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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그루 과일나무의 마을[삶의 문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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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6.10  11:5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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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기표
  건축사사무소 아체 ANP 대표
  동명대학교 건축학과 외래교수
 

‘수국꽃과 함께 여덟 나무집이 모인 나무나라’라는 뜻을 담고 있는 수국(樹國)마을은 50년간 가난한 아이들을 돌보는 사업을 해온 ‘(재)마리아수녀회’에서 아이들의 자립과 미래를 위해 수녀들의 퇴직금으로 만든 집이다. 송도에서 감천으로 넘어가는 언덕에 자리한 마을은 복지시설이 갖는 부정적 이미지를 깬 것은 물론 ‘공동체성의 회복’이라는 사회적 화두의 답을 보여 주고 있다. 이 마을을 보면 “우리는 건물을 만들고, 건물은 다시 우리를 만든다.”라는 ‘윈스턴 처칠’의 말을 실감하게 된다.

여덟 그루의 나무 집단 수용소 같았던 낡고 획일적 복도형 기숙사를 헐어내 새로운 길과 마당을 내고, 원형을 잃었던 경사지 지형을 복원, 치유하고, 이웃의 작은 집들을 배려하면서 건축은 시작되었다. ‘마당’과 ‘사랑방’을 중심으로 엄마수녀, 사회복지사와 12명의 해맑은 아이들을 위한 4개동, 8가구의 주택이 들어서며, 100여명의 아이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되었다. 붉은 벽돌과 징크지붕의 일반 집과 외형이 비슷하지만 속내는 조금은 다르고, 각 집의 구성 또한 조금씩 다르다. ‘감나무집’, ‘석류나무집’, ‘무화과나무집’, ‘매실나무집’의 윗집은 1층에 아이들방, 현관과 화장실이 2층은 주방, 식당, 거실, 다락 그리고 넓은 옥상이 있다. ‘사과나무집’, ‘자두나무집’, ‘대추나무집’, ‘모과나무집’의 아랫집은 2층에 현관과 식당이 반 층을 내려가면 ‘계단식 거실’ 그리고 조금 또 내려가면 다락이...그리고 조금 더 내려가면 아이들방.,,,그리고 앞마당이 보인다. 과일나무를 딴 각 집의 이름처럼 다양성이 묻어 나온다.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는 옥상이 있기도, 옥상이 옆집과 연결되기도 한다. ‘스탠드형 거실’은 조그마한 도서실이 되기도, 아이들의 끼를 발산할 수 있는 공연장이 될 수도, 영화관이 되기도 한다. 옆집과의 사이벽에는 아이들의 호기심과 소통을 자극하는 ‘마법의 문’이 있기도 하다. 계단의 벽에 붙은 ‘흑판’은 낙서를 하기도, 그림을 그리기도, 이야기를 적기도 하는 ‘소통의 장’이 된다.

공동체성의 회복 마을 한가운데의 마당은 아이들의 놀이마당 이자, 외부손님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온 오후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노는 소리가 마당 안 가득 울려 퍼진다.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드나들며 마을일을 이야기하는 ‘사랑방’과 ‘데크’는 수녀들과 아이들의 소통의 공간이고, 외부손님들을 맞이하고 잠시 쉬어 가는 공간이기도 하다. 아이들끼리 이야기할 수 있는 아래마당도 있고, 아래마당 한 켠의 ‘기도실’은 기도의 용도보다 울적한 아이들의 마음을 홀로 달래는 공간으로 더욱 유용해 보인다. 수국마을에선 아이들이 모든 일상을 스스로 해결한다. 동마다 아이들이 엄마수녀와 출퇴근하는 보육사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며, 월 300만 원 정도의 생활비로 당번을 짜서 장도 보고 식사를 준비하기도 하고 가계부도 쓴다. 이렇게 하면서 세상 물정도 알고 시장 경제에 조금씩 눈떠 가며 자립의 기반을 다지게 된다.

사람들 삶의 섬세한 조직 기적의 도서관으로 유명한 건축가 정기용은 “건축은 근사한 형태를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섬세하게 조직하는 일이다.”라고 이야기 하였다. 수국마을은 단순히 ‘건축’으로 끝난 보육시설이 아니다. 기존 숙소 한 동의 ‘환경개선’으로 시작한 프로젝트는 건축가와 수녀, 아이들과의 수많은 대화와 설문조사, 리서치를 통해 계획안의 발전을 시키고, 건설비용과 생활환경, 그리고 보육원 운영까지 아이들과 엄마수녀의 삶을 섬세하게 조직한 새로운 방식의 ‘복지시설’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가족, 가정이라는 사회의 기초적 단계를 ‘그룹 홈’이라는 새로운 대안으로 ‘복지시설’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나아가 우리가 잃고 있는 ‘공동체성에 대한 회복’과 ‘상생의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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