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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를 잡으면 통발은 잊어야 한다'[리더스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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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6.11  13: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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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의식
 대구대학교 사범대학 교수
 역사교육과
 

지방선거가 끝이 났다. 앞으로 4년간 이 나라 곳곳이 엄청나게 좋아질 것이다. 이 나라 곳곳을 엄청나게 좋게 할 공약들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기 때문이다. 4년 전에도 지방선거가 있었다. 그런데 그때에도 그러한 공약들이 많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좋아진 게 별로 없으니 어찌된 일인가? 공약이란 원래 그런 것인가? 장자(莊子)에 득어망전(得魚忘筌)이란 말이 있다. ‘물고기를 잡으면 통발(筌)은 잊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 말을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내뱉은 공약이니 이제 잊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한다면, 완전한 곡해다.

장자의 글은 다음과 같다. “통발은 물고기를 잡기 위한 것으로 물고기를 잡으면 통발은 잊어야 한다. 덫은 토끼를 잡기 위한 것으로 토끼를 잡으면 덫은 잊어야 한다. 말(言)은 뜻을 전하기 위한 것으로 뜻을 얻으면 말은 잊어야 한다. 내 어찌하면 말을 잊은 사람을 만나 그와 더불어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뜻을 얻어 이미 말을 잊는 사람과 말을 하고 싶다’는 것은 역설이다. 이미 도통하여 말이 필요 없는 사람을 그리워하면서, 자신도 그러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는 말이다. 크게는 대통령 선거, 작게는 초등학교 반장 선거에 이르기 까지 공약이 없는 선거가 없다. 그러나 선거의 공약이란 묘한 것이다. 그것은 단지 이기기 위한 전략이라기보다, 비전을 개발하고 그 타당성을 검토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후보 스스로 자신이 맡고자 하는 조직의 문제점과 발전에 대한 비전을 정리하고 확장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익히 보았듯이 공약은 자칫 엄청난 재앙으로 돌변할 수 있다. 공약의 실천이 오히려 재앙으로 돌변하는 상황은 몇 가지 요인에 의한다. 첫째, 공약 자체의 오류 때문이다. 투입할 인풋(input)에 비해 나올 수 있는 아웃풋(output)이 형편없는 공약 자체의 문제 같은 것이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심사숙고 없이 급조한 공약의 대부분은 이 오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인기 영합주의의 산물인 까닭이다.

공약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약은 약속이다. 약속이니 지키는 것이 좋다. 그러나 선거라는 당장의 급한 상황에서 벗어나 공약을 관조해 보아야 한다. 선거 과정에서는 승리가 물고기였고, 공약이 통발이었다. 선거에 승리한 이상 잡아야할 물고기는 무엇이며, 버려야 할 통발은 무엇인가? 잡아야 할 물고기는 민심, 자신의 명예, 지역의 진정한 발전 등등이다. 민심은 요상하여 종잡을 수 없는 것이다. 한 순간에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니 잡아야 할 물고기는 아닌 듯하다. 잡았다 싶어도 한 순간 도망가는 것이 민심이다. 자신의 명예는 버려야 할 통발이니 잡아야 할 물고기가 아니다. 그러면 잡아야 할 물고기는 뻔하다. 당장은 욕을 먹더라도 먼 훗날까지 평가될 진정한 지역 발전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공약 자체를 재점검하기를 기대한다.

공약이 재앙으로 돌변하는 두 번째 요인은 성과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다, 집착은 합리를 무시한다. 특히 선거로 일정 자리를 꽤 찬 선출직의 경우, 큰 성과를 냄으로써 유권자에게 뭔가를 보여주고 싶은 욕망에 시달리게 마련이다. 성과를 통해 ‘나 이런 사람이야. 당신 선택 잘 한 거야’하고 싶은 것이다.

공약 자체에 문제가 있는데도 성과에 집착하여 밀어 붙이는 것은 재앙이다. 타당하다고 하더라도 성과에 집착하여 재정에 엄청난 타격을 주면서까지 공약을 밀어 붙이는 것 역시 재앙이다. 버려야 할 통발은 인기와 명예와 성과에 대한 집착이다. 잡아야 할 물고기는 공약 자체라기보다 당장은 욕을 얻어먹더라도 먼 훗날까지 두고두고 평가될 지역의 진정한 발전이다. 그를 위해서는 공약을 버려도 좋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의 당락을 가른 것은 공약이 아니라, 정당 혹은 지역이었다. 어차피 공약은 분칠에 불과했던 것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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