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왼쪽
오른쪽
  • UPDATE : 2019.11.12 화 10:06
> 기획/연재 > 사람을 만나다
“동백꽃의 강렬한 인상 심상적 풍경화로 표현”[사람, 사람을 만나다] - (114) 조영숙 서양화가
김효진 기자  |  khj@leaders.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신고하기
승인 2016.08.15  19:57:27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미투데이 트위터
   
조영숙 서양화가가 자신의 작품에 대한 설명과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하고 있다.

9월 중순 ‘마음 풍경’을 주제로 개인전 열어
“사회 속 삶의 모습, 한 편의 시처럼 그려낼 것”


리더스경제신문에서 주최한 크리에이티브 오렌지 아트 페어에 동백꽃을 소재로 한 다수의 작품을 전시한 지역 중견화가 조영숙(60·여·금정구 부곡동)을 만났다. 그의 작품 소재 대다수는 자연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는 자연에 존재하는 요소들을 통해 그의 내면에 있는 정체성과 사물의 본질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반복을 시도하는 작가다. 그는 자연에서 받은 감흥을 캔버스를 통해 표현하고 구축하고 지우고 다시 표현하는 물리적 행위의 반복을 통해 미적 결과물을 도출하는 고독한 작업을 하고 있다. 조영숙 작가를 만나 자연과 예술에 대한 그의 ‘바라봄’을 듣는 기회를 가졌다.


- 크리에이티브 오렌지 아트 페어에 출품한 작품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 이번 아트페어에 출품한 작품들은 제주도를 여행하면서 마주했던 풍경들에 대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매년 겨울이면 여행 짐을 싸고 붉은 동백이 숲을 이루는 제주도로 달려갑니다. 추운 겨울 가장 화려하게 만개하는 붉은 동백의 인상과 아름다운 제주도의 풍경을 모티브로 한 저의 내면적 풍경화입니다. 대부분의 꽃은 생명이 짧아서 가장 화려할 때 생명을 다합니다. 특히 동백은 만개한 순간 송이채 떨어져 바닥에서 다시 한번 피어나는, 어쩌면 꽃이 낙화한 후가 더 아름다운 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짧은 순간 시들어 버리는 꽃에 대한 아쉬움과 저의 뇌리에 지각되어진 강렬한 인상을, 동백과 함께 기록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동백 숲을 걸으며 함께 접했던 풍경들과 함께 저만의 심상적 풍경화로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작업들에 대해 이름을 붙인다면 ‘풍경 時’라고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 중견화가로서 오랫동안 작업을 해 오셨는데 그동안 어떤 작품들을 주로 제작했습니까?

▲ 제 작업의 근원은 모두 자연에 근거합니다. 자연 안의 소리, 음률, 색의 조립과 집합 그리고 은유적 작업을 통해서 저의 내면의 정체성과 끊임없는 질문과 기록을 반복해 오고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함축적인 시어와 같은 시적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전의 저의 작업에서 보여지는 여러 자연물에서는 어떠한 의미를 찾는다거나 하는 행위는 없습니다. 제가 제 작업 안에 모티브로 사용한 식물이나 꽃 이외의 여러 가지 물체들은 다만 자연의 리듬을 표현하기 위한 기호일 뿐이며, 최소한의 형상에서 오는 암시적인 모티브의 기호화와 질량감의 구현 등 이러한 것들이 자연 속에 내재된 색과 형태, 선 등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자연의 리듬 찾기의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방법적인 면에서 설명을 하자면 자연에서 받은 감흥을 캔버스 내에서 그리고 구축하고 지우고 다시 그리는 물리적 행위의 반복을 통해서 그러한 행위 중에 우연히 발견한 미적 요소를 집합하여 결과물을 도출합니다. 그래서 이전 작업들의 제목은 거의 대부분이 ‘자연-리듬’으로 명명되어 있습니다.


- 이전 작품도 그렇지만 요즘 선생님의 작품을 보면 거의 모두가 꽃을 모티브로 그리고 있는데 꽃을 그리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또 그 꽃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특별한 메시지가 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 저에게 꽃은 본래 기호적 메타포라 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꽃이라는 모티브는 제 그림에 있어 하나의 기호일 뿐이며 그 기호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표현됩니다. 질료적이거나 혹은, 여타 요소들의 버무림이거나 이러한 방식이 꽃이라는 하나의 기호와 만나 색면과 색점이 중첩되고 모호한 선들의 흔적들은 또 퇴적되기도 하는 이러한 행위들을 통해 본래 비어있던 캔버스에 흔적 쌓기로 이어지는 거지요. 가끔씩 어떤 사물들이 등장하는데 그런 사물들은 화면 안 어느 한 지점에 저를 은유하는 기호로 숨겨 두기도 합니다. 또한 2012년을 기점으로 표현방식에 큰 변화가 있었는데, 꽃을 표현하는 방식이 이전 작업에서는 사실적인 묘사가 아닌 순간적 인상의 표현이었다면 이후의 작업에서의 꽃은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되어집니다. 또한 꽃의 종류도 모란이나 작약, 양귀비 등이 주류를 이루었다면 2014년 개인전에 등장한 꽃들은 거의가 동백으로 바뀌었고 표현방식에 있어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집니다. 그러면서 화면 내에 어떠한 상황이 설정되고 설정된 상황들은 카메라에 찍힌 한 장면처럼 정적인 고요함과 내적 울림으로 심상적 풍경화가 그려집니다. 작업을 시작하고 완성할 때마다 한 편의 시가 쓰여 진다고 할까요.

평소에 두 발로 걸어서 낯선 곳을 여행하기를 즐기는 편입니다. 여행에서 얻은 생경하고 낯선 아름다운 풍경을 대면할 때마다 순간적인 한 장면 장면들이 저의 작업에 원천이 되고 각인되어집니다. 특히 제주도에서 느리게 걷는 동안 보았던 동백 숲의 황홀한 아름다움을 표현한 것이 요즈음의 작업들입니다. 제 그림을 보는 모든 분들도 저처럼 그림 속 풍경에 잠시 깃들어 행복해지기를 바라고 싶습니다.


- 개인전을 열 계획이라고 들었습니다. 전시될 작품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 9월 중순께 개인전을 열 계획으로 열심히 작업 중에 있습니다. 이번 개인전의 주제는 심상적 풍경화 즉, ‘마음풍경’이란 주제로 작업하려 합니다. 제 그림이 사실은 조금 딱딱하고 단단해 보이고 빈틈이 없어 보이는 게 저는 마음에 안들 때가 있습니다. 한 예로 동백 숲으로 유명한 장사도에 있는 갤러리에 초대되어 작품을 전시했던 적이 있었는데 전시 오픈 일에 갤러리에 걸려있는 제 그림을 보고 순간 너무 고독하고 굳어있는 저 자신을 보는 듯해서 순간 경악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좀 부드럽고 따뜻함이 보여지는 그림을 그리고자 조금씩 변화를 가져보았습니다. 이후 등장한 모티브가 ‘집’이라는 소재였습니다. 나가 모여 우리가 되고 집이 모여 마을이 되듯이 그 사회 속에 어우러지는 삶의 모습을 함축미가 강조된 시처럼 표현하고자 합니다.


- 화가로서 예술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 화가로 산다는 것은 매우 힘들고 고독한 일입니다. 무엇을 어떠하게 잘 그리기 위해서는 많은 지식을 쌓아야 합니다. 제가 관심 있게 읽은 책 중 ‘음악 미술 그리고 건축’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하자면 “우리는 무의식이든 의식적이든 삶 속에서 많은 형태들과 만납니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일들과 자연이 우리들 사이를 스쳐 지나갑니다. 물론 시간과 함께, 여러 경험이나 만나는 대상들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활용하려면 지식이라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보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주요인은 그 사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은 지식이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아는 것은 보입니다. 미라는 단어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인식하다’ 또는 ‘안다’는 뜻입니다” 이와 같이 그냥 작업실에 가만히 앉아서는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없습니다. 저는 도서관에 자주 갑니다. 책을 사기보다는 도서관 책을 빌려 보는 게 참 좋습니다. 미술서적은 기본적으로 보지만, 제가 즐겨 보는 책은 주로 교양 과학도서입니다. 만약에 지구가 금성처럼 구름으로 뒤덮였다면, 지구의 과학은 현재에 이르지 못했을 것입니다. 금성에 사람이 살고 있었다면 밤낮없이 회색인 하늘을 보며 무슨 상상을 했을까요? 현재의 지구인들은 밤하늘의 별을 보며 꿈을 키우고 언젠가 닿을 수 있다는 도전 정신으로 지금의 과학이 탄생한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입을 모읍니다. 저는 ‘도전’, ‘발견’이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앎이란 배우는 것이 아니라 도전하여 발견하는 것입니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끊임없는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내가 그리고자 원하는 무언가를 그릴 수 있기 위해서 늘 깨어있고 늘 도전하고 발견하는 자세로 생활하려 노력합니다. 특히 현대미술은 잘 그리는 것에 주안점을 두기보다 미적 요소를 잘 발견하여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제 그림이 쌓이는 지식을 빠르게 따라가지 못 하는 데 있지요. 늘 부족하고 늘 만족스럽지 못하여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 서양화를 그리면서 실제 본고장에서 많은 경험을 하셨습니까? 간단한 설명 부탁합니다.

▲ 실제 오랫동안 살아 보진 않았지만 길게는 40일 짧게는 2주 정도의 체류기간을 가지고 유럽 자유여행을 세 번 정도 했었습니다. 수없이 많은 미술관과 성당 건축과 역사 유적을 둘러보았고, 그들이 생활하는 모습과 입고 있는 옷,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와 카프리 해안의 검푸른 바다색 등 저에겐 잊혀지지 않는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지중해의 바다색에 매료되기도 하고 노천카페의 낭만을 즐기기도 했었습니다. 특히 님 아트페어에 작품 출품을 하고 관람객들을 맞이하면서 느꼈던 점이 기억에 남습니다. 보통의 한국의 일반 관람객들은 전시장을 그냥 휘휘 둘러보고 다 봤다 하고 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님이 작은 소도시였는데도 불구하고 끝없이 이어지는 관람객도 경이로웠지만 그림을 감상하는 그들의 태도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작품 하나하나 진지하게 감상하고 “이 그림에서 음률을 느꼈다. 혹시 의도 했는가?” 등 작가와 대화하며 그림에 대한 의문이 풀릴 때까지 질문을 하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또 하나는 남불 지역에 있는 아를르에 들렀다가 엑상 프로방스 지역으로 이동해서 세잔의 발자취를 따라 스케치 여행을 했는데 잘 아시겠지만 유럽에는 거의 산이 없고 대륙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엑상 프로방스에 다다르면서 언덕들이 점차 높아지고 그 지방에서 가장 높은 바위산인 쌩빅토와르산에 다다르게 됩니다. 저는 그 하얀 바위산을 보며 궁금했던 의문을 풀었습니다. 세잔이 왜 그토록 쌩빅토와르산에 천착했는지를요. 구릉 지역밖에 없는 그 지역에서는 우뚝 솟은 이 산은 세잔이 선택의 여지없이 매달려야 할 대상이 아니었나 짐작합니다. 세잔이 화구를 메고 생빅토와르산을 보며 그림을 그리고 수없이 걷던 길을 꼭 걸어 봐야겠다는 저의 열망이 실현되는 순간 참 행복했습니다. 여러 가지 경험들이 많지만 북쪽에 있는 파리 사람들과 남불 지역 사람들은 표정에서 완연히 차이가 나는 걸 느꼈습니다. 남불 지역의 뜨거운 태양이 흐린 날이 많은 파리보다 훨씬 사람의 마음을 행복하게 한다는 것을 느끼면서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산다는 건 큰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 가까운 계획으로는 다가올 개인전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계획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개인전을 계기로 그동안 작업했던 작품들을 모아 작품집을 출간할 예정입니다. 책이 만들어지면 교보문고에서 판매될 예정이라 책이 예쁘게 잘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지난겨울 다리를 다쳐 한동안 여행을 하지 못했고 지금은 전시 준비로 바빠 작업실과 집만 오가고 있는 실정이라 전시회가 끝나면 배낭 싸서 여행을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작가에게 가장 큰 계획이란 좋은 그림을 그리는 거겠지요.

앞으로는 작품 소재의 폭을 좀 더 넓혀서 자연과 사람, 관계와 관계 등 다양한 주제를 선택해서 소재의 폭을 넓혀 볼 계획입니다.


- 마지막으로 작가님께선 나이보다 한참 젊어 보이시는데 혹시 젊음 유지를 위한 어떤 비결이 있으신지요?

▲ 젊게 봐 주시니 감사합니다. 일단은 부모님께서 동안 외모로 낳아 주셔서 그렇겠지요. 이점 늘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굳이 비결이 있다면 젊은 사고를 살찌워 주는 젊은 친구들이 많습니다. 또래 친구들보다 소통이 잘 된다고 할까요? 젊은 친구들의 생각이나 사고 취미 등 여러 가지 일들을 함께 하다보면 마음도 함께 젊어진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비결이 있다면 저의 기질에 있는 것 같습니다. 책이나 방송 매체 등을 통해 습득한 사실이나 정보들을 직접 확인하고자 하는 열망이 강한 성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다가 의문점이 있으면 이미지 맵을 그리듯이 파생 워드를 찾아 다른 책을 찾아 읽고 의문을 해소합니다. 그래서 늘 컴퓨터를 가까이 두고 즐겨 사용합니다. 안주하지 않고 쉼 없이 배우는 태도를 유지 하려 노력하는 것이 또한 젊음의 비결인 듯합니다.

 

김효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신고하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미투데이 트위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회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중앙대로 594 |  대표전화 : 051-996-2400  |  팩스 : 051-996-2408  |  등록번호 : 부산 가 00020  |  발행·편집인 : 백재현
등록번호 : 아00219 |  등록일자 : 2015년 2월 06일 |  청소년 보호책임자 : 백재현
Copyright © 2014 일간리더스경제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