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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通’하는 부산 명소[테마가 있는 부산거리] - (4) 책으로 '通'하는 부산의 명소
김신은 기자  |  kse@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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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7.24  14: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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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수성 보수동 책방골목번영회 회장이 이곳만의 매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산에는 문화로 수십 년을 채워온 명소들이 있다. 문화라는 단어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란 불가능하다. 굳이 표현을 해보자면 인간에게만 있는 생각과 행동 방식 중 하나로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배우고 전달받은 모든 것들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이처럼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배우는 문화의 수단으로 ‘책’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책을 통해 사람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배우며, 사귀는 명소가 부산에 있다.


◇ 곳곳에 역사가 스며들어 있는 ’보수동 책방골목’

부산지역에서 ‘책’하면 단번에 떠오르는 특화된 거리 중 하나로 ‘보수동 책방골목’이 있다. 부산시 중구 보수동 1가 일대에 50여점의 서점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6.25 전쟁의 상흔이 서린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전쟁이 발발하자 한반도의 남쪽 끝 항구 도시인 부산으로 피난민들이 몰렸다. 사람이 몰리면서 살아왔던 시간만큼 흘러간 역사의 흔적이 이 곳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이 책방골목을 찾는 이들이 생생한 역사 속 현장을 누빌 수 있는 것 또한 이 거리가 존재하는 이유기도 하다. 전쟁통에 살림이 어려운 난민들은 주로 중구, 동구, 서구, 영도구 등지에서 정착했다. 특히 보수동 일대에 임시 피난 학교가 세워지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학교 건립 덕분에 보수동 책방골목은 학생들의 등·하교를 위한 이동통로 역할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늘 붐볐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수많은 학생과 지식인들이 자신의 책을 내다 팔고 헌책을 구입하며 특히 신학기가 되면 골목에 늘어선 책 보따리가 장관을 이루곤 했다. 이에 반해 요즘 이 곳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보수동 책방골목의 역사를 찾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시간이 지나 추억이 되고 그 추억을 알려주고 느끼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로 주말이면 꽉 메워진다. 연령층도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며, 연인들, 가족들 등 남녀노소 불문할 정도로 북새통을 이룬다. 보수동 책방골목은 전성기에 비해 책방 수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비결도 있다. 책도 변화하고 있기 때문. 책방골목의 전성기는 1960~1970년대로, 당시 약 70개의 책방이 있었다. 근래 경제발전으로 인해 서민들의 경제사정이 종전보다 나아지면서 헌 책과 함께 새 책의 수요도 대폭 늘리며 각종 양서를 구비해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때때로 희귀본이나 값진 개인소장 고서도 흘러들어와 수집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한다. 보수동 책방골목은 헌책과 새책이 같이 어우러진 전국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문화의 골목으로 재탄생하는 계기가 됐다.


◇ 대형 중고서점, 서면서도 문 열다

부산에서 중고서점이 있는 곳은 보수동뿐만 아니다. 서면 대현지하상가에 ‘알라딘 중고서점’이 있다. 서면 자체가 워낙 유동인구가 많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책을 보러 오는 사람으로 항상 붐빈다. 주말이면 커플들이 계단형 좌석에 앉아 책을 고르거나 읽는 모습은 예삿일이다. 지하상가에서는 주로 의류 상점이 즐비한데 반해 지나가다 책장을 들추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이같은 모습에 시선을 뺏겨 알라딘 중고서점으로 발걸음이 이어진다. 책은 모두 중고다. 보수동 골목책방과 비교하면 오래된 고서는 없다. 대부분의 책들은 발간한지 10년 이내 중고서적이다. 잘만 고르면 새 책의 진배없는 책도 고를 수 있는 게 매력이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책값은 절반 이하다. 분위기도 산뜻하다. 조명이 밝고 공간배치가 시원시원하다. 북카페에 들어온 기분이다. 책장 상단에 붙인 ‘방금 고객이 판 책’ 이라는 센스있는 코너명도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처럼 매장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여럿이다. 학창시절 사나흘씩 치르던 월말시험이나 기말시험을 마치는 날 꼭 들르던 보수동 책방골목처럼, 귀한 시집을 찾아내고 잡지 창간호를 찾아냈을 때 기쁨. 이곳에도 있었다.
 

◇ 문화 1번지 서면의 자부심 ‘영광도서’

보수동 골목책방만큼이나 전통을 가진 곳이 또 있다. 바로 부산진구 서면에 위치한 대형서점 ‘영광도서’. 영광도서의 역사는 43년. 더 오랜 역사를 가진 서점이 모두 문을 닫는 바람에 한국 서점 최고의 역사다. 이 서점은 책을 파는 곳이지만 책만 팔지 않는다. 책에 문화를 끼워 판다. 땅 값이 금값이라고 불리는 서면 요지에 위치한 이 서점에는 무료로 문화 사랑방과 갤러리를 내놓는다. 세를 놓으면 수입이 짭짭(?)할만도 한터인데 시민들과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 책 한권 팔아 얼마나 남는다고 공익에 보태라며 큰돈을 선뜻 내놓기도 한다. 뜻이 뜻을 불러 모으고 길이 길을 이어간다. 이렇게 40여년간 문화를 공유하러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 매달 토론회가 열릴 때마다 문화 사랑방은 미어터질 정도다. 이처럼 긴 역사만큼이나 토론회 개최 등으로 내실까지 꾀하는 영광도서는 문화 1번지 서면의 자부심이 다져지고 있다.


◇ 전통음악이 공존하는 북 카페 ‘부산국립국악원’

오픈 북 카페도 있다. 부산진구 연지동에 위치한 국립부산국악원 2층에 있는 북 카페다. 앞서 소개한 곳들보다 역사는 짧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정식명칭은 ‘오픈 북카페 더불어 국악’실제로 가보면 북카페치곤 널찍하다. 족구장 네댓 배는 돼 보인다. 군데군데 책장이 놓였고, 책장 사이사이 소파가 있다. 소파는 젊은 엄마나 아이차지다. 책을 보는 사람,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사람, 소곤소곤 말을 나누는 사람, 뛰어다니는 아이도 더러 보이지만 다들 개의치 않는 표정이다. 그만큼 시민들이 즐기기에는 편안한 곳이다. 이 곳에 있는 책은 대개가 국악 내지는 음악책이다. 1000권이 넘는 문화예술 서적과 국악감상 음향기기 등도 있다. 책장에서 책 한 권을 골라 소파에 앉아 책을 보거나 헤드폰을 끼고 CD 재생기를 작동해 국악을 들으면서 턱을 들면 통유리 너머로 부산풍경을 즐길 수 있는 이색 장소다. 이 북 카페는 춤 전시관 기능도 있다. 우리 고유의 소리와 춤을 재현한 닥종이 인형이 눈길을 끌기도 한다. 카페 한쪽 강의실에서는 어린이 국악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문밖에선 현을 뜯는 소리가 새어나온다. 안을 들여다보면 대형거울이 정면에 보이고 바닥에는 가야금 등 악기들이 즐비해 있다. 아이들은 한복을 차려입은 채 현을 이리 저리 뜯고 있다. 국립국악원이 생긴 지는 지난 2008년 가을. 서울에만 있던 국립국악원이 부산에도 들어선 것은 부산을 비롯한 영남의 전통공연예술 보존가치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다양한 볼거리들이 풍성할 수 밖에 없다. ‘오픈 북카페 더불어 국악’에 많은 사람들이 왜 찾을까. 직접 가서 느껴보는 게 가장 쉽게 답을 구할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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