.....

‘움베르토 에코’가 쓴 소설 ‘장미의 이름’에 나오는 문구를 인용한다. 오래된 건물 곁에 새로운 건물을 붙여 지은 모습을 관찰하고 사유한 것이다. “모든 예술 가운데에서 자신의 리듬 속에 우주 질서(이른바 코스모스)를 재현하는 데 가장 큰 힘을 기울여야 하는 예술이 바로 건축이다. 말하자면, 장식행위의 산물인 건축은, 자기가 속한 종(種)의 완성미와 균형미를 대표하는 한 마리의 동물과 같다.” 요즈음 들어 사무실의 일에, 부쩍 옛 건물에 새 건물을 접목해야 하는 일이 많아졌다. 이 사회가 끝이 없어 보이던 ‘개발론’에서 주춤, 현실적인 건축에 눈을 돌린 데에다, 인류의 공동 ‘아젠다’에 맞추어 건축 또한 더불어 가야 하는 환경과의 동반 측면에서 ‘최소한의 개발’이 설득력을 가진 것이다. 나는 이러한 건축 운동을 진즉부터 찬동하였다.

책임 있는 건축의 태도는 스스로의 부피와 양을 줄임과 동시에, 기왕 지어진 건물을 더 오래 쓸 방법을 모색해야 함이다. 이른바 건축에 ‘리모델링’이나 ‘리노베이션’의 시대가 올 것임은 자명하다고 보았다. 그럼으로써 건축가는 ‘움베르토 에코’가 말했던 완성미와 균형미를 대표하는 한 마리의 새로운 동물을 태생시킬 태도에 대하여 각오를 다져야 하는 것이다.

[관련기사]

일간리더스경제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신고하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미투데이 트위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회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중앙대로 594 |  대표전화 : 051-996-2400  |  팩스 : 051-996-2408  |  등록번호 : 부산 가 00020  |  발행·편집인 : 백재현
등록번호 : 아00219 |  등록일자 : 2015년 2월 06일 |  청소년 보호책임자 : 백재현
Copyright © 2014 일간리더스경제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